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 국내 법률시장 빗장 풀렸다 ②무한경쟁시대

지역내일 2012-03-19 (수정 2012-03-20 오후 1:53:00)
영미로펌 '인재 빼가기' … 업계 판도변화
해외로펌 불법영업 우려목소리 … 중소로펌 흡수합병 가능성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법률자문 입찰에 참여했다가 깜짝 놀랐다. 국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영국로펌이 사실상 직접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이후 한·EU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이후 영국로펌의 국내 진출이 허용됐지만 영국법자문사의 역할에 한정해서만 국내 업무를 할 수 있다. 영국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세우며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미국로펌과 영국로펌이 국내에서 사무실을 개설하면 형식적으로는 국내 변호사가 일을 하고 배후에는 영미 로펌이 포진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부동의 1위 김앤장 흔들릴까 = 법조계에서는 영미 대형로펌이 국내에 진출하면 국내 1위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사건 수임 경쟁에서 영미 대형로펌과 손잡은 국내 대형로펌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는 "한 곳(김앤장)에 사건이 몰려있는 현재의 경쟁 구도에 다소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영미로펌이 국내 대형로펌과 연합전선을 형성해 자신들을 타겟으로 한 공격과 불법적인 영업은 물론, 우수한 인재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영미로펌들은 이미 국내의 우수 변호사들을 상대로 스카우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영미로펌들이 국내의 똑똑한 변호사들과 몰래 접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는 것은 5년 이후지만 여러 변형된 형태로 영미로펌들과 관계를 맺는 변호사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형식적으로는 국내 로펌에서 일을 하면서 영미로펌과 계약을 맺고 정보를 준다든지, 외부에서는 알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우수한 변호사가 포진해 있는 만큼 영미로펌의 헤드헌팅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경쟁력인 로펌에서 인재 유출 현상이 현실화되면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소로펌은 영미로펌 '러브콜' 기대하나 = 국내 중소로펌들은 영미로펌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영미로펌과 국내 대형로펌들의 경쟁이 격화되면 대형로펌들은 중소로펌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로펌들이 대형화와 전문화를 거듭하면서 사건수임 경쟁의 영역별 경계는 이미 무너진 상태다.

중소형 로펌들 사이에서는 영미로펌과 합병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 진출하는 영미로펌 대부분은 세계적인 로펌이기 때문에 중소형로펌들이 합병을 통해 단박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중소형 로펌 대부분은 영미로펌들의 '러브콜'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100명 안팎의 변호사를 보유한 로펌들이 합병을 통한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일 화우 대표변호사는 "장기적으로 국내 로펌과 해외 로펌의 합병도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중소형 로펌들과의 합병 가능성이 대형로펌들과의 합병 가능성보다 더 클 것이지만 대부분의 해외 로펌은 합병 보다는 유능한 변호사 영입을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영국로펌, 시장 공략 방식 달라 = 법조계에서는 미국로펌과 영국로펌이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로펌들이 개별 사건을 수임해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반면 영국로펌들은 장기적으로 기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법률시장 장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영국로펌들이 독일 법률시장을 초토화시키고 홍콩 법률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결국은 한국의 법률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미국 로펌들은 한 목소리로 기존 고객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진출하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영국로펌들 중에서는 한국 시장 공략을 목표에 포함시키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영미계 법률시스템에서 영미로펌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구조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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