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크리스찬 불프 독일 연방 대통령이 17일 돌연 사임했다.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와 여론의 비판에 몰린 사임이었다.
2010년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이 독일군의 아프가니스탄 역할 발언으로 중도 퇴장한 이후 독일이 2년 사이에 두번째로 겪는 대통령 사임이다. 두 사람 모두 안겔라 메르켈 총리가 여당인 기민당(CDU) 정치인 가운데서 직접 선정한 대통령이다. 그 때문에 부적절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추천하고 밀어붙인 메르켈 총리에 대한 비판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더 이상 막중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돼 사임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불프 대통령의 결단은 옳은 결단으로 평가받았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 대통령에 대한 본격 수사 결단을 내린 독일 검찰의 용기와 권력의 비리를 끝까지 파헤친 언론의 역할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0년 취임한 불프 대통령은 지난 두달 동안 니더 작센 주(州)지사 시절(2003~2010)의 비리 혐의로 언론의 공격을 받아왔다. 기업인 친구로부터 저리로 거액의 돈을 빌린 일, 은행으로부터 일반고객보다 훨씬 낮은 이자로 거액의 융자를 받은 비리들이 폭로됐다. 불프 대통령은 보도된 비리들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꼼수를 부리다가 증거가 나오면 시인하는 태도를 보여 대통령으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됐다.
지난 17일 불프 대통령은 사임을 발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2006년 니더 작센주가 영화제작자 다비드 그뢰네볼트에게 거액의 신용보증을 서준 일이 있는데 얼마 후 그뢰네볼트는 불프를 부자들의 휴양지인 질트 섬의 호화호텔에 초대하고 호텔비도 부담했다.
독일 검찰, 대통령의 면책특권 정지 요청
검찰의 이야기다. 그러나 불프는 그뢰네볼트가 지불한 것은 호텔비 전부가 아니라 선약금이며 그 돈은 자신이 나중에 현금으로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면책특권 때문에 불프가 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는 한 검찰이 그르르 제대로 수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면책특권을 내세워 수사를 방해하면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검찰 수사가 대통령의 무죄를 '확인'해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니더 작센주 검찰은 16일 오후 독일 연방하원에 불프 대통령에 대한 소추면책특권 정지를 요청하는 결단을 내린다. 독일 연방공화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이 면책특권을 박탈당한 대통령을 조사하고도 범죄를 확인하지 못하면 대통령직의 명예를 훼손한 엄청난 책임과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수사에 자신이 없는 검찰은 이러한 모험을 했겠는가?
메르켈 총리의 연립 여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하원에서 검찰의 요구를 거부하면 수사는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민당을 비롯한 야권과 여론도 불프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당 내에서도 불프 지지 열기가 식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기댈 데가 없어지고 있는 불프 대통령으로서는 사임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검찰의 면책특권 해제 요구가 보도된 지 24시간도 안 돼 그가 사임을 발표하게 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박희태 사건 해결에 타산지석
국회도 대통령 못지않게 국민의 도덕적 기대를 대표하는 상징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국회의장이 돈봉투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역연한데도 솔직하게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끝까지 꼼수를 부리며 추태를 부리고 있다. 때 늦게나마 잘못을 시인하고 사임 결단을 내린 불프 대통령의 흉내라도 냈으면 한다.
또 하나의 교훈은 독일 검찰과 언론의 자세다. 독일 검찰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국회에 대통령의 면책특권 해제를 요구하는 사상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이는 법 앞에서는 대통령이나 일반국민아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결의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언론들도 국가 최고직이라는 권위에 위축되지 않고 대통령의 비리를 가차없이 탐사 고발하는 용기를 발휘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우리의 검찰과 언론이 지금부터라도 본받아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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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불프 독일 연방 대통령이 17일 돌연 사임했다.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와 여론의 비판에 몰린 사임이었다.
2010년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이 독일군의 아프가니스탄 역할 발언으로 중도 퇴장한 이후 독일이 2년 사이에 두번째로 겪는 대통령 사임이다. 두 사람 모두 안겔라 메르켈 총리가 여당인 기민당(CDU) 정치인 가운데서 직접 선정한 대통령이다. 그 때문에 부적절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추천하고 밀어붙인 메르켈 총리에 대한 비판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더 이상 막중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돼 사임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불프 대통령의 결단은 옳은 결단으로 평가받았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 대통령에 대한 본격 수사 결단을 내린 독일 검찰의 용기와 권력의 비리를 끝까지 파헤친 언론의 역할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0년 취임한 불프 대통령은 지난 두달 동안 니더 작센 주(州)지사 시절(2003~2010)의 비리 혐의로 언론의 공격을 받아왔다. 기업인 친구로부터 저리로 거액의 돈을 빌린 일, 은행으로부터 일반고객보다 훨씬 낮은 이자로 거액의 융자를 받은 비리들이 폭로됐다. 불프 대통령은 보도된 비리들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꼼수를 부리다가 증거가 나오면 시인하는 태도를 보여 대통령으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됐다.
지난 17일 불프 대통령은 사임을 발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2006년 니더 작센주가 영화제작자 다비드 그뢰네볼트에게 거액의 신용보증을 서준 일이 있는데 얼마 후 그뢰네볼트는 불프를 부자들의 휴양지인 질트 섬의 호화호텔에 초대하고 호텔비도 부담했다.
독일 검찰, 대통령의 면책특권 정지 요청
검찰의 이야기다. 그러나 불프는 그뢰네볼트가 지불한 것은 호텔비 전부가 아니라 선약금이며 그 돈은 자신이 나중에 현금으로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면책특권 때문에 불프가 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는 한 검찰이 그르르 제대로 수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면책특권을 내세워 수사를 방해하면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검찰 수사가 대통령의 무죄를 '확인'해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니더 작센주 검찰은 16일 오후 독일 연방하원에 불프 대통령에 대한 소추면책특권 정지를 요청하는 결단을 내린다. 독일 연방공화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이 면책특권을 박탈당한 대통령을 조사하고도 범죄를 확인하지 못하면 대통령직의 명예를 훼손한 엄청난 책임과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수사에 자신이 없는 검찰은 이러한 모험을 했겠는가?
메르켈 총리의 연립 여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하원에서 검찰의 요구를 거부하면 수사는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민당을 비롯한 야권과 여론도 불프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당 내에서도 불프 지지 열기가 식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기댈 데가 없어지고 있는 불프 대통령으로서는 사임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검찰의 면책특권 해제 요구가 보도된 지 24시간도 안 돼 그가 사임을 발표하게 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박희태 사건 해결에 타산지석
국회도 대통령 못지않게 국민의 도덕적 기대를 대표하는 상징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국회의장이 돈봉투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역연한데도 솔직하게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끝까지 꼼수를 부리며 추태를 부리고 있다. 때 늦게나마 잘못을 시인하고 사임 결단을 내린 불프 대통령의 흉내라도 냈으면 한다.
또 하나의 교훈은 독일 검찰과 언론의 자세다. 독일 검찰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국회에 대통령의 면책특권 해제를 요구하는 사상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이는 법 앞에서는 대통령이나 일반국민아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결의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언론들도 국가 최고직이라는 권위에 위축되지 않고 대통령의 비리를 가차없이 탐사 고발하는 용기를 발휘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우리의 검찰과 언론이 지금부터라도 본받아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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