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정책은 어떻게 실종되었나

지역내일 2012-04-06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어떻게 하면 실종된 정책대결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방법이 있다.

여야가 24시간 동안 정책공약을 놓고 끝장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1000명에게 물었다. 국가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대비해야 하는 미래변화의 흐름이 무엇인가?

양극화-저출산-고령화-온난화 순이었다.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도 물었다. 일자리 창출-저출산 대책-사회통합 강화의 순서이다. 지난 3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한 결과이다.

그런데 안 보인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한 방안,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제도. 집으로 배달된 각 당의 선거공보물에는 이런 이슈들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찾아보면 있다. 각 당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있고, 정당의 홈페이지에 가면 분야별로 핵심 공약이 걸려 있다. 그런데도 정책은 이번 총선에서 잘 안 보인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이 치열했던 지난 지방선거에 비하면 이번 총선에서 여야간 정책의 대결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우선 정책은 복잡하다. 설명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이 당, 저 당의 정책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무상급식 같은 확연한 쟁점이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짧은 선거기간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정책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정치적 공방이 더 쉽다. 공격과 수비가 분명하고 우리 편과 상대편의 구분이 쉽기 때문이다.

복잡해 우열 가리기 어려워

게다가 선거는 드라마다. 누가 나오는지 궁금하고, 어떤 사람인지 눈길이 간다.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정책보다 인물의 대결이 더 흥미를 끄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승부가 걸린 드라마에서는 어느 편이 앞서는지, 어느 편이 따라잡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여론조사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이다.

요즘 선거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현수막을 걸고, 유니폼을 입고, 로고송을 튼다. 조금이라도 지나가는 유권자의 주목을 받으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복잡한 정책은 현수막에 걸기도 어렵고, 로고송으로 전달하기도 어렵다.

각 당의 공약을 대조하여 비교하는 메니페스토 방식의 언론보도도 있기는 하다.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공약인지. 충분한 재원이 마련된 공약인지. 실현가능하고 실효성이 있는 공약인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언론도 정책대결보다는 판세에 더 관심이 많다. 여야 후보간의 공방이 이야기거리이고 포지티브보다는 네거티브가 화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도에서도 정책은 뒷전이다. 유권자들도 막연한 정책공약보다는 지역단위의 개발공약에 더 끌리는 경우가 많다. 정책공약은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지역개발은 특정한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선거에서 정책이 실종된 것은 정당과 언론과 유권자의 합작품인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선거는 중요한 선택이다. 유권자가 후보도 선택하고 정당도 선택하지만 결국 정책을 선택하는 정치적 행위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이번 선거에서 실종된 정책대결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방법이 있다. 여야가 24시간 동안 정치공방을 멈추고 각 당의 정책공약을 놓고 끝장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정당과 언론과 유권자의 합작품

전례도 있다. 1996년 미국 대선에서 미국이 공영방송과 시카고대학의 연구진이 주관하여 주요국정과제 분야에 관한 대토론회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적이 있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유권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각 당의 후보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토론회는 미국전역에 생방송으로 중계되었다. 2003년에는 유사한 포맷의 토론회가 필라델피아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되기도 했다.

투표일이 이제 5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에서는 어렵겠지만 12월 대선에서는 우리 나라에서도 한번 시도할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