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MB 비서실장 이재오, MB정부 실세 정몽준, '단일화' 파기 박근혜, '독재자'의 딸 손학규,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23일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한나라당 전력이 지금에 와서는 '주홍글씨'가 되어 내 발목을 잡을 때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손 고문은 "20대와 30대의 모든 청춘을 오직 민주주의에 바쳤는데 어쩌다 '한나라당'이라는 원죄에 갇혀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답답해한 뒤 "(한나라당 입당은) 내 안에 잠재해 있던 정치적 욕망이 보궐선거를 계기로, 개혁을 명분으로 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입문의 욕망이 그를 한나라당으로 이끌었다는 고백이다. 손 고문은 "이제 제발 '주홍글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을 적었다.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손 고문이지만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는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올해 대선에 도전하면 또다시 그의 전력논란은 경쟁자의 입에서 튀어나올 게 뻔하다. 주홍글씨가 손 고문에게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상당수 대선주자도 주홍글씨의 낙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주홍글씨의 굴레를 어떻게 벗어나는가에 따라 대선승패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끝까지 따라다니는 낙인 =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정부 실세'라는 낙인이 뚜렷하다.
임 전 대통령실장은 이명박정부 들어 승승장구했다. 장관을 지냈고 실세 대통령실장을 역임했다. '실패한 정권' '불소통 정권'으로 비판받는 이명박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임 전 대통령실장의 대선출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가 않다. 친박 재선의원은 "정권실패에 책임있는 분이 반성과 자숙을 해야지, (경선에) 나선다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권실세' 이미지가 크다. 이 의원은 이명박정부 초기 '2인자' '왕의 남자'로 불렸다. 물론 실세논란에 휩쓸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해외를 떠돌며 낭인생활까지 했지만, 실세 낙인은 여전히 그를 쫓아다닌다. 특유의 90도 인사와 자전거 타기만으론 좀처럼 씻겨지지 않는다.
이 의원이 거창한 선거운동 대신 49박50일 민생투어에 나선 것도 이같은 낙인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정몽준 전 대표는 2007년의 악몽이 여전하다. 정 의원은 당시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약속을 대선 하루전날 파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 의원은 "노 후보가 정책합의를 전면부정했기 때문에 (단일화 파기는)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지만, 자칫 대권을 이회창 후보에게 선사할 뻔한 위기에 몰렸던 노무현 지지층으로부턴 '배신자'라는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박정희의 딸'이란 태생적 배경이 그를 돕기도 때론 어렵게도 한다. 박정희 향수가 여전한 상당수 유권자는 그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 전 위원장을 추종하지만, 반대편에 선 이들은 "독재자의 딸"이라며 손가락질한다. 60∼70년대 인권을 유린한 폭정을 통해 영구집권을 획책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반성을 외면한 채 알짜배기 유산만 물려받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투다.
◆반성하고 고백하고 설득해야 =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대선주자들의 솔직한 고백을 주문했다.
그는 "나의 과거를 감추려하고 변명만 할 게 아니라, 손 고문처럼 드러내놓고 반성하고 고백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한발 더나가 '나는 주홍글씨를 넘어서는 대안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권실세라는 낙인이 붙었다면, 국민이 비판하는 '실세로서 잘못한 점'이 무엇인지 고해성사 한 뒤 그 경험을 밑거름 삼아 더 나은 정권을 만들겠다는 구체적 대안을 펼쳐보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홍글씨=1850년에 나온 미국 소설제목. 17세기 보스턴의 청교도 사회는 간음(Adultery)한 여자에게 금실로 가장자리를 수놓은 'A'자를 가슴에 달고 다니도록 했는데 이게 주홍글씨다. 주홍글씨는 특정인을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낙인을 일컫는 말이 됐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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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23일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한나라당 전력이 지금에 와서는 '주홍글씨'가 되어 내 발목을 잡을 때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손 고문은 "20대와 30대의 모든 청춘을 오직 민주주의에 바쳤는데 어쩌다 '한나라당'이라는 원죄에 갇혀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답답해한 뒤 "(한나라당 입당은) 내 안에 잠재해 있던 정치적 욕망이 보궐선거를 계기로, 개혁을 명분으로 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입문의 욕망이 그를 한나라당으로 이끌었다는 고백이다. 손 고문은 "이제 제발 '주홍글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을 적었다.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손 고문이지만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는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올해 대선에 도전하면 또다시 그의 전력논란은 경쟁자의 입에서 튀어나올 게 뻔하다. 주홍글씨가 손 고문에게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상당수 대선주자도 주홍글씨의 낙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주홍글씨의 굴레를 어떻게 벗어나는가에 따라 대선승패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끝까지 따라다니는 낙인 =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정부 실세'라는 낙인이 뚜렷하다.
임 전 대통령실장은 이명박정부 들어 승승장구했다. 장관을 지냈고 실세 대통령실장을 역임했다. '실패한 정권' '불소통 정권'으로 비판받는 이명박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임 전 대통령실장의 대선출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가 않다. 친박 재선의원은 "정권실패에 책임있는 분이 반성과 자숙을 해야지, (경선에) 나선다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권실세' 이미지가 크다. 이 의원은 이명박정부 초기 '2인자' '왕의 남자'로 불렸다. 물론 실세논란에 휩쓸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해외를 떠돌며 낭인생활까지 했지만, 실세 낙인은 여전히 그를 쫓아다닌다. 특유의 90도 인사와 자전거 타기만으론 좀처럼 씻겨지지 않는다.
이 의원이 거창한 선거운동 대신 49박50일 민생투어에 나선 것도 이같은 낙인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정몽준 전 대표는 2007년의 악몽이 여전하다. 정 의원은 당시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약속을 대선 하루전날 파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 의원은 "노 후보가 정책합의를 전면부정했기 때문에 (단일화 파기는)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지만, 자칫 대권을 이회창 후보에게 선사할 뻔한 위기에 몰렸던 노무현 지지층으로부턴 '배신자'라는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박정희의 딸'이란 태생적 배경이 그를 돕기도 때론 어렵게도 한다. 박정희 향수가 여전한 상당수 유권자는 그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 전 위원장을 추종하지만, 반대편에 선 이들은 "독재자의 딸"이라며 손가락질한다. 60∼70년대 인권을 유린한 폭정을 통해 영구집권을 획책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반성을 외면한 채 알짜배기 유산만 물려받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투다.
◆반성하고 고백하고 설득해야 =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대선주자들의 솔직한 고백을 주문했다.
그는 "나의 과거를 감추려하고 변명만 할 게 아니라, 손 고문처럼 드러내놓고 반성하고 고백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한발 더나가 '나는 주홍글씨를 넘어서는 대안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권실세라는 낙인이 붙었다면, 국민이 비판하는 '실세로서 잘못한 점'이 무엇인지 고해성사 한 뒤 그 경험을 밑거름 삼아 더 나은 정권을 만들겠다는 구체적 대안을 펼쳐보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홍글씨=1850년에 나온 미국 소설제목. 17세기 보스턴의 청교도 사회는 간음(Adultery)한 여자에게 금실로 가장자리를 수놓은 'A'자를 가슴에 달고 다니도록 했는데 이게 주홍글씨다. 주홍글씨는 특정인을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낙인을 일컫는 말이 됐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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