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공식 개통된 서울 김포공항과 타이베이 쑹산(松山) 공항의 셔틀노선은 한국과 대만 사이에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간의 교류 활성화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선은 양측의 도심 공항을 연결함으로써 승객들의 이동시간을 2시간 가까이 단축시킬 것이라는 점이 꼽힌다. 기존의 인천-타오위안(桃園) 노선이 80% 이상의 빡빡한 탑승률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노선의 증설 필요성이 일찌감치 제기되던 터였다. 이로써 만성적인 좌석난이 해소됐다는 얘기다.
지난해만 해도 양국을 오간 사람은 70만명 가까이 이른다. 전해에 비해 7%나 늘어난 규모다. 양국 사이의 무역액 규모도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인적·물적 교류를 촉진한다는 점에서만은 아니다. 대만에서 지난 1979년 타오위안 공항이 문을 열면서 폐지된 이래 33년만에 다시 열리는 노선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이 노선의 개통으로 서울과 타이베이, 도쿄, 상하이의 도심을 직접 연결하는 한·중·일 및 대만 등 동북아 4개국 사이의 '황금 항공권'이 드디어 매듭을 보게 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이들 주요 도시 사이에 하루 생활권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타이베이에서 또우장(豆漿)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은 상하이에서 딤섬을, 저녁은 서울에서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생활권이 실현된 것이다. 대만으로서는 마잉지우(馬英九) 총통이 진작부터 국책과제로 추진해 온 사항이기도 하다.
이번 첫 취항식에 마 총통이 직접 축하 메시지를 발표한 데서도 그 비중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쑹산공항과 상하이 홍차오(虹橋) 공항의 직항노선은 2010년에 개통됐으며, 도쿄의 하네다(羽田) 노선도 지난해 열렸다.
동북아 4개국 '환금 항공권' 매듭
대만 정부로서는 결국 김포공항을 항공권에 포함시킴으로써 나름대로의 셔틀노선 계획을 마무리한 셈이다. 이처럼 한국보다는 대만측의 필요성에 의해 김포-쑹산 노선의 개설 논의가 시작됐다. 대만 정부가 4~5년 전부터 이런 방향으로 항공협정 개정을 요구해 왔으나 우리 정부는 오히려 수동적인 입장이었다. 인천공항의 기존 노선을 김포공항으로 빼낼 경우 인천공항의 허브 기능이 손상을 입게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2003년 김포공항에 하네다 노선이 개설된 이래 상하이, 오사카, 나고야, 베이징 등의 국제노선이 열리고도 타이베이 노선은 인천공항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대만은 이 문제를 거듭 환기시키곤 했으나 우리 정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가 김포와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간의 노선 개설을 위해 보여주었던 노력이나 저자세와도 비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만 정부의 요청을 계속 미루게 될 경우 대만의 반한감정을 자극하게 된다는 점도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일방적으로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면서 양국 간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0년 중국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종목에 출전한 양수쥔(楊淑君) 선수의 실격패를 계기로 반한감정이 표출되었다. 타이베이 거리에서 태극기가 불태워졌으며, 대만의 유력 정치인들은 한류를 이끌어가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항공협정이 개정됨으로써 김포-타이베이 노선이 운행되기 시작했지만, 항공사 배정에서도 문제점이 없지 않다.
대만은 대형항공, 우리는 저가항공
대만이 자국의 대표적 대형항공사인 중화항공과 에바항공을 취항시킨 반면 우리는 저가항공사인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을 취항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경쟁의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승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도 없지는 않겠으나 티웨이항공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의 주관 하에 공개매각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에서도 그렇게 흔쾌한 결정은 아니다.
대만으로서는 이번 노선의 취항을 계기로 우리 정부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엿보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국과의 FTA가 성사된 다음의 애기일 것이다. 일단은 김포-쑹산 노선이 개설됐다는 자체만으로도 양국간에는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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