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것은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으며, 말할 수 없다. 오직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 책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 장애인인 헬렌 켈러의 삶을 그린 평전이다.
저자 도로시 허먼은 헬렌 켈러의 삶을 통해 이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것은 자유와 평범한 삶이라는 점을 깨우쳐 준다.
신비화된 성인이 아닌 늘 흔들리는 인간 헬렌 켈러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4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헬렌 켈러의 삶을 철저하게 재구성한다. 객관적 사실을 고스란히 복원해 내며 헬렌 켈러와 그 주변의 인물들, 당대의 현실을 손에 잡힐 듯 펼쳐낸다. 여기에는 삶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아는 헬렌 켈러란 지극히 단편화된 이미지에 불과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이를테면 "볼수만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결혼하고 싶어요"라는 헬렌의 평범한 모습에, 이를 혐오하면서 극력 반대한 어머니 켈러 여사의 이기심이 겹처진다.
또한 스물한살의 어린 나이에 여섯 살의 헬렌을 만나 죽을 때까지 그녀의 삶을 좌우한 교사 앤 설리반의 양면적 태도는 처음 알게 되는 사실이다. 설리반 선생은 헬렌에게 세상을 열어줬지만 헬렌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고 했다. 심지어 헬렌이 원치 않는 순간에도 그러했다.
앤 설리반은 성녀의 뒤에서 묵묵히 그녀의 창이 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혜롭고 성실했지만 못지않게 명예욕과 부에 대한 집착도 강해 평생동안 헬렌을 독점한 채 놓아 주려하지 않았다.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은 성녀 헬렌 켈러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이면서 한 여자인 헬렌 켈러를 드디어 세상 밖으로 다 꺼내놓았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야 닫힌 마음의 문을 연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천년이 지난 뒤에도 헬렌 켈러의 이름이 기억된다면 그것은 그녀의 앞모습뿐만 아닌 시침핀이 무수히 박힌 뒷모습까지 포함해서일 것이다.
미다스 북스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1만3800원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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