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스앤뉴스 편집국장
'드라크마게돈'. 최근 국제경제계에 출현한 신조어다. 드라크마는 그리스가 2002년 3월 유로존에 가입하기 이전에 사용하던 화폐 명칭이다. 아마게돈은 영화로 유명해진 최종의 결전을 가리킨다. 요컨대 '드라크마게돈'이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 이후 예상되는 대혼란상을 의미한다.
그리스는 이미 최악이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는 홈리스 숫자가 1년새 두배로 늘어났다. 국민의 절반 가량이 실업자다. 정치권은 연정구성에 실패하면서 무정부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고통이 심화되다 보니 급진진보연합 등 일각에선 "차라리 유로존을 탈퇴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그 불똥이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번지면서 최대 1조3000억유로의 금융손실이 예상되는만큼 "한번 해볼테면 해보자"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예상되는 상황은 거의 재앙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하고 과거 화폐인 드라크마를 재사용할 경우 화폐가치가 종전보다 70% 폭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인플레가 진행되고 금융기관이 파산하며 무역도 붕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그리스는 식량의 4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석유와 천연가스, 의료품의 수입의존도도 대단히 높다. 그리스 중앙은행의 브로보보라스 총재는 "연료가 끊기면 군과 경찰은 차량을 움직일 수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고, 바반토니우 전 재무장관은 "1100만 그리스 국민을 먹여살릴 수 없어 대량의 이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리스 국민 절반 가량이 실업상태
벌써부터 징후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중에서 물자 부족 사태가 발발한 것.
외국의 수출업자들이 더이상 신용거래를 할 수 없다며 현금 거래를 요구하면서 수입이 급감, 소비자 물가가 폭등하고 기계를 수입 못하는 공장가동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자, 유로존 탈퇴를 지지하던 그리스 여론도 가라앉기 시작하는 등 곳곳에서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
이렇듯 지금 그리스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1997년 IMF사태 발발 후 우리나라에서 발발했던 공황적 상황과 흡사하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등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리스 등 유럽 재정부실 국가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 불똥이 튀기 시작한 스페인 상황을 보면 우리의 미래상을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들 정도로 소름 끼친다.
스페인 일부 은행에서는 그리스에서 목격된 뱅크런(대량인출사태)이 시작됐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스페인 은행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신용등급을 앞다퉈 내리고 있다. 이유는 '부동산거품' 때문이다.
같은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지만 이탈리아는 부동산거품이 없는 반면, 스페인은 부동산거품 투성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페인쪽의 전망을 더 어둡게 본다.
국제금융협회(IIF)는 21일 스페인 은행 대출부실이 최대 2600억유로(우리돈 39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IF는 특히 긴축으로 인해 부동산거품 파열 속도가 빨라지면서 정부가 다수 은행에 6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쯤 되면 스페인 자력으로는 해결불가능하다. 유로존과 IMF 등에 손을 벌리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 우리나라도 스페인 못지 않다는 데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신호탄으로 전세계 부동산 거품은 터졌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등 극소수 아시아국가는 예외였다. 정부가 통화정책, 부동산규제 완화 등을 총동원해 필사적으로 거품 파열을 막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원한 거품은 없다는 게 경제학의 기본이다.
스페인 못지않은 한국 부동산 거품
20여일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을 돌아보고 23일 귀국한 김종인 전 수석은 "유럽 상황이 국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며 "국내 정계나 재계에선 그런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자칫하다간 2008년 위기 때보다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주가 급락 정도만 걱정하고 있어선 안된다는 얘기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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