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독주 ‘약일까, 독일까’

지역내일 2012-04-19
상처·갈등없이 대선준비 '다걸기' 가능 … 후보 단련할 기회·이벤트 효과 실종

#장면 1. 2002년 3월 16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펼쳐진 광주 염주체육관은 '노무현'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찼다. 당초 아무도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던, 지지의원이라고는 단 1명에 불과했던 노 후보가 기적적으로 1위에 오른 것. 예상치못했던 경선결과는 국민적 관심을 불렀고 무명 노무현을 일약 대중스타 자리에 올려놓았다. '각본없는 드라마'인 경선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장면 2. 당시 민주당과 달리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세론이 비등했다. 당내에 경쟁자가 없었다. 민주당 경선흥행이 부러워 '추대론'을 접고 형식적인 경선을 마련했지만 경선참여 후보가 이 후보 앞에서 주눅이 들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후보는 예선에서 아무런 시너지도 얻을 수 없었다. 결국 예선에서 독주한 이 후보는 본선에서 패했다. 예선 독주가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장면이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여권내에서 경쟁자로 꼽을만한 '선수'가 실종된 상황이다. 현행 경선제도 아래선 어떤 조합을 가정해도 박 위원장에 대적할만한 후보가 보이질 않는다. 당의 절대다수가 친박성향을 띠고, 여론도 박 위원장에게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을 능가하는 '박근혜 대세론'이 몰아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조회에서="" 참석자들="" 소개를=""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박주성="" 기자="">

박 위원장의 독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박 위원장 주변에선 "자연스럽게 형성된 대세론인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는 기류다. 자만하지 말고 대세론에 올라타 열심히 뛰면 부작용없이 대선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무(無)경선 후보 추대론'도 이런 판단에서 비롯된다. 추대론의 배경엔 예선을 건너뛰고 본선으로 내달리면 불필요한 부상이나 갈등없이 대선준비에만 '다걸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괜히 억지경선을 만들어 2002년처럼 TV토론회에 나선 경쟁자들이 "총재님" 운운하는 낯부끄러운 장면이 연출되거나, 근거없는 루머나 비방으로 박 위원장이 상처를 입으면 안된다는 판단이다. 본선에만 힘을 쏟아 양질의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독주는 분명 '약'이라는 것이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19일 라디오에 출연,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레이건 대통령은 사실상 경선없이 후보로 지정돼 대선에서 승리했던 것을 보면 경선이 반드시 만능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박 위원장의 독주가 독이 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않다. 이들은 이회창 독주의 전례가 이를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가 혼자 내달리는 상황이 되자, 후보와 측근이 전부 대세론에 젖어 현재에 안주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대표적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18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수도권과 부산·경남, 20·30세대에게서 나타난) 총선결과는 새누리당에게 분명 한계가 있다는 걸 보여줬는데 대세론에 젖어 무경선을 주장하는 건 (실패한) 이회창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친박이 현재권력에 안주해 미래권력을 놓칠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독주가 독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인위적으로라도 대선후보 경선을 흥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도적 손질을 거쳐 예선을 치열하게 만들어야 박 위원장 본인도 단련되고, 경선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완전한 오픈프라이머리(후보선출 권한을 일반국민에게 100% 부여하는 식의 경선)을 도입해서 정몽준, 정운찬 등 다양한 사람들이 (경선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제대로된 경선을 통해 비판받고 시달려야 박 위원장도 더 변화하고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가 뻔한 체육관경선이 될 경우 경선시너지도 기대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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