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협동조합의 해에 자율성 후퇴

지역내일 2012-04-25
정부 압박에 눈치보기·내분으로 갈팡질팡 … 정부는 수산고위직 줄여

정부가 수산양식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각종 비전을 발표하고 있지만 수산부문은 최근 성장기회를 견인할 지도력을 찾지 못하고 내홍에 휩싸여 있다.

정부 고위직에서 정통 수산공무원은 사라지고 있고 최대 수산조직인 수협중앙회는 정부눈치를 보며 내분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수산을 대변할 세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 압박에 숨쉴 틈도 없다" = 국내 최대 수산조직인 수협중앙회는 최근 차기 지도·경제대표이사 선출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23일 오는 26일로 예정된 이사회를 연기한다고 밝혔다(사진 참조).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차기 지도·경제대표이사 선출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 등을 결정하기 위해 소집한 이사회가 불과 며칠만에 무기 연기로 바뀐 것이다.

당초 중앙회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인사추천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한 후 지난 13일 조합장 총회에서 부결된 지도·경제대표이사 선출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었다. 13일 조합장 총회는 이달초 열린 인사추천위원회가 단독 추천한 박규석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열고 42대 49로 부결시킨 바 있다.

조합장 총회 결과는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의 격노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따랐다. 서 장관이 이종구 수협중앙회장과 상의해 임광수 전 농식품부 수산정책실장을 후보로 등록했지만 예선전인 인사추천위에서 떨어진 데 대해 수협이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 수산전문지는 중앙회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총회를 하루 앞둔 12일 밤 10여표가 박 후보 찬성에서 반대로 바뀌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총회 이후 수협중앙회와 수협조합장들은 뚜렷하게 양분되고 있다. 한 조합장은 "과정이 좋지는 않았지만 표로 나타난 게 상황을 종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장은 "길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개입한 것이나 정부 눈치를 본 것이나 모두 잘못됐다"고 말했다.

총회 이후에도 수협이 지나치게 정부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가 인사추천위원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지난 20일 이사회는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이는 한번 구성된 인사추천위원의 임기는 '당해 임원선출을 끝낼 때까지'라는 정관을 위반한 것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산계의 한 인사는 "여기다 정부가 추천해야 되는 조합장 1명을 일선 조합장들이 거부하는데다 이 회장이 추천하는 2명의 조합장 몫까지 일선에서 거부하고 있어 새로운 인사추천위원을 찾는 게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도·경제대표 재선출 일정이 촉박한데도 26일 이사회를 무기 연기하게 됐다는 해설도 나온다.

수협중앙회는 지난해 국제협동조합연맹에서 주는 '로치데일 파이오니어상'을 수상하며 협동조합운동의 지도세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세계협동조합의 해에 자율조직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스스로 쌓아온 성과를 허물고 있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조직에 어느 정도 자율성이 있어야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데 숨쉴 틈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 1급 이상 고위직에 수산인력 없어 = 정부도 수산부문의 갈등을 조율해나가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9일 공석인 수산정책실장(1급직)에 박철수 전 소비안전정책관을 임명했다. 신임 박 실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그동안 농업부문 공직을 주로 담당했고 수산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계 공무원이 수산행정의 실질적 수장으로 오는 것에 대한 수산계의 불만을 파악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며 예정된 인사를 단행했다. 수산계는 농식품부 출범 이후 수산계가 담당했던 차관직도 농업계 인사로 바뀐데다 수산정책실장마저 빼앗겼다며 속으로 불만이 차오르고 있다. 1급 이상 고위직 둘을 잃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 장관의 결단처럼 수산계 내부에서도 수산정책실장에 올라갈 인적자원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수산계는 수산청이나 해양수산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사람을 수산계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농식품부에는 수산·어업·원양정책 등 수산부문에 3명의 국장이 있지만 모두 실장으로 승진하기엔 이르다. 1급직인 손재학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지난 3월 승진·발령을 받은 상태여서 손 원장을 수산실장으로 바로 전보하는 것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 대해 수산계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의 인적자원 고갈을 자초했다는 반성이다.

해양수산부가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나뉘었을 때 해수부 공무원들은 대부분 국토부를 선호했다. 국토부로 가지 못한 사람들이 농식품부로 왔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다. 한 수산직 공무원은 "인적자원 관리를 잘못해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혼돈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0년 농식품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부산 기장군 소재)에서 분리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부산 해운대 소재) 초대 이사장에 양태선 전 농식품부 기획관리실장이 임명된 게 대표적이다.

양 이사장은 육사출신으로 농식품부 유통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역임한 농업계 인사였다. 후보로 거론됐던 박종국 전 수산정책실장은 1년여 낭인생활 끝에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단장으로 발령이 났다. 박 실장은 수산계의 대표적 인사 중 한 명이었다. 현 정부가 자원외교 성과로 꼽는 러시아와 명태쿼터협상도 잘 마무리했다. 농식품부 안팎에선 "두 사람의 자리가 뒤바뀐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내 인적자원이 약화되면 수산양식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 방책이 현실화되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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