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잃어버린 신용을 찾아서

지역내일 2012-03-27
윤만하 전 한국은행 외화자금국장

우스개 이야기다. 영국 미국 한국 세 나라의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이 우연히 자리를 함께했다. 억만장자 갑부가 된 이들은 맨 처음에 사업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서로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영국 사업가는 대대로 물려받은 골동품을 저당잡혀 돈을 빌렸단다. 미국 사업가는 할부로 자동차를 매입하고 그 자동차를 팔아 자금을 마련했단다. 한국의 사업가는 집사람을 보증인으로 내세워 돈을 구했단다.

태초에 신이 천지를 창조한 것처럼 사람들은 신용을 창조했다. 그러면서 신용을 확대하고 보완하는 금융제도와 기법들을 발전시켜왔다. 그동안 이 제도와 기법들은 소비와 생산을 촉진하여 경제성장을 가속시키는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용을 잃게 된 사람들을 확대 재생산하는 문제도 함께 초래했다.

17세기에 영국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담보제도를 정착시켰다. 증권이나 부동산 등을 담보로 잡혀 자금을 차입하고 그 자금으로 다시 투자했다. 그러나 담보의 가격이 급락하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태로 진전되기도 했다.

19세기에 미국은 미래에 벌어들일 소득을 근거로 돈을 빌리는 신용할부제도를 정착시켰다. 특히 주택이나 자동차 구입 등에 할부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담보제도와 할부제도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신용창조도 일어났다.

보증으로 돈 빌린 뒤 소식 끊긴 친구들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자산이나 소득을 담보로 하는 제도에 더해 더 독특한 신용보완제도를 발전시켰다. 다른 사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증제도이다.

사람들은 어려운 처지에 빠진 친지나 직장동료가 돈을 빌릴 때 기꺼이 보증을 서준다.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살 수 없는 경우 이름까지도 빌려주는 명의대여도 한다. 자기가 직접 돈을 빌려 자금사정이 어려운 친구에게 꿔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친구가 어느 날부터 소식을 끊는다.

개인들이 빚을 지게 된 다른 사연도 많다. 원차입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대신 빚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이런저런 말 못할 사정으로 제때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들을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여러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어 신용을 회복하는 길을 터놓았다. 이자와 연체이자까지 감면해주고 어떤 경우에는 원금의 절반까지도 깎아준다. 이에 더해, 조그만 기금을 마련하여 이들 중에 다시 일어서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잘게 쪼개어 소액이나마 대출도 해주고 있다.

가끔 미디어를 통해 주변의 불우한 이웃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훈훈한 장면도 본다. 그런데 어느 기업이나 종교단체, 어느 독지가가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신용 찾기에 나선 사람들을 위해 기금을 쾌척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빚의 고통에서 헤어나려 발버둥치는데

신용을 찾는 이들은 돈이 없다고 아예 나자빠지는 사람들이 아니다. 더 잘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 도중에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빚을 진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어떻게든 돈을 벌어 매달 조금씩 갚아가겠다고 자진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가만히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더 많은 후생복지 혜택을 나누어주겠다고 서로 아우성인데 … 빚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는 가족을 도와주는 것이 먼저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더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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