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830-530제(8시30분 출근-5시30분 퇴근) 실험 후 타부처 확대 적용 검토
"퇴근시간 보장 안돼 일만 더 한다" 부정적 여론 많아
공무원들의 8시 출근, 5시 퇴근(8-5제)이 시행될 것인가. 기획재정부가 실험에 들어갔다. 이달부터 8시30분에 출근하고 5시30분에 퇴근하는 830-530제를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는 한달간 시범실시후 그 결과를 보고 시간을 더 당기는 방안, 다른 부처에도 추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보육, 자기계발과 함께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선진형 근무형태'라는 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출근시간을 당기는 것이 조기퇴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정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가 장기근무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풍토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재완 장관의 고집 = 박 장관은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 수장으로 임명되자마자 공공부문의 근로시간을 '8-5제'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같은해 6월17일부터 이틀간 이명박대통령과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생 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국정토론회'에서 8-5제 외에도 겨울방학 단축, 봄 가을 방학 신설, 징검다리 연휴 개선 등 연가사용 활성화방안 등을 내놓았다. 이후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논의했으나 주무부처인 교과부와 행안부에서 반대입장을 보이면서 논의테이블서 빠졌다.
박 장관은 서두르지 않았지만 굽히지도 않았다. 기획재정부 내에서만이라도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직원들과 수차례 논의하고 의견도 수렴했다. 근무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초과근무수당이 줄어 실질임금이 월 40만원가량 감소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우려가 전해왔다.
박 장관의 설득을 못이긴 직원들이 '그럼 한번 시범적으로 해보자'고 선택한 것이 830-530제다.
◆"지금도 편한데" =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공공기관에 지난해부터 권고사항으로 추가됐다. CEO 임기와 상여금이 좌우되는 '경영평가항목'에도 포함됐다. 거의 모든 공공기관들이 유연근무제를 신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자율적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 직원 480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8~25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40%에 가까운 39.6%가 "활용필요성을 못느껴서" 유연근무를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호의적이지 않은 조직문화(21.2%) 업무수행 차질 가능성(20.9%) 만성적 연장근로(18.4%) 등도 많은 직원들이 걱정하는 대목으로 나타났다.
모 공공기관 인사팀장은 "경영평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제도를 만들고 신청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많지 않다"면서 "또 시차출근제를 하더라도 일찍 출근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고 30분 정도 늦게 출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찍 와도 눈치보느라 일찍 퇴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유연근무를 선택한 공공기관 직원은 1만5461명으로 전체의 8.4%였다. 2010년엔 5.9%인 1만476명이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5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출퇴근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출퇴근제가 56.0%인 8663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간제 근무가 25.4%인 3923명으로 뒤를 이었다. 근무시간 선택제(1108명, 7.2%)) 스마트워크근무제(930명, 6.0%) 재택근무제(779명, 5.0%) 순이었고 집약근무제는 58명(0.4%)에 그쳤다.


◆중앙공무원, 5.9% 참여 = 현재 중앙공무원 중 5.9%만 유연근무제에 참여하고 있다. 시차 출퇴근제가 97%에 해당될 정도로 많다. 대부분이 30분정도 늦게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율 조차도 상당부분이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하고 있어 다른 부처에서는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모 중앙부처 서기관은 "월요일에만 30분당겨 출근하고 있지만 30분 일찍 퇴근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일찍 출근하더라도 퇴근시간이 늦기 때문에 유연근무제를 그리 많이 선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잘 될까 = 박재완 장관은 유연근무제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아예 출근시간을 30분 앞당겨 8시30분으로 정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는 말대로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인데 일괄적으로 시간을 조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면서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필요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절한 것을 정하는 게 제도의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실험,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기획재정부 모 국장은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 아니냐"면서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선진국형 근무형태를 고려하면 나중에 또 시도할 때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지지했다.
※유연근무제란
유연근무제는 시간제근무, 탄력근무제, 원격근무제로 나눈다. 시간제 근무는 주 40시간보다 짧은 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다.
탄력근무제는 주 40시간 근무하면서도 출퇴근시간, 근무시간, 근무일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근무형태다. 출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형이 가장 선호되고 있다. 근무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근무시간 선택형'. 하루에 10시간 근무하면 주 4일만 출근해도 되는 집중근무형, 출퇴근의무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주 40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재량형도 있다. 원격근무제는 근무장소를 정하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근무하는 제도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퇴근시간 보장 안돼 일만 더 한다" 부정적 여론 많아
공무원들의 8시 출근, 5시 퇴근(8-5제)이 시행될 것인가. 기획재정부가 실험에 들어갔다. 이달부터 8시30분에 출근하고 5시30분에 퇴근하는 830-530제를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는 한달간 시범실시후 그 결과를 보고 시간을 더 당기는 방안, 다른 부처에도 추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보육, 자기계발과 함께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선진형 근무형태'라는 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출근시간을 당기는 것이 조기퇴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정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가 장기근무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풍토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재완 장관의 고집 = 박 장관은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 수장으로 임명되자마자 공공부문의 근로시간을 '8-5제'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같은해 6월17일부터 이틀간 이명박대통령과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생 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국정토론회'에서 8-5제 외에도 겨울방학 단축, 봄 가을 방학 신설, 징검다리 연휴 개선 등 연가사용 활성화방안 등을 내놓았다. 이후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논의했으나 주무부처인 교과부와 행안부에서 반대입장을 보이면서 논의테이블서 빠졌다.
박 장관은 서두르지 않았지만 굽히지도 않았다. 기획재정부 내에서만이라도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직원들과 수차례 논의하고 의견도 수렴했다. 근무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초과근무수당이 줄어 실질임금이 월 40만원가량 감소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우려가 전해왔다.
박 장관의 설득을 못이긴 직원들이 '그럼 한번 시범적으로 해보자'고 선택한 것이 830-530제다.
◆"지금도 편한데" =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공공기관에 지난해부터 권고사항으로 추가됐다. CEO 임기와 상여금이 좌우되는 '경영평가항목'에도 포함됐다. 거의 모든 공공기관들이 유연근무제를 신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자율적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 직원 480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8~25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40%에 가까운 39.6%가 "활용필요성을 못느껴서" 유연근무를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호의적이지 않은 조직문화(21.2%) 업무수행 차질 가능성(20.9%) 만성적 연장근로(18.4%) 등도 많은 직원들이 걱정하는 대목으로 나타났다.
모 공공기관 인사팀장은 "경영평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제도를 만들고 신청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많지 않다"면서 "또 시차출근제를 하더라도 일찍 출근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고 30분 정도 늦게 출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찍 와도 눈치보느라 일찍 퇴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유연근무를 선택한 공공기관 직원은 1만5461명으로 전체의 8.4%였다. 2010년엔 5.9%인 1만476명이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5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출퇴근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출퇴근제가 56.0%인 8663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간제 근무가 25.4%인 3923명으로 뒤를 이었다. 근무시간 선택제(1108명, 7.2%)) 스마트워크근무제(930명, 6.0%) 재택근무제(779명, 5.0%) 순이었고 집약근무제는 58명(0.4%)에 그쳤다.


◆중앙공무원, 5.9% 참여 = 현재 중앙공무원 중 5.9%만 유연근무제에 참여하고 있다. 시차 출퇴근제가 97%에 해당될 정도로 많다. 대부분이 30분정도 늦게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율 조차도 상당부분이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하고 있어 다른 부처에서는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모 중앙부처 서기관은 "월요일에만 30분당겨 출근하고 있지만 30분 일찍 퇴근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일찍 출근하더라도 퇴근시간이 늦기 때문에 유연근무제를 그리 많이 선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잘 될까 = 박재완 장관은 유연근무제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아예 출근시간을 30분 앞당겨 8시30분으로 정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는 말대로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인데 일괄적으로 시간을 조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면서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필요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절한 것을 정하는 게 제도의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실험,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기획재정부 모 국장은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 아니냐"면서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선진국형 근무형태를 고려하면 나중에 또 시도할 때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지지했다.
※유연근무제란
유연근무제는 시간제근무, 탄력근무제, 원격근무제로 나눈다. 시간제 근무는 주 40시간보다 짧은 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다.
탄력근무제는 주 40시간 근무하면서도 출퇴근시간, 근무시간, 근무일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근무형태다. 출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형이 가장 선호되고 있다. 근무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근무시간 선택형'. 하루에 10시간 근무하면 주 4일만 출근해도 되는 집중근무형, 출퇴근의무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주 40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재량형도 있다. 원격근무제는 근무장소를 정하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근무하는 제도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