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강제징용 손배청구권 '한일협정'으로 소멸 안돼"
일본최고재판소 판결 뒤집어 … 15만건 피해배상 길열려
한달에 20~30엔 정도의 월급을 받고 하루 12시간 이상 노역에 종사했던 일제 강점기 시대의 강제징용자들은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피해배상 불가' 판결은 이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뒤집고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 쌓인 한이 풀리는 데는 67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24일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여운택(89)씨 등 9명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는 만큼 해당 판결의 국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도 권리 행사에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고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전면 부정하고 원고들의 주장을 전부 인정한 것이어서 판결에 따른 파장이 피해 당사자에게만 그치지 않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치·외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기업="" 강제노역="" 피해자="" 손해배상="" 마땅"="" 대법원이=""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24일="" 오후="" 이윤재="" 일제강제징용피해자="" 공제조합="" 부이사장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박상훈="" 기자="">
◆"식민지배 합법이라는 일본판결 인정 못해" = 이번 판결이 대법원의 존재 의의를 보여줬다고 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강조한 부분이다.
대법원은 "일본판결은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규범적 인식을 전제로 한다"며 "대한민국 헌법 규정에 비춰 볼 때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고 일본의 불법적인 지배로 인한 법률관계 중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은 그 효력이 배제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일본 판결을 승인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되기 때문에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1·2심은 일본판결의 승인이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국민징용령에 기초한 징용은 그 자체로는 불법행위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외국적 요소를 고려해 국제사법적 관점에서 결정해야 하는데도 처음부터 일본법을 적용한 것이다. 일본기업의 일부 위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미 손해배상청구 기간이 지났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도 소멸됐다는 판결을 했다.
◆"불법행위로 인한 청구권, 협정에 포함 어려워" =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 협정이 맺어졌다고 해서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한일 청구권 협정의 성격을 규정했다.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 간의 재정적, 민사적 채권·채무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리 행사 막아온 일본, 소멸시효 안끝나 = 일본기업들은 원고들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주장도 펼쳤다. 소멸시효로 인해 주장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행사가 그동안 사실상 막혀있어서 소멸시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청구권 협정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포괄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견해가 대한민국 내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일본은 재산권조치법을 제정해 원고 등의 청구권을 일본 국내적으로 소멸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권은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서서히 부각됐다"며 "소를 제기한 시점까지는 원고들이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소송 잇따르면 배상액 수십조원 = 이번 판결은 15만명의 강제징용피해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제노역 피해자의 신고건수는 15만건에 달한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승소판결을 할 가능성이 높다. 원고들은 각자 1억~1억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배상액이 구체적으로 결정되면 원고들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에 있는 본사를 상대로 강제집행을 할 경우 일본 법원이 우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재산으로는 신일본제철이 보유한 포스코 주식(5%, 1조5000억원 상당)과 미쓰비시중공업 서울지사가 대상이다.
하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다. 포스코 주식이 국내에서만 거래되면 한국예탁결제원에 관련 부분만 압류를 하면 되지만 신일본제철이 뉴욕증시에서 포스코 주식을 매각하면 압류가 어렵다.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지사도 일본의 본사와는 다른 별개의 독립법인이면 손해배상청구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재산 압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기업이 한국과의 거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배상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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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20~30엔 정도의 월급을 받고 하루 12시간 이상 노역에 종사했던 일제 강점기 시대의 강제징용자들은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피해배상 불가' 판결은 이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뒤집고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 쌓인 한이 풀리는 데는 67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24일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여운택(89)씨 등 9명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는 만큼 해당 판결의 국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도 권리 행사에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고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전면 부정하고 원고들의 주장을 전부 인정한 것이어서 판결에 따른 파장이 피해 당사자에게만 그치지 않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치·외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기업="" 강제노역="" 피해자="" 손해배상="" 마땅"="" 대법원이=""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24일="" 오후="" 이윤재="" 일제강제징용피해자="" 공제조합="" 부이사장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박상훈="" 기자="">
◆"식민지배 합법이라는 일본판결 인정 못해" = 이번 판결이 대법원의 존재 의의를 보여줬다고 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강조한 부분이다.
대법원은 "일본판결은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규범적 인식을 전제로 한다"며 "대한민국 헌법 규정에 비춰 볼 때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고 일본의 불법적인 지배로 인한 법률관계 중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은 그 효력이 배제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일본 판결을 승인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되기 때문에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1·2심은 일본판결의 승인이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국민징용령에 기초한 징용은 그 자체로는 불법행위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외국적 요소를 고려해 국제사법적 관점에서 결정해야 하는데도 처음부터 일본법을 적용한 것이다. 일본기업의 일부 위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미 손해배상청구 기간이 지났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도 소멸됐다는 판결을 했다.
◆"불법행위로 인한 청구권, 협정에 포함 어려워" =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 협정이 맺어졌다고 해서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한일 청구권 협정의 성격을 규정했다.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 간의 재정적, 민사적 채권·채무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리 행사 막아온 일본, 소멸시효 안끝나 = 일본기업들은 원고들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주장도 펼쳤다. 소멸시효로 인해 주장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행사가 그동안 사실상 막혀있어서 소멸시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청구권 협정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포괄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견해가 대한민국 내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일본은 재산권조치법을 제정해 원고 등의 청구권을 일본 국내적으로 소멸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권은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서서히 부각됐다"며 "소를 제기한 시점까지는 원고들이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소송 잇따르면 배상액 수십조원 = 이번 판결은 15만명의 강제징용피해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제노역 피해자의 신고건수는 15만건에 달한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승소판결을 할 가능성이 높다. 원고들은 각자 1억~1억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배상액이 구체적으로 결정되면 원고들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에 있는 본사를 상대로 강제집행을 할 경우 일본 법원이 우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재산으로는 신일본제철이 보유한 포스코 주식(5%, 1조5000억원 상당)과 미쓰비시중공업 서울지사가 대상이다.
하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다. 포스코 주식이 국내에서만 거래되면 한국예탁결제원에 관련 부분만 압류를 하면 되지만 신일본제철이 뉴욕증시에서 포스코 주식을 매각하면 압류가 어렵다.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지사도 일본의 본사와는 다른 별개의 독립법인이면 손해배상청구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재산 압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기업이 한국과의 거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배상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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