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서관과 함께하는 이경기 기자의 생활판례] (60)명의신탁

지역내일 2012-04-13
손자명의 계좌에 예금했다가 사망 … 예금은 손자 것? 자식에 상속?

금융실명제 실시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금명의자가 실질적인 거래자로서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명의신탁을 둘러싼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예금명의자가 아니라 실제로 돈을 예금한 출연자를 실질적인 거래자로 보는 경우가 있어 판단이 쉽지 않다. 금융실명제의 입법 취지대로라면 예금명의자에게 모든 권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예금 출연자가 사망할 경우 예금은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의 공동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판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A씨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월남해 잡화상이나 염전업 등을 통해 재산을 모았고 1982년 무렵 자신의 소유 부동산을 아들들에게 증여했다. 또한 증권회사에 손자인 B씨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돈을 관리했다.

하지만 A씨가 사망한 후 A씨의 딸인 C씨가 돈을 인출해 자신의 명의 계좌에 입금했다. B씨는 자신의 고모인 C씨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며 법원에 부당이득 소송을 냈다. B씨는 할아버지인 A씨가 손자인 자신에게 재산을 증여하기 위해 증권계좌에 돈을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C씨는 아버지인 A씨가 비과세혜택을 받기 위해 손자들의 계좌를 이용한 것일뿐 계좌의 돈은 상속재산이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예금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A씨라며 C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의 재산상태에 대해 상속재산분할심판 소송 과정에서 B씨의 아버지도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많았음에도 C씨 계좌에 입금된 돈에 대한 반환 등을 주장한 사실이 없다"며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돈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A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금융실명제를 들어서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민등록증 등을 통해 실명확인을 한 예금명의자가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A씨가 증권회사에 투자할 당시 B씨의 계약상 권리를 배제할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권리는 B씨에게 있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예금의 권리가 A씨에게 있고 상속재산이 된다고 본 반편, 2심 재판부는 금융실명제에 따라 명의자인 B씨에게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명의신탁 관계는 반드시 신탁자와 수탁자 간의 명시적 계약에 의해서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묵시적 합의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다'는 2001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1심 재판부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A씨가 B씨에게 계좌와 관련된 자금이나 권리를 증여했다고 볼만한 뚜렷한 자료가 없다"며 "A씨가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계좌의 명의를 신탁한 것이고 A씨가 사망함에 따라 증권회사가 계좌의 통장과 인장을 소유한 공동상속인 중 1명인 C씨에게 수익증권의 매도대금을 유효하게 변제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 판결전문은 법원도서관 홈페이지 판례·판결정보 '2012.4.1 판례공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 - 2011다86720 자료=법원도서관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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