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형제의 막말 공방이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삼성분쟁을 '연속극 수준'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하루 걸러 상대방에 험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재물을 놓고 싸우는 모양 자체도 볼썽사납지만 이들이 말하는 어휘는 듣는 이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발단은 맹희씨가 이 회장을 상대로 거액의 상속재산 분할청구 소송을 내면서다.
재산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비껴갈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에 대응하는 방식이 세계적으로 존경받아야 하는 대기업 총수에게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의 발언을 보면 '수준이 안되는 자연인'. '집에서 퇴출당한 양반', '제사 지내는 꼴을 못봤다',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 등이다.
이맹희씨도 이에 앞서 육성녹음을 통해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 '건희는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한 푼도 안주겠다는 그런 탐욕이 소송을 초래한 것' 등을 발언했다.
이 회장의 발언 영향력은 사실 엄청나다. 그룹 경영이나 정부 경제정책 등에 대한 그의 말 한마디가 언론에 크게 쓰이는 이유다.
최근 이 회장은 개인 가족사나 '자연인'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말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해 매출 260조가 넘는 재벌 총수 집안의 얘기이기 때문에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지배구조문제와 상관없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세계 2000대기업 중 26위로 선정한 글로벌 기업이다. 회장의 발언과 의견표명방식도 진화해야 할 것이다.
외부 사람이 알 수 없는 서로간의 내밀한 사연이 있을 수 있지만 출근길 회사로비에서 할 말은 아니라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 아닐까.
이것이 돈 많은 사람끼리 싸우고 있다는 평범한 사람의 시기심에서만 나오는 지적은 아니라는 점을 삼성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산업팀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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