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균/충남경제진흥원장
저축은행이 몰락하고 있다. 자산규모가 가장 큰 5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었고,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름마저 다시 상호신용금고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제2금융권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왔던 저축은행이 금융시스템에서 사라지고 있다.
금융의 한쪽이 무너져내리는데도 그것이 금융과 나아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 전망한 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저축은행에서 빠져나온 돈들이 은행으로 들어갈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분석만 활개를 친다. 그러나 금융에서 중요한 것은 예금이 아니라 대출이다. 기업의 사업자금과 개인의 부동산 구입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예금이 아니라 대출이다. 시중 유동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역시 바로 대출이다.
저축은행이 사라지면 거기에서 대출을 받던 기업과 개인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금융과 실물경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게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모두 알고 있듯이 저축은행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제주체들에게 대출을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저축은행이 지난 해 신규로 대출한 금리가 16%로 은행 대출금리 5.8%의 2.8배에 달한 것은 차입자의 신용이 그만큼 낮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사라지면 그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실물경제 침체 더 깊어질 것
그 결과 실물경제는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 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영향은 대출총액이 감소하는 현상인 부채축소, 즉 디레버리징의 발생 가능성이다.
2008년 말 미국에서 발생한 디레버리징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부터 미국의 가계들이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주택에 투자하는 부채확대, 즉 레버리징에 첫 경고음을 발한 것은 2007년 4월 뉴센츄리파이낸셜이라는 부동산투자회사의 파산이었다.
그리고 2008년 2월 모노라인이라 불리는 보증회사들이 줄줄이 파산으로 내몰리자 전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대출을 축소하는 디레버리징에 돌입했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자 부동산에 과다하게 베팅한 제2금융권이 먼저 무너져내린 것이 디레버리징의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저축은행들 역시 부동산 중에서도 리스크가 가장 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과다하게 베팅했고, 거품이 꺼지자 가장 먼저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향후 저축은행의 대출은 급격히 축소될 것이다. 저축은행의 파산을 두 눈으로 지켜본 은행들 역시 '앗 뜨거라' 하는 심정일 테니 대출 조이기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 결과는 대출이 축소되는 디레버리징의 시작으로 나타날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연일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던 지난 4월 한달간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2000억원 회수했다.
은행들 중소기업 대출 회수 나선다
올 들어 4월까지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1조4000억원이나 회수했다. 지난 4개월간 대기업 대출을 17조원 늘린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은행들이 뒤늦게 리스크 관리에 돌입하여 리스크가 큰 부문부터 대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디레버리징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특히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심각할지는 지난 4년간 미국이 실감나게 보여주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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