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숙박료까지 줘가며 현혹 … 탈북자 피해 사기 증가 전망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 모(42)씨는 2008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지 4년째다. 일용직으로 일하며 돈도 열심히 모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알게 된 한족 이 모(37)씨로부터 "몇 달만에 수 억원을 벌 수 있다"며 중국 부동산 투자권유를 받았다.
김씨는 이씨의 회유에 이끌려 중국에 있는 광서성 남녕시를 방문, 개발현장까지 둘러보고 그해 12월 그동안 모은 수 천 만원을 투자했다. 첫 수당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김씨는 그러나 이후 추가로 하위가입자를 끌어들이지 못해 그동안 모은 돈을 잃게 됐다. 이른바 '금융 피라미드' 사기의 덫에 빠진 것이다.
◆'나만 손해볼까' 피해자들 쉬쉬 = 경찰청은 탈북자를 상대로 부동산 투자를 빙자한 금융 피라미드 사기가 성행하는 정황을 포착,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기는 △3000만원을 투자하면 1개월 후 수당 300만원을 지급받고 △하위 투자자를 끌어들일 때마다 실적급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남한사회 물정에 어두운 탈북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투자자가 하위 투자자를 유치할 때마다 돈을 벌고 그 하위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자를 끌어들일 때마다 그들의 수당 일부까지 함께 받아챙기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수법이다.
김씨의 경우 상위 투자자인 이씨가 "믿기 어려우면 직접 가서 확인하라"며 항공료와 숙박료까지 줘가며 끌어들이자 믿고 돈을 냈다가 이 같은 일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처럼 유혹을 받아 돈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탈북자는 3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금융피라미드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핵심 피의자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자신만 손해를 보게 될까 두려워 신고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피해규모가 더욱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자 2만명 시대의 그늘 =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는 10년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의 수는 2001년 1990명에서 지난해 11월까지 총 2만2892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남한 물정에 어둡다는 점을 노린 범죄피해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탈북자의 범죄 피해율은 23.4%로 4%대인 국내 평균 범죄발생률을 크게 웃돈다.
탈북자 피해범죄 중에서는 사기의 비중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업 및 투자관련 피해가 28.6%, 개인간 돈거래 미수금이 26.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나원을 막 수료한 사회 초년생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사업·투자를 미끼로 한 사기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극적인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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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거주하는 김 모(42)씨는 2008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지 4년째다. 일용직으로 일하며 돈도 열심히 모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알게 된 한족 이 모(37)씨로부터 "몇 달만에 수 억원을 벌 수 있다"며 중국 부동산 투자권유를 받았다.
김씨는 이씨의 회유에 이끌려 중국에 있는 광서성 남녕시를 방문, 개발현장까지 둘러보고 그해 12월 그동안 모은 수 천 만원을 투자했다. 첫 수당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김씨는 그러나 이후 추가로 하위가입자를 끌어들이지 못해 그동안 모은 돈을 잃게 됐다. 이른바 '금융 피라미드' 사기의 덫에 빠진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기는 △3000만원을 투자하면 1개월 후 수당 300만원을 지급받고 △하위 투자자를 끌어들일 때마다 실적급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남한사회 물정에 어두운 탈북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투자자가 하위 투자자를 유치할 때마다 돈을 벌고 그 하위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자를 끌어들일 때마다 그들의 수당 일부까지 함께 받아챙기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수법이다.
김씨의 경우 상위 투자자인 이씨가 "믿기 어려우면 직접 가서 확인하라"며 항공료와 숙박료까지 줘가며 끌어들이자 믿고 돈을 냈다가 이 같은 일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처럼 유혹을 받아 돈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탈북자는 3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금융피라미드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핵심 피의자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자신만 손해를 보게 될까 두려워 신고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피해규모가 더욱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자 2만명 시대의 그늘 =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는 10년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의 수는 2001년 1990명에서 지난해 11월까지 총 2만2892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남한 물정에 어둡다는 점을 노린 범죄피해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탈북자의 범죄 피해율은 23.4%로 4%대인 국내 평균 범죄발생률을 크게 웃돈다.
탈북자 피해범죄 중에서는 사기의 비중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업 및 투자관련 피해가 28.6%, 개인간 돈거래 미수금이 26.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나원을 막 수료한 사회 초년생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사업·투자를 미끼로 한 사기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극적인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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