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얀마의 봄’을 지켜보며 (임춘웅)

지역내일 2012-05-23

임춘웅/논설고문

4월 1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미얀마 민주화의 화신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민족민주동맹)가 압승하면서 미얀마에도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4일 미얀마를 전격 방문해 테인 세인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여사를 만나 격려했고 북한과의 무기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합의도 이끌어냈다. 랑군참사의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한국의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의미가 있다. '미얀마의 봄'이 아니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도 클린턴 국무장관을 미얀마에 보낸 데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오늘 미국과 미얀마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선언하고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를 새로 지명했다. 24년만의 외교관계 복원이다.

'미얀마의 봄'은 누구보다 아웅산 수치 여사의 헌신적인 민주화운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미얀마 독립의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여사는 영국인과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다 88년 어머니 병문안차 귀국했다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하는 군사정권의 만행에 충격을 받고 그길로 조국에 남아 민주화 투쟁에 나선 인물이다.

미얀마 군부와 아웅산 수치 여사의 타협

'미얀마의 봄'에 특기할만한 점은 62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반세기 동안 철권통치를 해온 군부가 민주화의 한 창문을 스스로 열었다는 사실이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1인당 GDP 700달러 수준)와 국제적 압박에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겠지만 미얀마는 2010년 총선을 거쳐 작년 3월 형식적이나마 민간정부를 출범시켰다. 민간정부의 세인 새 대통령도 군 출신이지만 군 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청렴하고 합리적이어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는 '미얀마의 고르바초프'로 알려져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연금중인 아웅산 여사를 만나 협조를 요청했고 단계적 민주화를 약속했다. 2010년 총선을 보이콧했던 NLD는 민주적 선거를 약속한 정부의 약속에 호응, 이번 선거에 참여했고 결과는 NLD의 대승이었다. 아웅산 여사도 모든 것을 다 얻는 대신 단계적 민주화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아랍의 봄'에서 보듯 독재정권은 언제나 마지막까지 버티다 파멸의 길로 가고마는 결과를 연출해왔다. 그런 전례에서 보면 '미얀마의 봄'은 이런 비극적 종말을 피해갈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미얀마 민주화가 희망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얀마 의회는 총 664석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NLD가 압승했으나 전체의석의 7%에 불과하다. 현행 헌법하에서는 의석의 1/4을 군부가 일방적으로 지명하게 돼 있고 2010년 총선에서 여당인 USDP(통합단결 발전당)는 전체의석의 80%를 차지했다. 군부가 사태를 뒤집을 수 있는 여건이 잔존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미얀마 민주화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미얀마의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중국과 미국이 미얀마 내정을 왜곡시킬 염려도 없지 않다.

북한의 봄은 언제 오는가

그러나 대체로는 이번 선거결과가 미얀마 민주화에 큰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얀마가 다시 후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미얀마 전문가인 런던 정경대의 마웅 자르니 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웅산 여사는 정치적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정부는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아웅산 여사가 필요해 공생관계를 이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전향적 노선과 아웅산 여사의 결단으로 미얀마가 민주화로 가는 과정에서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공이 아닐 수 없다.

'미얀마의 봄'을 보며 우리에게 우선 떠 오르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도 미얀마와 같은 길을 갈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안타까움에서다.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지 못하는것은 남한이 있어서라고 한다.

북한 집권층은 개방에 나섰다가 남한에 먹힐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견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발전상을 보고 있고 '아랍의 봄'의 비극을 번연히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북한, '북한의 봄'은 언제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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