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한 한국정치
남봉우 정당팀장
어느덧 2001년 한해도 저문다. 한해 내내 소용돌이쳤던 정치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새로운 해를 맞는다. 한해를 돌이켜보면 정치는 희망을 일구기는커녕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들로 점철됐다는 기억만 남는다.
독일의 작가 안톤 시나크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에서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그 편지에 ‘사랑하는 아들아, 네 소행들로 인해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지새웠는지 모른다…’라고 씌어진 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썼다.
새해벽두 ‘의원 꿔주기’로 시작해,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각종 게이트와 권력형 비리 의혹, 방탄국회, 끝없는 여야대립, 일단 내뱉고 보자는 식의 폭로정치, 해마다 예산안 처리를 헌법이 정한 시한을 넘기고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국회의원들…. 국민들은 올 한해 이런 정치권의 모습을 보며 ‘많은 날을 잠 못 이루게 한 너희 정치인들의 소행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4대 게이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부패한 정치권
신사년 새해 시작부터 유권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의원 꿔주기’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우리를 슬프게 한 사건이었다. 당적을 하루아침에 자민련으로 바꾼 민주당 의원들은 제1당 한나라당의 횡포에 맞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변했다. 소수여당이 다수를 만들기 위한 꼼수였는데 꼭 그렇게 해야만 했었는지 이해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2001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은 바로 ‘4대 게이트’일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이런 ‘게이트’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굳이 야당의 폭로를 빌리지 않더라도 많은 국민들은 게이트의 배후로 DJ정권의 권력실세들을 떠올린다. 국민들은 각종 금융사기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턴 일부 벤처사기꾼에 대해 분노하고, 정부사정기구 내 고위관료들과 권력실세들이 그들로부터 검은 돈을 받고 비호하려고 했다는데 대해 절망한다.
정치평론가들은 올 한해가 ‘한나라당의 해’라고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4·26 재보선과 10·25 재보선에서 완승했고, 그 결과 과반수에서 한석 모자라는 사상 초유의 거대야당을 이뤄냈다. 반면 고배를 마신 민주당은 아직도 당쇄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회창 대세론’은 국민들 사이에 보통명사가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 한나라당이 보여준 정치행태 또한 우리를 전혀 기쁘게 하지 못했다. 최근의 건보재정 통합 문제, 교원정년 연장법안 처리 등에서 한나라당은 ‘정치 없음’의 극치를 보여줬다. 아무리 야당이라고 하지만 무책임한 폭로와 분별 없는 대치, ‘수(數)의 힘’에만 의존하는 듯한 국회전략은 정치불신을 더욱 부채질했을 뿐이다.
노 정치인들의 노욕(老慾)을 다시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내년 1월 다시 대선출마를 선언한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내년 대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새천년이 시작된 후에도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은 인물을 다시 만나야한다는 게 얼마나 국민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지 그들은 알고나 있는지.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쇄신 약속이 식언이 되었기 때문에 기대를 거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부패사정의 총수격인 청와대 신광옥 전 민정수석과 김은성 전 국정원차장, 이무영 전경찰청장 등 권력핵심에 있었던 인사들이 구속될 수밖에 없었던 일들 특히 그들이 모두 특정지역 출신이란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절망속에서 작은 희망의 싹을 키우는 새해 되길
내년은 지방선거와 대선이 치러지는 ‘선거의 해’이다. 선거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희망’이다. 정치의 기존 틀을 어떤식으로건 깰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거는 기본적으로 ‘혁신’이고 ‘희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마음 속의 2002년 정치전망은 아직 빛 바랜 회색이다. 우리 국민의 지난 한해만 꼽아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절망투성이인 정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는 작은 희망의 싹을 본다.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 몰고 온 정당개혁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그것이고, 현실적으로건 물리적으로건 내년 선거 이후에는 정치권이 3김의 직접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필연적인 변화가 그것이다.
최근 국정홍보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9.5%가 정당·국회를 믿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10%가 있다는 것은 희미하지만 ‘희망’이라고 볼 수 있다.
남봉우 정당팀장
남봉우 정당팀장
어느덧 2001년 한해도 저문다. 한해 내내 소용돌이쳤던 정치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새로운 해를 맞는다. 한해를 돌이켜보면 정치는 희망을 일구기는커녕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들로 점철됐다는 기억만 남는다.
독일의 작가 안톤 시나크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에서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그 편지에 ‘사랑하는 아들아, 네 소행들로 인해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지새웠는지 모른다…’라고 씌어진 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썼다.
새해벽두 ‘의원 꿔주기’로 시작해,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각종 게이트와 권력형 비리 의혹, 방탄국회, 끝없는 여야대립, 일단 내뱉고 보자는 식의 폭로정치, 해마다 예산안 처리를 헌법이 정한 시한을 넘기고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국회의원들…. 국민들은 올 한해 이런 정치권의 모습을 보며 ‘많은 날을 잠 못 이루게 한 너희 정치인들의 소행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4대 게이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부패한 정치권
신사년 새해 시작부터 유권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의원 꿔주기’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우리를 슬프게 한 사건이었다. 당적을 하루아침에 자민련으로 바꾼 민주당 의원들은 제1당 한나라당의 횡포에 맞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변했다. 소수여당이 다수를 만들기 위한 꼼수였는데 꼭 그렇게 해야만 했었는지 이해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2001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은 바로 ‘4대 게이트’일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이런 ‘게이트’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굳이 야당의 폭로를 빌리지 않더라도 많은 국민들은 게이트의 배후로 DJ정권의 권력실세들을 떠올린다. 국민들은 각종 금융사기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턴 일부 벤처사기꾼에 대해 분노하고, 정부사정기구 내 고위관료들과 권력실세들이 그들로부터 검은 돈을 받고 비호하려고 했다는데 대해 절망한다.
정치평론가들은 올 한해가 ‘한나라당의 해’라고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4·26 재보선과 10·25 재보선에서 완승했고, 그 결과 과반수에서 한석 모자라는 사상 초유의 거대야당을 이뤄냈다. 반면 고배를 마신 민주당은 아직도 당쇄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회창 대세론’은 국민들 사이에 보통명사가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 한나라당이 보여준 정치행태 또한 우리를 전혀 기쁘게 하지 못했다. 최근의 건보재정 통합 문제, 교원정년 연장법안 처리 등에서 한나라당은 ‘정치 없음’의 극치를 보여줬다. 아무리 야당이라고 하지만 무책임한 폭로와 분별 없는 대치, ‘수(數)의 힘’에만 의존하는 듯한 국회전략은 정치불신을 더욱 부채질했을 뿐이다.
노 정치인들의 노욕(老慾)을 다시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내년 1월 다시 대선출마를 선언한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내년 대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새천년이 시작된 후에도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은 인물을 다시 만나야한다는 게 얼마나 국민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지 그들은 알고나 있는지.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쇄신 약속이 식언이 되었기 때문에 기대를 거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부패사정의 총수격인 청와대 신광옥 전 민정수석과 김은성 전 국정원차장, 이무영 전경찰청장 등 권력핵심에 있었던 인사들이 구속될 수밖에 없었던 일들 특히 그들이 모두 특정지역 출신이란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절망속에서 작은 희망의 싹을 키우는 새해 되길
내년은 지방선거와 대선이 치러지는 ‘선거의 해’이다. 선거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희망’이다. 정치의 기존 틀을 어떤식으로건 깰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거는 기본적으로 ‘혁신’이고 ‘희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마음 속의 2002년 정치전망은 아직 빛 바랜 회색이다. 우리 국민의 지난 한해만 꼽아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절망투성이인 정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는 작은 희망의 싹을 본다.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 몰고 온 정당개혁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그것이고, 현실적으로건 물리적으로건 내년 선거 이후에는 정치권이 3김의 직접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필연적인 변화가 그것이다.
최근 국정홍보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9.5%가 정당·국회를 믿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10%가 있다는 것은 희미하지만 ‘희망’이라고 볼 수 있다.
남봉우 정당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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