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도박 사건으로 보는 종교권력의 타락

지역내일 2012-05-21
총무원장·주지 자리다툼이 파행의 시작
주지 임명 돈거래도 … 정치권력 결탁 우려

승려 도박 파문으로 불교계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시작은 일부 승려들의 도박 사건이지만, 이면에는 종교권력을 잡으려는 암투가 자리잡고 있다. 불교계의 종권(宗權) 다툼은 종정, 총무원장, 주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시작됐다.

특히 주지 임면을 놓고 비방·폭로전은 물론 금품 상납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불교계 안팎의 지적이다. 주지가 사찰 운영은 물론 경제권 전반을 총괄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놓고 불법 거래도 일어난다. 한 사찰 본사 주지였던 오 모씨는 2008년 2월부터 3월 사이 승려 두 명으로부터 말사 주지로 임명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오씨는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주지는 신도들이 낸 시주돈을 사용할 권한을 가진다. 일부에서는 주지가 돈을 전횡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승려 도박 사건의 판돈 역시 시주돈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108배를="" 올리고="" 있다.="" 자승="" 총무원장은="" 최근="" 소속승려들의="" 억대="" 도박파문과="" 관련해="" 참회의="" 뜻을="" 밝히고="" 이날부터="" 100일동안="" 108배="" 참회정진을="" 시작했다.="" 뉴시스="">

◆명진-자승의 자리다툼 = 승려 도박을 폭로한 성호 스님과 자승 총무원장은 2009년 제33대 총무원장 선거 때부터 다툼을 벌였다.

총무원장 후보였던 자승 스님의 자질 문제를 제기한 성호 스님은 2010년에는 대한불교 조계종을 상대로 "자승 스님의 당선은 무효"라며 당선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성호 스님은 자승 스님이 승적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성호 스님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10년 3월 조계종 승적을 위조한 혐의로 자승 스님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 일로 성호스님은 2010년 8월 '멸빈' 처분을 받고 조계종에서 쫓겨났다. 자리를 잃은 성호 스님은 이후 자승 총무원장의 자질과 부도덕을 고발하는 1인 시위를 벌여왔다.

봉은사 주지 임면권 분쟁은 종단 내 대표적 갈등으로 꼽힌다.

2009년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은 정부·여당을 줄곧 비판해 온 주지 명진 스님을 축출하기 위한 총무원의 시도라는 의혹이 일었다. 자승 스님의 총무원이 출범한 지 100일 만에 터진 사태였다. 명진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과는 대립각에 서있는 불교계 대표적 진보인사다.

이 사태로 명진 스님과 자승 총무원장은 극단적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승려 도박을 폭로한 성호 스님은 "명진 스님과 자승 총무원장은 예전부터 룸살롱을 함께 드나들던 사이"라고 추가 폭로를 했다. 파장이 커지자 명진 스님은 함께 룸살롱에 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불교계 안팎에서 제기된 승려들의 술·성매수·도박 등이 일부 확인된 셈이다.

◆일제로부터 물려받은 총무원 독점권한 = 한국 불교의 주지 임면권은 일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찰령 공포로 주지의 전횡이 가능해졌고, 총독부가 주지 임면권을 가져 종권을 완전 장악하는 수법이 해방직전 상황이었다. 1950년대부터 총독부의 역할을 총무원이 대신하고 있고 총무원은 다시 정치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왜곡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주지전횡과 총무원장 1인 독점체제로 귀결되는 제도적 문제점이 현대불교사를 규정한 종단분규 원인의 하나로 지적돼 왔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불교계 종권다툼은 정치역사의 세력·계파간 다툼과 유사한 형태로 이어져왔다. 비구(출가하여 불교의 구족계를 받고 수행하는 남자승려)-대처(결혼해 아내를 둔 승려)간 분쟁으로 왜곡·변질된 불교계 정화운동은 이후 비구 종단 내 종권다툼으로 변질된다. 끊임없는 종권다툼은 한국불교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냈다.

1960년 이후 정부 비호를 받은 비구측에 밀려난 대처측과의 다툼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1960년 11월 24일 대법원은 대처측이 제기한 '사찰정화대책위원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서울고법에서 내린 대처측 패소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판결을 내리자 비구·비구니 500여명이 대법원에 난입, 집단시위를 벌였으며 6명이 할복을 기도했다.

1960~1970년을 거치며 불교 계파간 종권 다툼은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 10·27 법난을 겪는다. 이때부터 불교계는 정치권의 직접적인 영향권으로 들어간다.

◆정치권력에 줄 서는 스님들 = 종단 분규의 원인이 총무원장과 주지 등 기득권 스님들의 권력욕에서 시작됐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2010년 '한국현대불교의 역사'라는 논문에 따르면 종단분규의 원인을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스님들은 '일부 기득권 스님들의 종권욕, 이권다툼'(65.5%), '불교사상의 혼란과 수행정진의지 부족'(20.6%), '종단제도의 미흡과 운영의 불합리'(8.1%), '정치권력의 불교계 이간책'(5.6%) 순으로 답했다.

불교계가 선거에 이용되는 것도 지도자들의 권력욕 때문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높다. 1994년 상무대 사건이 대표적이다. 상무대 이전 공사대금을 받은 조계종 전국신도회장은 223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중 80억원을 동화사 대불공사에 시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80억원은 대선 시기 당시 김영삼 후보쪽으로 들어간 정황이 발각돼 파문이 일었다.

이같은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조계종 총무원만 잡으면 불교계는 끝난다"는 말을 정설로 여기고 있다. 다른 종단의 한 간부 스님은 "불교계의 오래된 고름이 이번에 터진 것"이라며 "선거 때만 되면 한정식 집에서 권력에 줄을 대는 스님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승려 도박 사건으로 포문을 연 조계종 내부의 종권 다툼이 검찰 수사로 실체를 드러낼지도 관심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허철호 부장검사)는 부처님 오신날 이후 승려도박 사건 관련 성호 스님이 고발한 승려 8명을 차례로 불러 도박자금 출처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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