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 칼럼] 신의 계시

지역내일 2012-05-11

주요 언론사들의 파업이 더 길어져서 노측이나 사측이나 피로가 쌓이면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여야 정치권이 긴급현안으로 다루어야 한다.

문화방송 노동조합의 파업이 100일을 훌쩍 넘겼다. 한국방송 등 다른 언론사 노조들도 힘겨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언론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공정보도'를 이유로 파업을 벌이는 것은 우리나라 언론역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다. 며칠 전 이 회사의 두 아나운서가 노조를 탈퇴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 가운데 양승은 아나운서는 주말 '뉴스테스크'를 맡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양 아나운서는 '업무에 복귀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노조 관계자의 전언이다. 계시를 내린 신이 하나님인지 하느님인지 여호와인지 야훼인지는 모르겠다. '관계자'의 말대로 그냥 '신'이라고 해보자. 이번에 복귀하는 또 한 사람인 최대현 아나운서가 '권위에 복종하라'는 계시를 받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두 사람에게 계시를 내렸다는 신은 기독교의 신인 것 같고, 이들이 근거로 삼은 성경구절은 로마서 13장 1절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은 누구나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해야 합니다.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며, 이미 있는 권세들도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것입니다."

이른바 '보수' 기독교인들은 성경의 구절들을 '뜻을 새겨' 해석하기보다는 '문자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권세'는 당시 지중해를 지배하고 있던 로마제국의 권세와, 식민지였던 유다 자치정부의 제한된 권세일 것이다. 뭉뚱그려서 '지배자'다. 성경에서 '지배자에게 복종하라' 했으니 우리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온몸으로 읽고 조심스럽게 깨달아야

예수는 이 권세자들을 보고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욕을 했을 뿐만 아니라 권세의 상징인 성전에 들어가서 기물을 파괴하는 등 '소란'을 일으켰는데, 이런 행동을 그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그밖에도 성경에 보면 '여자들은 교회에서 잠잠하라' 했는데, 요즘 아무리 보수적인 교회에서도 여성 교인의 발언권과 의결권을 제한하는 곳은 없다. 또한 성경에서 먹지 말라고 마르고 닳도록 명령하는 음식도 돼지고기를 비롯하여 부지기수인데, 성경의 명령에 따라서 음식을 가려 먹는 보수 기독교인들을 보지 못했다.

성경의 명령들을 문자 그대로 모두 따르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구절 하나를 들이대며 '이대로 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다. 성경은 아전인수의 도구로 쓸 만한 가벼운 책이 아니다. 온몸으로 전체를 읽어 조심스럽게 '신'의 뜻을 깨달아야 한다.

노조에 가입하고 탈퇴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번 문화방송의 두 아나운서가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것을 노조를 탈퇴하면서 이렇게라도 말한 것은, 노조원들에 대한 그들의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는 글을 트위터에서 읽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데는 항상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그럴듯한 이유이고, 두번째는 진짜 이유다. ― J.P.모건." 두 아나운서가 댄 이유가 '그럴듯한 이유'는 아닐 것으로 믿는다.

독실한 기독교인 청년이 결혼승낙을 받기 위해 애인의 집에 갔다. 부자인 애인의 아버지가 물었다. "자네는 앞으로 뭘 하며 살 생각인가?" "신학을 공부할 겁니다." "그럼 내 딸은 어떻게 먹여 살릴 거지?" "하나님이 먹여 살려 주실 겁니다." "그럼 자식들은 누가 키우는데?" "물론 하나님이 키워 주시는 거죠." 청년이 돌아간 뒤 애인의 어머니가 물었다. "여보, 아까 그 청년 어때요?" 애인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놈은 돈도 없고, 취직할 계획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를 하나님으로 알고 있더군."

그럴듯한 이유와 진짜 이유

두 아나운서에게 계시를 내린 '신' 곧 '하나님'이 김재철 사장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 두 사람이 비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도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업기간이 100일이 넘었으니 이탈자도 있을 수 있고 불가피한 개인사정도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주요 언론사들의 파업이 더 길어져서 노측이나 사측이나 피로가 쌓이면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여야 정치권이 긴급현안으로 다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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