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밑바닥을 향한 경주

지역내일 2012-04-02
박상조 (사)기업책임시민 센터이사장 전 공정위 상임위원

사회지도층은 각각 정해진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따른 기대와 맞물려 있다.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은 사회적인 기대에 부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기대가 지도자들에게 역할을 관철시킬 힘을 제공한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지도층이 국민들이 기대를 저버리고 해야 할 역할은 제쳐두고 사적인 이익만 챙기면서 역할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려는 듯하다.

정부 일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합심하여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하다가, 사실이 밝혀져 사법처리를 받는 과정에 서로 돕기도 하고 서로를 배신하기도 하며, 윗선에서는 모르는 일이라 발뺌을 한다.

사회가 맡기지도 않은 역할을 한 것도 부족해서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는 비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라 자랑하는 한 대기업은 수년간 관례적으로 정부의 조사를 방해했다. 위에 말한 두 가지 경우 모두 조직의 지도층은 책임 있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 일어나는 지도층의 이런 행태에 대해 아놀드 토인비가 기성체제의 몰락기에 제 역할을 못한 지배적 엘리트에 적용한 '비속화(vulgarization)'내지는 '야만화(barbarization)'란 표현을 사용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토인비가 말한 지배 엘리트 '비속화'

비속화는 우리 사회의 어중이떠중이들이 하는 잡스런 행위를 본받는 것이고, 야만화란 외국에서 성행하는 비도덕적 행위를 따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지도층은 마치 서로가 질세라 밑바닥을 향한 경주(race to the bottom)를 하는 듯하다.

이 모든 것들의 응축된 결과는 기성체제의 몰락일 것이다. 사회의 기대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지도층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받고 마침내 자신의 역할을 상실하거나 아니면 더 낮은 역할로 좌천된다는 것은 윤리학과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역할 소지자는 아무런 권리를 주장 할 수 없고, 사회적 인정을 요구할 수도 없으며, 사회는 지금까지 그들에게 인정한 특권을 박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도층의 역할이란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능의 분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역할을 위임받은 사람은 자신의 이익과 함께 사회적인 공동선을 염두에 두고 그 역할을 책임감을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도 양심에 따라 살려 노력하고, 최소한 법이 무서워서라도 이렇게 저속하고 야만적인 행동은 삼간다. 스스로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에서 이 나라의 지도층이란 사람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지 짐작이 간다. 소속된 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비난을 퍼붓고 또 다른 당을 만들어 나간다.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이 정도를 넘어선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들의 마음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와 시민들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

도덕감각까지 상실한 사회지도층

칼 융이 위대한 혁신은 절대로 저 위의 편견에 사로잡힌 저명한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오지 않고, 예외 없이 지도층이 무시하는 서민들에게서 나온다고 한 것은 기성 지도층의 이런 모습을 보고 한 말일 것이다. 창의력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도덕감각까지 상실한 기성 지도층에 남은 역할은 아무것도 없다.

있다면 하루빨리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 떠나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밀려나는 형식이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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