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첫 해외출장에서 방문했던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의 '후카사와 환경공생주택'이 화제를 모았다. 태양광 발전, 옥상과 벽면 녹화, 빗물재활용 등 친환경 자원활용도 본받을만 하지만 더욱 주목받는 것은 마을이 만들어진 과정이다.
후카사와주택단지 주민들은 개발에 들어가기 전 위원회를 만들어 마을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에 대해 직접 논의했다고 한다. 2년 3개월에 걸쳐 집안 문턱을 없애는 것부터 나무 한 그루 베는 것까지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주민들이 살 집을 주민들의 의견으로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은 노인주택 17가구와 장애인주택 3가구도 단지 안에 마련,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지금도 후카사와주택단지는 자치회를 통해 단지관리를 하며 거주자 스스로 마을을 키워가고 있다. 화단이나 옥상정원 등을 직접 관리하고 마을에 문제가 생기면 자치회를 중심으로 해결하면서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실현하고 있다.
우리도 주민자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현재 주민자치의 중심인 '자치회관'이란 명칭의 연혁만 봐도 그렇다.
1999년 서울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동 기능전환 시범구로 선정되어 동사무소를 '동민의 집'으로 전환해 운영했다. 해방 전후 '동회'에서 시작한 주민자치는 '동민의 집'을 거쳐 '주민자치센터' 그리고 현재 '자치회관'까지 변천을 거듭해있다.
'주민자치회관' 명칭에 담긴 의미
모든 명칭이 그렇듯 그것에는 분명 의미가 있고 사명이 있다. 자치회관이라 이름붙인 까닭은 이렇다. 지역 사정과 그 살림살이에 필요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는 주민이 제일 잘 알고 그런 만큼 주민이 구심체가 되어 마을 발전을 위한 자치 실현 공간으로 활용하라는 의미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각 동마다 특화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 지난해 성동구에서는 금호1가동이 재활용품 상설가게 '보물단지'를 주민들이 직접 열고 운영해 주민자치 모범사례로 인정받기도 했다.
성동구는 금호1가동이 그랬듯 올해 주민참여형 '1동 1마을 특성화 사업'을 17개동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성수2가제1동은 지역 특성을 살린 '중소기업 제품 홍보관'을 설치하고 저소득 어르신과 주민이 많은 옥수동 지역의 '알뜰 미용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다. 마장동은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한국 정착을 돕는 '다누리(다문화 가족 모두가 누린다는 뜻) 행복마을 만들기'를, 금호2·3가동은 수익금을 장학사업에 활용하는 '금남 전통시장 행복장터'를 열었다.
각각의 동 특성에 맞춘 사업, 사업 명칭만 봐도 어느 동네 것인지 알 수 있는 사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과 그 기능을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역에 대한 다양한 전문지식과 지역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주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치회관의 기능 또한 더 다양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정기능 뿐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공간, 노·장년층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여건만 된다면 노부모를 돌보는 탁로소(託老所)도 마련됐으면 한다.
주민자치 신념이 있는 풀뿌리공동체
현재 운영중인 데이케어센터 기능을 하는 공간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것도 주민자치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지역 내 어르신들의 공동생활 공간을 한곳에 마련하기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동네별로 데이케어센터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면 예산절감을 비롯해 훨씬 성공적으로 운영알 수 있다.
한 마을에 살다보면 어느 집이 어려운지, 치매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있는 집이 어디인지 다 알게 된다. 어르신을 돌보는 문제도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다면 더욱 정감 넘치는 마을이 되지 않을까.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