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4일 실시된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1차 투표에서 61% (한국시간 5일 2시 현재)를 얻어 3선 대통령에 당선됐다. 임기는 6년이나 2018년 재선에 성공하면 푸틴은 2024년까지 12년간 러시아를 통치할 수 있게 된다.
푸틴은 선거를 이틀 앞둔 2일 6개국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이 순조로이 진행되고 국민이 원한다면" 6년 임기가 끝난 후 4선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모두 짐작하고 있던 일이지만 푸틴 본인의 입으로 금후 12년 집권의 속내를 공식으로 드러낸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4선에 성공할 경우 푸틴은 2000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이후 대통령 8년, 총리 4년 그리고 다시 12년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총 24년간 내리 러시아를 통치하는 것이다. 가히 21세기 러시아의 차르가 되는 것이다.
지난 12월 두마(의회)선거에서 부정투표 사실이 폭로되면서 반(反)푸틴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부정선거 규탄시위는 푸틴 퇴진운동으로 이어졌다. 언론 보도만 보면 전례 없는 대규모 시위로 푸틴정권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반(反)푸틴시위가 '러시아의 봄'을 불러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4일의 대통령 선거결과는 언론보도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푸틴은 1차 투표에서 당선됐다. 그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그 만큼 높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푸틴의 독재적 통치를 싫어하는 모스크바나 대도시 시민과 지식층은 정권에 적대적이다. 반면 '전국의 나머지' 즉 지방에서는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푸틴이 당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쟁자 될 상대는 후보자격 박탈
푸틴에게 맞설만한 인물은 아예 후보가 될 자격을 박탈해버린 결과이기도 하다. 푸틴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지도자인, 중도의 야블로코당 당수 그리고리 야코블레프는 대통령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200만 서명 추천인 명단을 선관위에 제출했다. 그런데 신원이 분명치 않은 인물들이 많다는 이유로 선관위는 후보 부적격 결정을 내려버렸다.
나머지 4명의 후보는 공산당의 주가노프, 자민당의 지리놉스키, 러시아 공정당의 미로노프 그리고 수십억달러 재산가인 프로호로프다. 푸틴 반대 시위 군중을 대변할만한 후보는 한 사람도 없다. 이들은 주연인 푸틴의 연극에 필요한 조연 배우들일 뿐이다. 푸틴이 완전히 장악한 방송은 하루에 몇 시간씩 푸틴 찬양방송을 내보냈다. 대통령 후보인 푸틴이 총리로서 선거를 관리했다. 투표부정도 여러 군데서 적발됐다는 보도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의 당선은 신기할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지방에서 푸틴의 인기가 높은 것은 소련 붕괴 이후 치안이 불안하고 경제가 어려울 때 푸틴이 대통령이 돼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보장해 주었다는 일반적인 평가 때문이다. 푸틴과 국민 사이에는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주는 대신 국민은 자유와 인권을 포기한다는 묵시적 '사회계약'이 존재했다는 분석도 있다.
푸틴이 특별한 경제정책을 고안해서 이룬 성과라기보다는 석유와 가스의 국제시장 가격이 폭등해서 러시아가 그 혜택을 본 것뿐이었으나 푸틴은 그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해서 생색을 냈다.
국영 텔레비전과 친 정부매체들은 대선을 앞두고 지방주민들이 경제생활의 안정은 푸틴의 공로라고 찬양하는 프로그램을 연일 방송했다.
21세기 차르의 우선과제, 러시아 민주화
이제 푸틴은 그의 3선 시나리오를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푸틴의 재산이 400억달러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부패를 짐작케 한다. 국민의 의식이 깨어난 사회에서 부패정권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 푸틴은 법적으로는 2024년까지 정권을 보장받은 셈이지만 암초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푸틴 반대에는 뜻을 같이 하면서도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이 없는 시민단체가 독재와 싸우는 공동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푸틴정권이나 러시아 국민을 위해서 가장 이상적인 길은 모든 갈등을 국민 다수의 의사를 반영해서 해결하는 민주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푸틴이 '영구정권'에 집착할 때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저항에 부닺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세기 차르의 꿈을 실현한 푸틴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민주화라니 하나의 패러독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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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실시된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1차 투표에서 61% (한국시간 5일 2시 현재)를 얻어 3선 대통령에 당선됐다. 임기는 6년이나 2018년 재선에 성공하면 푸틴은 2024년까지 12년간 러시아를 통치할 수 있게 된다.
푸틴은 선거를 이틀 앞둔 2일 6개국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이 순조로이 진행되고 국민이 원한다면" 6년 임기가 끝난 후 4선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모두 짐작하고 있던 일이지만 푸틴 본인의 입으로 금후 12년 집권의 속내를 공식으로 드러낸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4선에 성공할 경우 푸틴은 2000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이후 대통령 8년, 총리 4년 그리고 다시 12년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총 24년간 내리 러시아를 통치하는 것이다. 가히 21세기 러시아의 차르가 되는 것이다.
지난 12월 두마(의회)선거에서 부정투표 사실이 폭로되면서 반(反)푸틴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부정선거 규탄시위는 푸틴 퇴진운동으로 이어졌다. 언론 보도만 보면 전례 없는 대규모 시위로 푸틴정권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반(反)푸틴시위가 '러시아의 봄'을 불러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4일의 대통령 선거결과는 언론보도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푸틴은 1차 투표에서 당선됐다. 그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그 만큼 높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푸틴의 독재적 통치를 싫어하는 모스크바나 대도시 시민과 지식층은 정권에 적대적이다. 반면 '전국의 나머지' 즉 지방에서는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푸틴이 당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쟁자 될 상대는 후보자격 박탈
푸틴에게 맞설만한 인물은 아예 후보가 될 자격을 박탈해버린 결과이기도 하다. 푸틴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지도자인, 중도의 야블로코당 당수 그리고리 야코블레프는 대통령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200만 서명 추천인 명단을 선관위에 제출했다. 그런데 신원이 분명치 않은 인물들이 많다는 이유로 선관위는 후보 부적격 결정을 내려버렸다.
나머지 4명의 후보는 공산당의 주가노프, 자민당의 지리놉스키, 러시아 공정당의 미로노프 그리고 수십억달러 재산가인 프로호로프다. 푸틴 반대 시위 군중을 대변할만한 후보는 한 사람도 없다. 이들은 주연인 푸틴의 연극에 필요한 조연 배우들일 뿐이다. 푸틴이 완전히 장악한 방송은 하루에 몇 시간씩 푸틴 찬양방송을 내보냈다. 대통령 후보인 푸틴이 총리로서 선거를 관리했다. 투표부정도 여러 군데서 적발됐다는 보도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의 당선은 신기할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지방에서 푸틴의 인기가 높은 것은 소련 붕괴 이후 치안이 불안하고 경제가 어려울 때 푸틴이 대통령이 돼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보장해 주었다는 일반적인 평가 때문이다. 푸틴과 국민 사이에는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주는 대신 국민은 자유와 인권을 포기한다는 묵시적 '사회계약'이 존재했다는 분석도 있다.
푸틴이 특별한 경제정책을 고안해서 이룬 성과라기보다는 석유와 가스의 국제시장 가격이 폭등해서 러시아가 그 혜택을 본 것뿐이었으나 푸틴은 그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해서 생색을 냈다.
국영 텔레비전과 친 정부매체들은 대선을 앞두고 지방주민들이 경제생활의 안정은 푸틴의 공로라고 찬양하는 프로그램을 연일 방송했다.
21세기 차르의 우선과제, 러시아 민주화
이제 푸틴은 그의 3선 시나리오를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푸틴의 재산이 400억달러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부패를 짐작케 한다. 국민의 의식이 깨어난 사회에서 부패정권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 푸틴은 법적으로는 2024년까지 정권을 보장받은 셈이지만 암초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푸틴 반대에는 뜻을 같이 하면서도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이 없는 시민단체가 독재와 싸우는 공동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푸틴정권이나 러시아 국민을 위해서 가장 이상적인 길은 모든 갈등을 국민 다수의 의사를 반영해서 해결하는 민주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푸틴이 '영구정권'에 집착할 때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저항에 부닺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세기 차르의 꿈을 실현한 푸틴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민주화라니 하나의 패러독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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