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광우병’ 2008년 촛불 잊었나

지역내일 2012-04-26
미 "발생원인 이례적", 한국 "계속 수입"
정부, 대국민 약속 팽개쳐 … 미 농무장관 "쇠고기 수입 유지해 한국에 감사"

미국에서 또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이른 아침부터 정부는 긴장 속에 바쁘게 움직였지만 결국 미국의 협력없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4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또 발생한 게 확인됐지만 즉각적인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전부터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중단이나 수입중단 등을 논의했고, 롯데마트 등 국내 유통업체들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중단을 결정했지만 정부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2008년 체결한 미국산 쇠고기수입위생조건 협정이 졸속으로 작성돼 검역주권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는 2008년 미국과의 굴욕적인 쇠고기협상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촛불시위에 놀라 당시 5월 8일자 주요 일간지 1면에 광고를 싣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2008년="" 5월="" 8일="" 주요="" 일간지="" 1면에="" 게재한="" 대국민="" 약속="" 광고="">

당시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합동으로 낸 이 광고에서 정부는 또 "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조사하고, 검역단을 파견해 현지실사에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학교 및 군대 급식을 중지하겠다"는 약속도 더했다.

하지만 이 말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인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그 이후에 가축전염병예방법이 개정됐다"며 "현재 법에 따라 조치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에 대한 일시적 수입중단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인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농식품부가 보유한 정보는 이날 오전 미국 농무부에서 보내준 '팩스 한 장' 뿐이다. 광우별 발생소의 월령도 '30개월 이상'이라고만 돼있지 구체적이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오후에 주한미대사관에서 참사관도 다녀갔지만 보도자료를 설명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농식품부는 하루종일 분주하게 움직인 끝에 '미국에 상세한 정보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데 그쳤다.

미국과 맺은 쇠고기수입위생조건도 캐나다와 비교할 때 한국의 검역주권이 보장돼 있지 않다. 정부는 지난 1월 캐나다와 쇠고기수입위생조건을 체결하면서 '캐나다에 광우병이 추가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을 명문화했다. 하지만 미국과 맺은 협정에는 이런 조항이 없다.

2008년 전국민적인 촛불시위를 경험한 정부도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실제 이날 오전에는 최소한 검역중단을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결단하지 못했다.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광우병 발생원인에 대한) 미국 사람들 표현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라며 "그러면 한 개체만 문제가 되니까 별도로 조치는 안해도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여 실장은 '그것은 미국이 현재 시점에서 임시로 판단하고 있는 수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결국 정부는 미국이 보내주는 정보에 의존해서 이후 행동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미국 현지에 조사단을 보내기로 했지만 역시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못해 활동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조사단은 2008년에도 파견됐지만 미국현지의 쇠고기수출작업장을 독자적으로 조사하지 못하고 헛걸음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부는 기자회견에서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국민에게 한 약속들을 이행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당시 체결한 미국산 쇠고기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할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 여 실장은 "이번에 조치해나가면서 혹시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자국에서 광우병이 또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등이 즉각 수입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톰 빌섹 미국 농무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각) 워싱턴디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 등이 현 시점에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늘 20개 주요 무역 상대국에 미국산 쇠고기와 유가공 제품이 안전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미국의 관심이 안정적인 쇠고기 무역에 있다는 것을 다시 강조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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