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연정 협상 지지부진 … 유로존 탈퇴우려 고조
스페인 은행개혁안 '불신' … 독일-프랑스 공조 '관건'
유럽발 위기가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스페인·그리스·프랑스 등 유로존 여러 국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돌출 악재가 터지고 있는데다 정치적 이슈들이 빼곡히 예정돼 있어 최소 6월말까지는 유럽 위기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총선 이후 연정 협상을 진행중인 그리스에서는 연정 협상 실패시 6월 중순경 새롭게 총선을 치러야 하고 이 경우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더욱 고조된다. 스페인은 지난 11일 은행 개혁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불신을 받고 있다.
결국 시장에서는 지난 2년간 유럽 위기 해결 과정에서 앞장서 왔던 독일-프랑스 공조가 공고화되는 것이 유럽 위기 해결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낙선으로 독-프간 공조에 금이 간 상태지만 오는 15일(또는 16일) 독프간 정상회담이 1차 고비, 5월말 EU 특별정상회의가 2차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 초읽기? = 총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그리스는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이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주재한 비상회의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났다.
다만 급진좌파 계열 정당인 시리자는 더이상 정부 구성을 위한 비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이날 비상회의가 끝난 후 "구제금융을 대가로 강력한 긴축 수단을 강제하려는 연립정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풀리아스 대통령이 제1당인 신민당, 제3당인 사회당, 소수 정당들과 17일까지 연정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 다음달 중순쯤 새로운 총선을 치러야 한다.
새로운 총선을 치렀을 경우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 계열이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지는 그리스 주요 정당의 연정 구성 시도가 잇달아 실패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고 보도하는 등 유로존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연착륙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스페인, 대규모 긴축 반대 시위 … 부실은행 '지뢰밭' = 스페인은 부실은행 지뢰밭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스페인은 은행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대폭 확충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 개혁안을 발표했다. 자산기준 3위 방키아은행을 부분 국유화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루이스 데 귄도스 재무장관은 은행들에 대해 300억유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고 대차대조표에서 무수익 부동산 자산을 분리할 것을 지시했다고 엘 문도신문 인터넷판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또 사실상의 배드 뱅크 역할을 하는 청산 회사를 세워 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 부동산 자산을 사들여 관리하는 한편, 독립 회계감사법인 2곳을 지정해 은행 부동산 익스포저(노출도)를 평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장의 불신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0억유로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은 너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는 스페인 정부가 그간 3년새 세 차례에 걸쳐 내놓은 은행 개혁안에 대해 "부실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기존 540억유로에서 1660억유로까지 늘렸지만 이는 부동산 개발업체와 건설업체들로 인한 부실대출 손실 중 50%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1조4000억유로가 넘는 주택 대출 및 일반 기업 대출 손실을 감당하기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평사 움직임 '주목' = 와중에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 무디스는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새로운 자본확충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 부채를 늘리는 관행을 고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을 결국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2월 불안한 자금조달 상황,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규제 강화 움직임, 어려워진 영업 환경 등을 이유로 들며 17개 글로벌 금융사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었다.
강등 대상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간스탠리,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 등과 유럽 지역의바클레이즈, BNP파리바, 도이체방크, 크레디 아그리꼴, 소시에테 제너럴(SG), HSBC,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이다. 이외 크레디트 스위스, 맥쿼리, 노무라, UBS 등 증권사도 포함돼 있다.
무디스는 내달 중순까지 이들 17개사에 대한 검토 작업을 끝내고 신용등급 강등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의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의 유럽위기에 글로벌 은행위기까지 겹치면서 국제 금융 상황이 일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독-프 공조 부활할까 = 이처럼 불확실성이 산적한 가운데 발등에 불이 된 유럽 위기를 해결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은 독일-프랑스간 공조 리더십의 부활이라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는 15일 프랑스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고, 직후 또는 16일 올랑드 대통령과 독일 메르켈 총리의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긴축 일변도의 유럽 위기 해결책에 반대의사를 보였던 올랑드 대통령 당선자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메르켈 총리가 어느 정도 타협점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이후 5월말에는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어 EU의 글로벌 공조, 성장 논의가 어느 정도 포함되느냐 등이 유럽의 불확실성을 잠재울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스페인 은행개혁안 '불신' … 독일-프랑스 공조 '관건'
유럽발 위기가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스페인·그리스·프랑스 등 유로존 여러 국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돌출 악재가 터지고 있는데다 정치적 이슈들이 빼곡히 예정돼 있어 최소 6월말까지는 유럽 위기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총선 이후 연정 협상을 진행중인 그리스에서는 연정 협상 실패시 6월 중순경 새롭게 총선을 치러야 하고 이 경우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더욱 고조된다. 스페인은 지난 11일 은행 개혁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불신을 받고 있다.
결국 시장에서는 지난 2년간 유럽 위기 해결 과정에서 앞장서 왔던 독일-프랑스 공조가 공고화되는 것이 유럽 위기 해결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낙선으로 독-프간 공조에 금이 간 상태지만 오는 15일(또는 16일) 독프간 정상회담이 1차 고비, 5월말 EU 특별정상회의가 2차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 초읽기? = 총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그리스는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이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주재한 비상회의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났다.
다만 급진좌파 계열 정당인 시리자는 더이상 정부 구성을 위한 비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이날 비상회의가 끝난 후 "구제금융을 대가로 강력한 긴축 수단을 강제하려는 연립정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풀리아스 대통령이 제1당인 신민당, 제3당인 사회당, 소수 정당들과 17일까지 연정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 다음달 중순쯤 새로운 총선을 치러야 한다.
새로운 총선을 치렀을 경우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 계열이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지는 그리스 주요 정당의 연정 구성 시도가 잇달아 실패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고 보도하는 등 유로존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연착륙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스페인, 대규모 긴축 반대 시위 … 부실은행 '지뢰밭' = 스페인은 부실은행 지뢰밭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스페인은 은행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대폭 확충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 개혁안을 발표했다. 자산기준 3위 방키아은행을 부분 국유화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루이스 데 귄도스 재무장관은 은행들에 대해 300억유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고 대차대조표에서 무수익 부동산 자산을 분리할 것을 지시했다고 엘 문도신문 인터넷판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또 사실상의 배드 뱅크 역할을 하는 청산 회사를 세워 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 부동산 자산을 사들여 관리하는 한편, 독립 회계감사법인 2곳을 지정해 은행 부동산 익스포저(노출도)를 평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장의 불신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0억유로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은 너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는 스페인 정부가 그간 3년새 세 차례에 걸쳐 내놓은 은행 개혁안에 대해 "부실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기존 540억유로에서 1660억유로까지 늘렸지만 이는 부동산 개발업체와 건설업체들로 인한 부실대출 손실 중 50%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1조4000억유로가 넘는 주택 대출 및 일반 기업 대출 손실을 감당하기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평사 움직임 '주목' = 와중에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 무디스는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새로운 자본확충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 부채를 늘리는 관행을 고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을 결국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2월 불안한 자금조달 상황,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규제 강화 움직임, 어려워진 영업 환경 등을 이유로 들며 17개 글로벌 금융사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었다.
강등 대상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간스탠리,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 등과 유럽 지역의바클레이즈, BNP파리바, 도이체방크, 크레디 아그리꼴, 소시에테 제너럴(SG), HSBC,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이다. 이외 크레디트 스위스, 맥쿼리, 노무라, UBS 등 증권사도 포함돼 있다.
무디스는 내달 중순까지 이들 17개사에 대한 검토 작업을 끝내고 신용등급 강등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의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의 유럽위기에 글로벌 은행위기까지 겹치면서 국제 금융 상황이 일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독-프 공조 부활할까 = 이처럼 불확실성이 산적한 가운데 발등에 불이 된 유럽 위기를 해결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은 독일-프랑스간 공조 리더십의 부활이라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는 15일 프랑스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고, 직후 또는 16일 올랑드 대통령과 독일 메르켈 총리의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긴축 일변도의 유럽 위기 해결책에 반대의사를 보였던 올랑드 대통령 당선자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메르켈 총리가 어느 정도 타협점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이후 5월말에는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어 EU의 글로벌 공조, 성장 논의가 어느 정도 포함되느냐 등이 유럽의 불확실성을 잠재울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