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학교폭력 근절” 약속했지만 …

지역내일 2012-04-23
신고건수·가해학생 검거 늘었지만 한계 봉착 … 학교와 교사가 침묵·방관 막아야

경찰이 4월 말까지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학교폭력은 결국 '교문 안'의 문제인 만큼 학교가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17신고건수 전년대비 172배 = 지난해 말 대구에서 학교폭력을 겪던 중학생이 자살, 파문이 일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2월 "4월까지 학교폭력을 근절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신고접수를 활성화해 심각한 사건은 사법대응하고 경미한 건은 교육계에 맡기겠다는 게 대책의 핵심이었다. 경찰이 일종의 '위력'을 행사함으로써 학교폭력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이를 목표로 경찰은 117 학교폭력 신고전화 센터를 전국 규모로 확대설치하고 각종 홍보에 나섰다. 성과는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117신고센터에 접수된 학교폭력 신고전화는 3월 현재까지 4126건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172배 증가했다. 신고전화는 올해 들어 1월 616건, 2월 1124건, 3월 2386건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고자가 피해자 본인인 비율도 같은 기간 28%에서 43%, 49%로 높아져 신고의 자발성이 높아졌다는 게 경찰의 자체 평가다.

경찰이 전담팀을 구성, 단속을 실시한 결과 1분기에 검거된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6920명을 기록, 지난해 3925명보다 76.3% 늘어났다. 폭력이 경미해 선도한 후 훈방, 불입건한 가해학생의 수도 1363명으로 지난해 608명보다 2.2배 늘었다.

경찰은 현재 전국적으로 5042명의 학생이 가입한 408개 일진 등 불량써클의 현황을 파악해 관리한 결과 이중 108개 써클이 해체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분기동안 확인된 가해자 5647명에 대한 사항을 해당 학교에 통보했다.

피해자·목격자 절반 이상 '침묵' = 그러나 이같은 성과가 무색하게 지난 16일 경북 영주에서도 중학생이 학교폭력을 비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비극의 원인은 '교문 안'에 있었다.

1년 이상 만성적으로 학교폭력에 시달린 이 학생은 지난해 5월 학교 심리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 판정을 받았다. 두 달 뒤 영주교육청 학교폭력상담센터에서 상담도 받았지만 센터의 권유로 정신과 진료를 한 번 받은 후 원예치료만 받아 형식적인 대처였다는 지적이다. 올들어 해당 중학교에서는 자살예방교육과 폭력예방운동을 실시했지만 그 기간에도 학교와 교사는 이 학생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음을 몰랐다.

학교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한계가 있는 이유는 폭력을 당한 학생도, 목격한 학생도 대부분 도움을 요청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해학생에 대한 계도 역시 경찰보다는 학교에서 이뤄져야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국내 초·중·고등학생 91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 중 51.4%는 피해를 입고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 역시 56.3%가 "같이 피해를 입을까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모른척 방관하고 있었다.

가해학생 중 학교폭력을 저지르지 않게 된 학생의 경우에도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학교교육에 기인한 바가 컸다. 조사에서 가해학생 중 최근 1년간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하지 않게 된 이유 중 1순위는 '스스로 나쁜 행동임을 알게 돼서'로 64.5%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학교 담임선생님이 아셔서 꾸지람을 들었다'는 응답이 11.5%, '학교에서 처벌을 받았다'는 응답이 5.1%를 기록해 학교교육으로 인해 학교폭력을 멈춘 경우가 상당수였다. 반면 '경찰서에 신고돼 조사와 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는 2.0%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박옥식 청예단 사무총장은 "조사된 학교폭력의 78%는 교내에서 벌어지고 있어 이를 실질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은 교사"라며 "학교 및 교사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대처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은 계속 증가세 = 한편 이 조사에서 최근 1년간 벌어진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의 비율은 18.3%, 학교폭력을 가한 학생의 비율은 15.7%에 달했다. 2010년의 피해율 11.8%, 가해율 11.4%에 비해 늘어났다. 학교폭력 피·가해율은 2006년 17.3%, 2007년 16.2%, 2008년 10.5%, 2009년 9.4%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다 지난 2년간 급증, 지난해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학교폭력의 심각성도 2008년부터 28.6%에서 지난해 41.7%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죽을만큼' '많이' 고통스러웠다는 학생이 전체의 33%에 달했다.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 1677명 중 자살 생각을 해 봤다는 비율도 31.4%를 기록, 전년의 30.8%보다 소폭 늘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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