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경찰 “수사권 주장 민망”

지역내일 2012-04-16
고위간부 잇단 비리·룸살롱 황제 부실대응 비판에 발목
수원 살인사건 초동대응 실패 은폐로 '본업' 신뢰 위기

경찰이 총체적 위기에 몰려있다. 올해들어 고위직 간부들의 비리연루 사건이 잇따르더니 '룸살롱 황제'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던 경찰들이 최근 줄줄이 구속돼 청렴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게다가 최근 수원 20대여성 납치·살해사건의 초동대응에 실패하고 이를 은폐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본업'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태다. 수사권 강화 주장은 커녕 내부 수습에도 벅찬 분위기다.

◆경찰, 잘하나 싶었는데 … = 경찰은 올해 초만 해도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의 갈등 국면에서 뚜렷한 목소리를 내며 상황을 주도하는 듯 보였다.

경찰청은 지난 1월, 검·경 수사권과 관련된 개정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이 시행되자 "검찰의 내사지휘를 거부하라"는 내용의 수사실무지침을 일선에 하달했다. 또 수사구조개혁단을 통해 검찰과의 수사 갈등에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경찰의 사건접수 거부가 잇따르자 대검찰청이 단순 진정·탄원 사건은 경찰에 내사지휘를 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리는 등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밀양에서 경찰관이 담당 검사를 폭언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국민들의 걱정거리도 일정부분 해소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때는 이를 방조한 교사들을 입건하는 등 근절의지를 보이고 조현오 청장이 "4월까지 학교폭력을 근절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경찰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총체적 내부비리에 발목 = 그러나 이런 경찰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아닌 내부 비리였다.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경무관급 이상 고위간부가 벌써 3명이다.

최근 구속기소된 이철규(55)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제일저축은행이 유흥업소에 불법대출을 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당시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수십 차례에 걸쳐 5000만원 안팎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청장은 이 사건 전까지만 해도 고졸출신의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으며 차기 청장감으로 거명되기도 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파견근무를 하던 박병국(50) 경무관도 같은 문제로 구속된 상태다. 박 경무관은 경찰청 보안과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모 전자업체 부사장으로부터 진급비용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고 이 업체의 법인카드를 쓰는 등 지난해까지 모두 1억2000만원어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모 지방청장의 경우 이전 근무지에서 사건청탁과 함께 수백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내부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룸살롱 사건' 신뢰도 치명타= 경찰은 검찰이 수사중인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으로 경찰의 부패와 감싸기가 만연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총 7명의 경찰관이 이씨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로부터 돈을 받은 비리경찰의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경찰이 지난 2010년 이경백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금품수수 혐의가 있는 경찰관들을 다수 확인하고도 솜방망이식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는 사실이다.

2010년 당시 서울경찰청은 이씨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난 경찰관 69명에 대해 감찰조사를 실시, 당사자의 소명을 듣고 징계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들 중 절반 가량은 "이씨를 몰랐다"는 해명이 받아들여져 '불문'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감찰내용에 따르면 통화를 심야에 수십통씩 한 경찰관조차 이씨와의 관계를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상당수였지만 정작 사법처리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현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빤히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계좌 추적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이씨가 입을 열지 않아 사법처리가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에서 구속사례가 잇따르면서 부실감찰이라는 오명을 벗긴 힘들게 됐다.

이경백 사건은 경찰의 수사권 강화 동력에도 적지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경찰대 1기 출신인 황 기획관은 1990년대부터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하며 검경 수사권 갈등 국면마다 경찰의 중추 역할을 해왔지만 이 사건 등으로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차기청장, 내부수습이 과제 = 여기에 4월 발생한 수원 20대여성 납치·살해사건은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경찰의 '본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정타가 됐다. 경찰은 피해여성의 112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도 이 사실을 덮으려 했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에 부딪혔고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였던 조 청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 상태로는 수사권 독립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며 "차기 청장도 임기 내내 내부수습에 급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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