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아동 입학전에 구청에서 학교체험

지역내일 2012-03-19
강북구 '꿈동이예비학교' 3월 개강
"주민이자 국민 기본권 누리도록"

"땅 속에 사는 두더지는 아침마다 해가 떴나~ 안 떴나를 보기 위해 땅 위로 얼굴을 쑥! 내민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두더지의 머리 위로 누가 쌌는지 모를 똥이 떨어졌지 뭐에요." "으윽, 더러워~." "으에~."


강북구 수유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마련된 꿈동이 예비학교에서 최명희(오른쪽) 교사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함께 동화책을 읽고 있다. 김진명 기자


서울 강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4층 '육아정보나눔터'가 시끌벅적하다. 최명희(68) 교사가 인기 아동도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사계절)를 실감나게 읽어내려가자 책상 앞에 둘러앉은 아이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씩 내뱉는다. 이령(6) 현주(7) 서영(6) 은지(7) 나영(7) 한나(6) 6명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3시면 엄마나 할머니 손을 잡고 센터를 찾아 1시간 50분간 특별한 공부를 한다.

강북구가 다문화가정 미취학 어린이들을 위한 '꿈동이 예비학교'를 열었다.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학교에 입학하면서 의도치 않게 소외되기 쉬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학교생활을 미리 맛보며 사회적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박겸수 구청장은 "다문화가정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우리 말과 글 문화를 몰라 어울리지 못하고 국민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실태조사를 진행, 각 가정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예비학교를 8월부터 시작했다.

올해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비롯해 삼각산동·수유1동주민센터와 송천동자치회관에서 지난해 학교에 다녔던 11명에 새로 참여의사를 밝힌 예비 초등학생 15명까지 6~7세 어린이 26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들은 읽기부터 쓰기 영어 수학은 물론 독서지도와 생활지도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과정을 예비학교에서 체험한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 보육교사자격증이나 동화구연교육 등 관련 자격과정이나 교육을 수료, 아이들 언어나 행동발달에 맞춰 지도가 가능하다. 구에서 진행 중인 퇴직자 일자리창출 사업과 연계, 시간당 1만5000원 가량 실비만 받으며 일하고 있다. 재능기부에 가까운 셈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와 가족들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8월부터 나영이를 예비학교에 보내고 있는 엄마 백 모(41·송중동)씨는 "한국에서 산지 11년이 되도록 한글을 못배웠는데 아이는 지난 학기에 다니고 나더니 혼자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며 "유치원보다 더 좋아해서 몸이 아프지 않으면 수업을 빼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선족 출신 동 모(42·수유동)씨는 "아이가 셋이라 유치원이나 학원 보내기가 벅찼는데 집 가까운 곳에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좋다"며 "현주가 예비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집에서 불러주기도 한다"고 웃었다.

주변의 무관심 때문에 정서 발달이 늦은 아이에게도 예비학교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최명희 교사는 "두달가량만 신경써서 돌봐주면 정서적으로 발달이 늦은 아이도 잘 적응할 수 있다"며 "여름방학이 지나면 아이들 스스로 알림장도 쓰고 발음이나 수학 등에도 자신감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구는 나아가 아동별 문제상황에 대한 대처방안 설계와 다문화가정 부모들이 예비 학부모로서 역할을 인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북구에 사는 결혼이민자는 2011년 5월 현재 중국 출신 1020명과 베트남 출신 237명 등 1572명. 2개의 문화권에 걸친 자녀들은 684명이다.

구는 이들 가족을 위해 예비학교 외에 결혼이민 여성들을 같은 언어권 다문화가정 산모와 신생아 돌보미로 양성하는 한편 다문화가정 여성 방문건강관리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겸수 구청장은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결혼이민 여성들 모두 국민이자 주민으로써 누릴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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