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 지원, 현장에 가보니 “장사도 안되는데 고용보험·국민연금까지 들라고요?”

지역내일 2012-04-06
저소득층·영세자영업자 추가비용 부담스러워 해
소득 노출도 싫어해 … "선거용 아니냐" 의심도

"바쁘신데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아시면 됐네요."

김동연 기획재정부 차관이 '불청객' 취급을 받았다.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자리였다. 5일 김 차관은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에 있는 동일테크노타운 주변의 식당, 소규모 제조업체 등 4곳을 방문했다. 면박을 준 곳만 세 곳이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웬 형식치레냐"는 반응과 "선거운동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도 나왔다. 김 차관은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제2차관(오른쪽)이="" 5일=""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사업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점검에="" 나서="" 한="" 업체=""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방문지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안양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를="" 일부="" 지원해주는="" 이="" 사업은="" 올="" 7월부터="" 전국적으로="" 확산="" 시행된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보험료를 지원해준다고? = 정부가 올해 내놓은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사업은 소규모 업체의 저소득 근로자에게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해 사회보험을 가입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2월부터 안양시 등 16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시범실시한 후 7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국회예산심의과정에서 여야합의로 사업규모가 확대되기도 했다. 올해만 2654억원이 책정됐다. 내년부터는 매년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10인 미만의 사업장에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1년간 지원해주는 것이다. 수혜근로자는 최저임금의 120% 이하(125만원)의 월급을 받는 근로자다.

월 35만~105만원인 근로자가 있는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사업주와 근로자는 4분의 1씩만 내면 된다. 105~125만원인 경우엔 사업주와 근로자, 정부가 각각 3분의 1씩 분담한다.

흉흉한 민심 = 2008년에 시작한 글로벌위기가 햇수로 5년째 접어들면서 서민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정부는 40만개가 넘는 일자리 창출과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선방한 경제성장률, 2%대로 낮아진 물가 등을 선전하고 있지만 음식점, 구멍가게 등 작은 자영업체들까지 체감하기엔 역부족이다.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게 없다"(양귀임 경기중소기업연합회 안양진흥회 사무국장)는 말이 눈앞에 그려졌다. 오리 고기집을 운영하는 임 모 대표는 "지난해 시작했는데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면서 "직원 복지를 위해 보험에 들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가 안 좋아 매출마저 떨어지는데 또다른 지출요인을 가지고 온 정부가 밉기만 한 것이다.

적은 보험료마저 낼 여력이 없는 것은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생계 꾸려가기도 어려운데 보험료까지 내라고 하니 부담일 수밖에 없다. 빈 곳간에서 인심나기 어렵듯 공무원들의 방문이 달가울 리 없다.

"정부가 또 뒤통수 치려는 것 아닌가요" =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가입지원을 독려하는 한 요원은 "가게에 방문해서 '사회보험에 가입하면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안내해주면 먼저 의심을 한다"면서 "정부가 지원해줄 정도로 좋은 정책이라면 굳이 출장까지 나와서 다그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가입지원요원은 "소규모 가게 주인들은 '선거철이니 잠깐 지원해주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고 '지원해 주고는 나중에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고 전했다.

"법위반입니다" = 소규모 사업자와 영세 근로자들의 또다른 고민이 있다. 고용보험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소득이 모두 노출된다는 점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공공연히 저지르고 있는 탈세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세무조사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역시 지우기 어렵다. 근로자들은 저소득층에게 각종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일부러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정부지원을 받는 쪽을 택하는 저소득층이 적지 않을 정도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지원을 받느라 더 큰 정부 지원을 놓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건강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되는 것 역시 비용을 늘리는 요인이다.

정부는 1인이상 고용보험 등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법조항을 활용해 일정기간이 지난 이후엔 가입을 강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동연 차관은 "우선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무조항을 적용하는 데 유보적이다. "지자체가 직접 동장 등을 활용해 홍보를 해 주지 않으면 7월 전국실시 이후 가입시키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김태영 안양시 기획경제국장의 조언과 "복지공단 직원이나 공무원보다는 사업자나 근로자들이 자기 식구라고 생각할 수 있는 협회 등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는 최호열 연금공단 안양지사장의 제안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