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말 중국과 관계개선 모색

지역내일 2012-03-21
중국 원유도입 추진 계기
미 대사 불러 자문 듣기도

정부는 1970년대 말 중국산 원유도입 추진을 계기로 중국과 관계개선을 적극 검토한 사실이 밝혀졌다.

외교통상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중공산 원유도입'(1978~81)이라는 제목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1978년 10월 프랑스 당국으로부터 "중국산 석유를 프랑스를 통해 구입할 의사가 있다면 이를 적극 추진할 용의가 있다"는 제안을 받고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미중 수교정상회담의 경위와 영향 등에 관한 의견을 청취한 것도 드러났다.

그해 12월 19일 박동진 외무부장관은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미중 수교정상회담의 경위 및 영향 등에 관해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미국 석유회사가 중국산 원유를 한국에 수입하는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고, "중국만 동의한다면 중국산 원유를 도입하는 것은 한중간 장래 관계를 위해서 유익한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중앙정보부도 1979년 1월 15일 "중국과의 관계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앙정보부는 (1973년) 6·23 선언에 따라 중국이 비공산적성국가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며, 국가보안법의 입법 취지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외무부와 관계기관의 노력으로 1980년 8월 중순 경인에너지가 저유황원유의 시험사용을 위한 중국산 원유 12만 배럴 가량을 도입키로 했으며, 다음해 3월 중순 한화그룹 골든벨상사가 중국산 원유를 10년간 장기구입 하기 위한 교섭에 착수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중국산 원유도입은 1988년 300만 배럴, 1997년 3,600만 배럴까지 급증한 뒤 현재는 연간 300만 배럴 소량 수입되고 있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는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우리 정부도 중국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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