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현장에서 보내 온 편지

지역내일 2012-03-07
"방사능 피폭된 실직자를 다시 사고현장에 … "
무토 루이코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체험기'

1953년 후쿠시마현에서 태어나, 후쿠시마시에 거주하는 무토 루이코(武藤類子·사진)씨가 일본 대지진 1주년에 앞서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회상하는 편지를 본지로 보내왔다.

루이코씨는 오는 24일 경남 합천에서 열리는 '2012합천 비핵·평화대회'에 참석해, 피해 당시의 상황을 증언할 예정이다.

루이코씨는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을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갑자기 산울림 소리를 들었고,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큰 흔들림을 느꼈다. 그는 주변의 목조 주택은 삐걱삐걱 소리를 냈고, 유리와 도기들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루이코씨가 떠올리는 당시의 기억은 공포였다. 라디오에서는 원자로에 제어봉이 삽입되면서 원자로가 긴급 정지됐다는 방송이 나왔다. 잠시 안도의 숨을 쉰 루이코씨는 그 후 여진이 몇 차례나 계속 발생했고, 라디오에서 전해오는 대형 쓰나미 소식에 대피를 준비했다.

루이코씨는 "대피를 준비하는 동안 후쿠시마 원전의 모든 원자로 전원이 차단됐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순간 모든 것이 끝났구나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원전 반대를 외쳐왔던 그로서는 '멜트 다운(Melt Down·노심 용융)'이라는 단어가 바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피해야 하는거야?" = 루이코씨가 보내 온 편지에는 전화도 이메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의 공포가 녹아있다. 그는 어둠이 짙게 깔린 마을을 지나 아이가 있는 친구 집에 서둘러 가서 피난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두 가족은 곧바로 피난을 준비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서쪽으로 차를 몰았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언덕을 넘었다. 그런데 이제 막 도착할 예정인 니가타현에서 진도 6의 지진이 발생했다. 루이코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도대체 어디로 피난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습니다. 망설이던 중 불현듯 다른 사람에게도 이 상황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되돌아가기로 결심하고 차에 가솔린을 가득 채운 뒤 지난밤 달려온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서쪽으로 가는 대형 버스와 동쪽으로 가는 많은 빈 버스가 보였습니다."

집에 돌아온 지 얼마 후 뉴스에서 1호기의 폭발 뉴스를 들었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전화와 메일로 친구들에게 피난할 것을 권고하는 것을 계속 했지만, 14일에는 3호기가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3호기는 '플루서멀(Plu-thermal)'운전을 하는 원자로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피난을 미룰 수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사고 1년 후 원전인식도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원전 폐쇄와 방사능 대책 수립 등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방사선 오염 물질 제거로 또 도쿄전력만 이익 = 그는 야마가타현 텐도시로 향했지만 한 달이 지나자 87세인 어머니는 피로감을 보였고, 결국 4월 중순 후쿠시마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고 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근무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는, 매우 지쳐서 돌아온 후 현장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는 아들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제 친구들은 '방사선 피해가 새로운 차별과 따돌림을 낳지나 않을까'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기준치를 넘은 세슘(Caesium)이 포함된 햅쌀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었으니까요."

당시 도쿄전력측에서는 방출된 방사능 물질은 누구도 아닌, 해당 지역의 토지 소유주가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루이코씨는 "방사선 피해로 실직된 사람이 원전 사고 처리에 관련된 일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 있는 한편, 오염 물질 제거 사업으로 큰 이익을 얻는 것은 도쿄전력 관련 회사와 대기업 종합 건설업자라는 불합리한 현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안타깝게도 예전보다 더 많은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루이코씨는 편지 말미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좁은 국토의 일본에 54개의 원전과 고속증식로 몬주, 핵연료 사이클 기지가 가득합니다. 누구에게 얼마나 많은 이권이 있는 것일까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이 무엇을 초래했는지 깊게 숙고하지 않고 지내온 일본 사회의 미숙함을 생각나게 합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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