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평] 부자 몸조심, 소경 개천 나무라기

지역내일 2012-05-11
이국영 성균관대 교수 정치경제학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거의 전부 직·간접으로 대선과 연관되어 해석되고 있다. 비록 새누리당이 신승을 했다고 하나, 지금 정세는 서로 상대방의 악수에만 대응하고 있는 교착상태와 다름없다. 여권은 대세론에 근거한 '부자 몸조심'이 여전하다. 새누리당은 현 정국에서 결정적인 의미도 없는 국회 과반수 의석을 지키기 위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당선자들을 안고 가려고 한 무리수를 두었다.

야권도 마찬가지로 '정권심판론의 헛 주먹질'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소경 개천 나무라기'를 하고 있다. 이른바 호남세력과 친노세력의 역할분담론은 당내에서도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격렬히 비판되고 있다. 더구나 당대표로 회자되고 있는 인사는 노무현 정치의 좌절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일부 비판적인 유권자에게 그는 운동권 출신으로 운동의 관성이 남아 '그린필드 운동'을 열심히 한 최고위 관료로만 각인되어 있다.

역할분담론의 필패

우리 쪽의 악수는 뒤잇는 상대방의 악수에 의해 상쇄될 수도 있지만, 악수를 호재로 만들 수 있는 묘수를 유발하기도 한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제1야당의 전임 대표가 그래도 자부했던 야권연대의 일각에서 엄청난 파열음이 울리고 있다.

제2야당의 내홍이 만약 가을에 터졌다면 야권은 아마 대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1야당은 꼴불견인 내홍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종북주의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집단과는 지금이라도 절연하고 합리적인 진보세력을 지원해야만 대선에서 부동표를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제19대 국회가 곧 개원된다. 새누리당은 과반수에 조금 못 미치지만 무소속이나 자유선진당을 포섭하면 국회를 지배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와 새누리당의 관계가 애매모호하다. 사안에 따라서는 야당에 못지않게 정부를 맹렬히 비판하거나, 아니면 묵시적으로 정부정책에 동조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부자 몸조심, 기회주의적인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대선 선두주자는 최근 안거낙업(安居樂業)을 정치의 목표라고 천명했다. 안거낙업이란 청동기시대에 나온 노자 도덕경에 있는 말로, 국민들이 현재 생활에 만족하면서 생업에 즐거이 종사한다는 뜻이다. 이 말대로라면 정부와 여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업이 없는 국민이 최소한 생업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도대체 생업이 없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가?

새누리당의 지도부는 적극적 고용창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비주류였기 때문에 못했다는 변명을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당내 반대계파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더구나 신임 원내대표는 선두주자의 경제멘토가 아닌가.

새누리당이 정부 여당이 아니고 단지 국회의 제1당이라면, 안거낙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금이라도 친박세력이 현 정부의 책임 있는 각료직을 떠맡아야 한다. 그래야 안거낙업이니 복지니 하는 듣기 좋은 말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친박세력은 더 이상 여권 내의 비주류나 '야당'이 아님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되어야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

대통령이 되어야만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고, 개인이나 정파는 총리나 장관의 임무 수행에서 집권 자격과 능력이 검증되는 것이다. 선두주자는 필경 부자 몸조심을 부추기는 아첨배의 경선무용론을 물리치겠지만, 다른 대선주자들도 야당에서도 이미 써먹은 '정수장학회' 같은 네거티브 의혹 제기보다는 청동기시대의 안거낙업에 도전하는 현대적인 정치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제1야당도 치기어린 젊은이 행동을 빌미삼아 누구의 사과를 요구하기보다는 DJ·노무현의 정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망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대선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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