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첫해인 신사년 한해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
지난 1년 전 지구촌은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으나 세계는 지금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갈등과 불안 속에 휩싸여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연일 터져 나오는 부정과 비리 문제로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몸살을 앓고있다.
교육개혁, 의약분업, 빅딜, 농정정책 등 굵직한 개혁정책이 실패작으로 남을 공산이 크며, 그 중에서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가히 세계적이고 어떤 불경기에도 끄떡하지 않는다는 교육분야의 개혁이 가장 큰 문제로 남아있다. 교육이 이 정부 들어 완전히 붕괴되고 있다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일치되는 견해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교육제도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인 대학입시제도 개혁은 단순한 시험제도 변경만으로 해결되지 않음은 이미 결론이 나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아직도 그 주위를 맴돌고 있고 식상한 국민들은 교육이민을 고민하고 있다. 제도권 안에서 공교육을 시행하면서 학벌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책기조와 최일선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직자의 비전을 앗아가는 교육정책 방향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오늘의 교육이 위기를 맞고있는 원인은 첫째, 정부에서 준비성 없이 추진하는 교육개혁이다. 교사 정년단축 등과 같이 개혁을 앞세운 교육정책의 무리한 강행과 잦은 변경은 신뢰를 잃었고, 학벌의 필요성은 엄연한 현실이며 결코 없어질 문제가 아닌 곳에 개혁의 포장을 열심히 치고있는 형상이다.
둘째, 교육정책 담당자들의 무소신과 자긍심 상실이다. 교육자는 강단을 지키며 명예와 권위 그리고 자존심을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제도권의 교육정책이 교직자를 보호해주지 않고 스스로를 벼랑으로 내몰면 누가 대변하고 보호해 줄 것인가? 교육자에게 맡겨두어야 할 교육의 기본적인 환경과 울타리를 침해하는 정책은 결국 사기저하, 의욕상실, 교실붕괴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셋째, 교직자 스스로의 교직 철학과 자구노력 결여이다. 교육과 학문을 숭상한 학자는 항상 우리 곁에 남아있듯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백년대계 수호자적 올바른 철학과 신지식 습득 및 연수를 통한 현실성 있는 소양 제고만이 사교육의 열풍을 잠재우고 공교육을 바로잡는 방안일 수 있으며, 어쩌면 제도권에 몸담은 교직자 스스로의 안일함이 오늘의 공교육 위기를 자초하였는지 모를 일이다.
넷째,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개인주의적 과잉 욕구이다. 이는 자연스럽고 기본적일 수 있으나 내 자식도 결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하므로 개인주의적 과잉 욕구에 대한 폐해는 부메랑이 되어 아무리 던져버려도 되돌아오게 된다. 주위가 온통 쓰레기장인데 내 집 앞만 열심히 쓴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을까? 바람 한번 불면…
공교육에 앞서 인간으로서 기본 틀을 형성하는 가정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마냥 온실 속에서만 키울 수 없다면 과잉보호의 자녀 교육관을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하는 교육을 다룸에 있어 모두가 능동적으로 변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 컴맹이 강단에 남아서도 안되며, 교육 문제를 모색함에 있어 외부 인사들을 끌어들여 분란만 일으키는 정책 또한 위험한 것이다.
우리 자녀들의 경쟁력 있는 교육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권위를 어떻게 지켜줄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닮고 싶어지는 인격체로 존재할 수 있도록 우리가 예우하고 존경해야할 교장선생님의 좌석을 행사장 맨 끝에 마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며, 결코 일반적인 노동법 적용의 노동자가 아니면서 교육을 노동운동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 또한 기본적으로 위험할 것이다.
백년대계인 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음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인기에 영합한 졸속 행정이나 막연한 근시안적 사고로 어설프게 백년대계를 얽어매려 한다면 혼란과 반발만을 초래하게 된다. 즉 바람 한번 불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교육정책과 그 바람에 휘청거리는 교육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승섭 안동정보대학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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