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인터넷 하는 돌하르방

지역내일 2012-04-30

"반갑수다. 나 인터넷하는 돌하르방이우다. 내가 수백 년 제주를 지키다 보니까 별일이 다 있지 뭐꽈(뭡니까). 아, 글쎄 어느 날 젊은 놈들이 우르르 몰려와그네 나신디(나한테) 요 컴퓨터라는 물건을 주고 갔지 뭐꽈. 그놈들이 무싱거(뭐라구) 세상을 즐겁게 바꾸는 다음이랜 해여냐(하던가). 뭐 이름이 무사(왜) 경해여(그래). 경한디 이걸로 이메일이라는 걸 아졍와그네(가져와서는) 소원을 들어 주랭 하는 거라. 무슨 소원인고 해영 뵈려보난 이 하르방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오기도 하고 배꼽잡앙 웃기도 하여쭈. 이디(여기) 참석하신 하간(여러) 사람들 지꺼진(즐거운) 시간 됩서들. 인터넷하는 돌하르방을 하영하영(많이많이) 응원하여 줍서. 고맙수다."

이달 중순 (주)다음커뮤니케이션 본사 제주 이전 기념식을 구경했는데, 이곳 상징물인 돌하르방의 메시지 낭독으로 시작됐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제주 본사 사옥 '스페이스 닷 원'(Space.1) 앞에 컴퓨터를 들고 골똘히 인터넷에 몰입하는 돌하르방 현무암 조각상을 세우고 이날 제막식을 한 것이다. 지방 성우의 걸쭉한 목소리에 실린 돌하르방의 메시지가 확성기를 타고 퍼지자 초청받은 손님들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나 주인 격인 이 회사 직원 300여 명은 신기한 표정만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님은 대부분 제주도 사람들이지만 직원들은 모두 서울서 내려온 디지털 유목민들로 방언을 모르기 때문이다.

2004년 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대표는 이 첨단 인터넷 기업의 본사를 궁극적으로 제주로 옮기겠다며 그 첫 실험으로 연구인력 10여명을 데리고 한라산 산골짝의 펜션을 빌려 사무실을 차렸다.

업계는 갓 서른을 넘긴 이 벤처기업인의 행동을 도전적이라고 칭찬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무모하다고 바라보았다. 하이테크 기업들이 지방에서 창업했다가도 서울로 옮기려는 판에 수도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제주도로 본거지를 옮기겠다고 했으니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제주 이전으로 창출된 일자리 750명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서울의 사원들을 조금씩 제주로 증원시키며 실험을 강행했다. 강남 문화에 젖었다가 갑자기 한라산 목장지대 외딴 사옥으로 옮긴 사원들은 환경변화와 문화충격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서울과 제주에 두 살림을 차린 이 실험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잇따랐다. 하루하루의 경쟁이 살얼음판 같은 첨단기업에게 이는 여유로운 실험이 될 수 없었다. 많은 업계 사람들은 망하든지 서울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8년만에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명실상부 본사를 제주로 등록했다. 한라산 기슭 해발 500미터에 위치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경복궁만한 터를 잡고 오름과 동굴을 형상화한 스페이스 닷 원(Space.1)을 완공했다. 이 본사 건물의 사무실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 다도해 섬들이 수평선을 점점이 수놓은 광경이 환상적이다.

"인터넷 시대에 출퇴근 차량에서 하루 서너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왜 사무실은 서울에만 있어야 하지?" 이런 발상에서 시작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주 이전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기성세대와 다른 2040 세대의 세계관과 감각이 아니었는가 싶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실어 나르는 지식산업의 특성을 앞서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출액 수십조 원을 자랑하는 거대기업이 포진한 서울에서 중소기업의 존재는 그 무게가 미미하다. 그러나 지방 도시에서는 전혀 다르다. 파급효과가 넓고 깊다. 특히 일자리 창출은 피부로 느껴진다. '스페이스 닷 원'에서 근무할 직원은 350명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주축으로 한 다양한 분야 전문 인력이다. 또한 인터넷 컨텐츠 관리를 위해 만든 (주)다음서비스는 대졸 사원 400여명을 채용하고 있다. 거의 현지 출신이다. 제주 이전으로 지역에 창출된 일자리가 750명이고, 모두가 2040세대이다.

지방 발전과 청년 일자리 창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주 실험은 아직 끝났다고 볼 수 없다. 경영 전문가들은 서울과 제주의 2중 살림의 비효율성을 큰 장애로 보고 있다. 보통의 눈으로 보면 옳아 보인다. 그러나 오래전 다음커뮤니케이션 간부가 한 말이 기억에 새롭다. "섬이 장애물이라면 이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도 도전이고 비즈니스다."

하이테크나 하이디자인 같은 첨단 분야는 20대 벤처기업가가 만들고 나이와 함께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재벌의 수혈을 받지 않고 브랜드 네임을 얻은 몇 안되는 토종기업중 하나이다.

그 실험은 두 가지 메시지를 준다. 2040세대의 창업정신에 지방의 발전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 달려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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