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 어디까지 왔나] 성장이냐 긴축이냐 … 유럽 ‘딜레마’

지역내일 2012-05-02
2년간 위기 지속 후 '긴축정책' 폈지만 결과는 경기침체
국민저항 거세지며 각국 혼란 … 6일 프랑스 대선 '분기점'

스페인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유럽은 또한번 세계경제 태풍의 눈이 됐다. 지난달 26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했다. 지난 2009년 12월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재정위기가 본격화됐던 상황이 '재연'되는 듯하다. 유럽연합은 2년간의 위기 지속 끝에 독일·프랑스가 주도한 신재정협약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세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또다른 지뢰가 불거졌다. 도대체 유럽 위기는 현재 어떤 상황까지 와 있는 걸까.

◆2년간 지속된 위기 … 신재정협약으로 일단락 = 유럽 재정위기는 2009년 12월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후 본격화됐다. 약 2년간의 헤매임 끝에 유럽연합은 그동안의 위기에 대한 해답으로 '긴축'을 내놨다. 그리스 포르투갈 등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설립, 유럽중앙은행의 장기대출 프로그램 등으로 발등의 불을 껐다면 장기적인 대책으로는 재정긴축을 요체로 하는 '신재정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소위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같은 재정위험국이 또다시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 25개국 정상이 합의한 신재정협약에는 EU 회원국의 재정 주권 일부를 사실상 EU에 넘기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연간 재정적자는 GDP의 0.5% 이내로 제한한다는 원칙을 각국의 헌법이나 법률에 도입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자동적으로 제재를 받게 된다. 또 누적 공공채무가 GDP의 60%, 당해연도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어서면 벌금이 부과된다. 게다가 유럽사법재판소(ECJ)는 협약 가입국이 건전재정 의무를 자국 법규에 반영하는지 여부를 검증할 권한을 가진다.

이 협약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중 12개국이 비준하면 2013년부터 발효된다. 현재까지 신재정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포르투갈, 그리스, 슬로베니아뿐이다. 오는 5월말 아일랜드가 신재정협약 비준을 위한 국민투표를 계획하고 있다.

◆긴축 시행 후 경제침체 빠져 … 혼란 = 문제는 긴축이라는 재정위기 해결책을 향해 스크럼을 짜고 나가던 유럽이 긴축정책 딜레마에 빠졌다는 점이다. 상당수 국가가 재정 적자로 유발된 경제 위기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고 긴축을 추진했지만 경기침체에 빠지는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혼란에 빠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은행부실이 확대되고, 결국 유럽 권역에는 물론 세계적인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스페인이 좋은 예다. 스페인은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시행했지만 결과는 경제 침체였다. 스페인은 지난해 4분기 -0.3%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0.3%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2년 만에 다시 경기 침체에 빠졌다. 스페인 실업률은 23%를 기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럽에서 경기 침체에 빠진 국가는 스페인뿐만이 아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는 벨기에,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가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유로존 역외 국가로는 영국, 덴마크, 체코가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리스크 겹치며 논란 가중 = 여기에 각국의 정치일정이 겹치면서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긴축정책에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국민들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여기에는 강력한 정치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선 총선 등에서 국민의 거부감이 나타나면서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경제 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는 6일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신재정협약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사회당의 집권이 유력하다. 프랑스 사회당 올랑드 후보의 지지율은 현재 집권하고 있는 우파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같은 날 그리스 총선도 실시될 예정이다. 그리스의 신민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재정개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 우려감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유럽의 긴축 정책과 재정위기 해결을 주도하는 독일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과의 회견에서 "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성장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긴축뿐"이라고 밝혔다.

결국 유럽은 기존대로 긴축을 고집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신재정협약을 고수하며 안정을 지킬 순 있지만 협약을 지키지 못하는 일부 국가들로 인한 불안요소는 잠재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 성장 쪽으로 선회한다고 해도 신재정협약이라는 기존의 해결책을 버리고 다른 대책을 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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