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준 동아대 교수 정치외교학
19대 총선에서 접전지가 아니면서도 전국적 관심을 모았던 곳은 문재인과 손수조가 대결한 부산의 사상구였다. 접전지가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재인의 승리를 예상했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구가 전국적 관심을 집중시킨 이유는 손수조 뒤에 있는 박심(朴心)의 위력을 궁금해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전략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에 야권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대선까지 선거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고, 새누리당은 태풍을 잠재우기 위해 가냘픈 정치신인 손수조를 공천했다.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약점이 없는' 후보로 등극
문재인의 대항마로 새누리당이 손수조를 공천했을 때만 하더라도 대다수 전문가들의 반응은 신선함보다는 부정적이었다.
"거물급 야당 정치인의 대항마로 무명의 신인을 지목하는 것은 부산 주민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모욕적인 공천이다." "적장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업계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야비한 짓이다." "정면승부는 고사하고, 패배해도 잃을 것이 없는 정치신인을 내세워 바람빼기 작전을 펼치려 하고 있다."
사상구 주민들의 반응 또한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새누리당이 부산 사상구를 버렸다"고 개탄했다. 사상구의 핵심당원 100여명은 지역을 지키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탈당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모든 면에서 평범한 것은 오히려 비범하다'는 말이 있듯이, 손수조의 장점은 그가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에 있었다. 그는 청와대나 정부에서 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명박정부의 실정을 추궁할 수도 없고, 조직이나 직장생활을 한 적도 없기 때문에 부패가 있는 것도 아니며, 결혼도 하지 않아 스캔들도 있을 수 없었다.
정당 활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치성향도 알 수 없으며, 언론에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숨겨진 막말도 없었다. 심지어 표절로 흠집낼 수 있는 흔한 논문조차 없는 인물이다. 역대 선거 중에서 가장 정책이 사라지고 네거티브가 주도한 19대 총선에서 손수조는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약점이 없는' 후보로 등극했다.
다윗은 물가에서 돌멩이 5개를 들고 골리앗에게 갔다고 한다. 손수조는 전세금 3000만원을 들고 문재인에게 도전했다. 유세도 남동생하고 단 둘이 다니면서 골목골목 누볐다. 이런 새로운 스타일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거물에 맞서는 데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바쁜 일정을 쪼개어 여러 차례 손수조에게 지원유세를 갔다.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일었던 즉석 카퍼레이드에 나서기도 했다. 박 위원장이 이처럼 손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부산·경남(PK)에 불고 있는 야권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의 잠재적인 대권 라이벌로 꼽히는 문재인을 '손'을 통해 막으려 했다.
새누리, 2030 유권자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공세적 메시지
성경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지만, 현실에서는 손이 문을 닫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손이 문에 끼는'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다.
문재인 당선인이 55% 손수조 후보가 43% 지지를 받았는데, 총선 전 여론조사가 거의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 것과 비교해보면 손이 상당히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박근혜 위원장은 손을 이용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태풍을 찻잔 속에 가둔 것이다.
새누리는 선거에서 패한 손수조를 13인으로 구성된 전당대회준비위원에 포함시켰다. 이준석, 손수조와 같은 젊은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야권이 독점하는 2030 유권자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공세적 메시지이다. 정치는 죽어야 사는 반전의 드라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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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에서 접전지가 아니면서도 전국적 관심을 모았던 곳은 문재인과 손수조가 대결한 부산의 사상구였다. 접전지가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재인의 승리를 예상했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구가 전국적 관심을 집중시킨 이유는 손수조 뒤에 있는 박심(朴心)의 위력을 궁금해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전략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에 야권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대선까지 선거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고, 새누리당은 태풍을 잠재우기 위해 가냘픈 정치신인 손수조를 공천했다.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약점이 없는' 후보로 등극
문재인의 대항마로 새누리당이 손수조를 공천했을 때만 하더라도 대다수 전문가들의 반응은 신선함보다는 부정적이었다.
"거물급 야당 정치인의 대항마로 무명의 신인을 지목하는 것은 부산 주민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모욕적인 공천이다." "적장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업계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야비한 짓이다." "정면승부는 고사하고, 패배해도 잃을 것이 없는 정치신인을 내세워 바람빼기 작전을 펼치려 하고 있다."
사상구 주민들의 반응 또한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새누리당이 부산 사상구를 버렸다"고 개탄했다. 사상구의 핵심당원 100여명은 지역을 지키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탈당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모든 면에서 평범한 것은 오히려 비범하다'는 말이 있듯이, 손수조의 장점은 그가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에 있었다. 그는 청와대나 정부에서 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명박정부의 실정을 추궁할 수도 없고, 조직이나 직장생활을 한 적도 없기 때문에 부패가 있는 것도 아니며, 결혼도 하지 않아 스캔들도 있을 수 없었다.
정당 활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치성향도 알 수 없으며, 언론에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숨겨진 막말도 없었다. 심지어 표절로 흠집낼 수 있는 흔한 논문조차 없는 인물이다. 역대 선거 중에서 가장 정책이 사라지고 네거티브가 주도한 19대 총선에서 손수조는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약점이 없는' 후보로 등극했다.
다윗은 물가에서 돌멩이 5개를 들고 골리앗에게 갔다고 한다. 손수조는 전세금 3000만원을 들고 문재인에게 도전했다. 유세도 남동생하고 단 둘이 다니면서 골목골목 누볐다. 이런 새로운 스타일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거물에 맞서는 데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바쁜 일정을 쪼개어 여러 차례 손수조에게 지원유세를 갔다.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일었던 즉석 카퍼레이드에 나서기도 했다. 박 위원장이 이처럼 손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부산·경남(PK)에 불고 있는 야권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의 잠재적인 대권 라이벌로 꼽히는 문재인을 '손'을 통해 막으려 했다.
새누리, 2030 유권자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공세적 메시지
성경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지만, 현실에서는 손이 문을 닫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손이 문에 끼는'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다.
문재인 당선인이 55% 손수조 후보가 43% 지지를 받았는데, 총선 전 여론조사가 거의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 것과 비교해보면 손이 상당히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박근혜 위원장은 손을 이용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태풍을 찻잔 속에 가둔 것이다.
새누리는 선거에서 패한 손수조를 13인으로 구성된 전당대회준비위원에 포함시켰다. 이준석, 손수조와 같은 젊은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야권이 독점하는 2030 유권자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공세적 메시지이다. 정치는 죽어야 사는 반전의 드라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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