[기고] 공유와 공짜의 저작권

지역내일 2012-02-28
유병한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황야에서, 인류는 공동체란 공간을 결성하고 지식문화 자원을 재료로 문화공동체 구조물을 건설함으로써 거센 비바람을 피했다. 인류 진화과정에서 지식문화 저작물의 '공유'는 구성원들의 유대감을 강화시키고 공동체 공간을 안락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공동체의 방어벽 '지식문화 인프라의 구축과 공유'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시점에 이르러, 함께 쌓고 보수하였던 지식문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무임승차 욕망이 발동됐다. '지식문화의 공유'라는 공동체 방어벽은 더 이상 황야에서 불어오는 풍화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이것이 흥망성쇠가 아닐까. 이러한 흥망성쇠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떠한 고민과 선택을 통해 위기로부터 기회를 만들어낼 것인가.

건전한 '공유지의 질서' 마련에서 시작

1968년 하딘(G. J. Hardin)은 '사이언스' 논문지에서 '공유지의 비극'에 대해 논한 바 있다. 공짜의 풀밭에서 발생하는 이기적인 목동들의 행동양식을 통해 공유지가 희망과 미래가 없는 공간으로 전락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소도 목동도 자취를 감춘 공짜 초지의 황량함. 저작권 분야에 있어 공짜의 풍요로움이 유발할지 모를 미래에 대한 기우가 아니길 바란다.

어릴적 읽었던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땅에 욕심이 많았던 바흠이라는 농부가 있었다. 그는 어떤 지방에서 땅을 싸게 판다는 말을 듣고 그 곳으로 달려갔다. 이 지방에서는 하루 종일 자기 발로 걸은 만큼의 땅을 주는 방식으로 땅을 판매했다. 그렇지만 해가 지기 전에 그 출발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무효가 됐다. 바흠은 아침 일찍 자기 땅을 얻기 위해 출발했다. 반환점을 돌아야 했을 시점인데도 바흠은 욕심 때문에 계속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해가 중천을 한참 넘고서야 바흠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이 급해진 바흠은 장화도 옷도 벗어던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겨우 해가 떨어질 무렵에 출발점으로 간신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바흠은 무리한 나머지 그만 심장이 터져 죽고 말았다.

이러한 비유들은 21세기 지식문화 상품이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제공되고 소비되는 이 시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지식문화 저작물은 단순한 선택적 재화를 넘어 공동체 결성을 위한 핵심적 공유재화다.

디지털 공간에 펼쳐있는 '저작물 공유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정보통신 네트워크상에 펼쳐진 공짜 저작물 공유지는 '창작자'도 '소비자'도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변모될 수 있다.

저작물 '공유지'의 이기적 공짜문화와 공유정신을 상실한 지나친 독점의식은 공유지 자체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저작권 공유지의 번성은 권리자와 소비자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공감할 수 있는 건전한 '공유지의 질서'마련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해와 배려의 공유문화 꽃피울 때

지식문화 산업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한류 지식문화의 공유영역 확대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선다. 유대감과 동질성이 확보된 사이버 생활국경이라는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공유와 공짜를 명확히 구분하고, 권리자는 공유의 사회적 의미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 지식문화 자원의 소비자와 권리자들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해와 배려의 공유문화를 꽃피울 때 글로벌 네트워크 환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공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저작물 공유지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창작의 선순환적 확대생산 지력을 확충할 수 있는 질서있는 공유지 문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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