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미국의 ‘새로운 석유’ 붐

지역내일 2012-05-09

봄의 실종으로 일주일 어간에 난방과 냉방을 번갈아 돌려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전력 예비율에 비상이 걸렸다. 기술적 문제로 원자로 가동이 중단된 판에 임직원들의 부품납품 비리가 잇따랐다. 주유소 전광판의 휘발유 값은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선지 오래되나 떨어질 기색이 없다. 덩달아 물가가 뛴다. 국민경제의 혈액과 같은 에너지 수급의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의 휘발유 값은 리터당 1160원 정도다. 한국은 평균 국민소득이 미국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도 휘발유 값은 거의 2배에 육박한다. 미국처럼 자동차가 필수품 중의 필수품이 된 한국사회에서는 휘발유 값이 올라가는데 미국에서는 하향 안정 추세라고 한다. 미국에 이런 여유가 생기는 것은 산유국이서인가, 강대국이서인가.

뉴욕타임스가 최근 게재한 흥미로운 기사. 미국이 에너지 풍요 국가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원자력발전은 지난 30여년간 완전 정체상태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획기적 전기가 마련된 것인가. 그도 아니다.

답은 화석연료다. 음모설이 말하듯이 미국이 자기네 땅속의 석유는 미래를 위해 감춰두고 제국주의 수법을 동원하여 중동의 석유만 캐내 쓰다가 이제 자국 유전으로 눈을 돌렸단 말인가. 눈을 자국으로 돌린 것은 맞는데 숨겨놓았던 유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화석 연료 자원 즉 혈암(頁岩) 속에 박혀 있는 셰일오일(shale oil)과 셰일가스 (shale gas)를 대량으로 캐내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의 유전 자원과 매장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비(非)전통 석유'라고 부른다.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자원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곳은 중서부와 동북부다. 노스다코다 주 바켄에서는 2005년 하루 석유 1만 배럴을 생산했으나 2010년에는 40만 배럴로 40배 늘었다. 텍사스 이글포트 등 미 전역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는 2000년 전체 미국 천연가스 공급량의 1%에 불과했으나 2011년에는 25%로 격증했다.

암석층에서 셰일 오일·가스 대량 발굴

현재의 소비량을 기준으로 셰일가스를 포함한 미국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약 75년 이상 쓸 수 있는 분량이다. 이렇게 단기간 안에 미국을 에너지 슈퍼파워로 부상시키는 요인은 무엇인가. 고유가와 첨단 시추 기술의 결합이다. 땅속 암석 속에 고체로 박혀 있는 석유를 추출하려면 일반 석유 시추와 비교할 수 없는 첨단 기술이 필요하고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원유값이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안정되었을 때는 경제성이 없었으나 21세기 들어 원유값이 폭등하면서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시추공을 수직으로 뚫고 들어가 혈암층을 만나면 다시 수평으로 시추하는 수평시추공법(horizontal drilling), 고압의 물과 화학약품을 혈암층에 다량으로 투입해 바위를 부수고 석유나 가스를 분리해내는 수압분쇄(hydraulic fracturing)기술은 '비전통 석유'를 대량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미국을 더욱 고무시키는 일은 이웃 캐나다가 샌드오일(sand oil) 석유개발로 세계 6위의 산유국으로 올라선 것이다. 샌드오일을 포함한 캐나다의 확인 석유 매장량은 1800억 배럴로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다. 현재 캐나다는 샌드오일에서 하루 150만 배럴의 석유를 추출하고 있으며 2020년엔 300만 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의 석유 수요는 2005년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그 2/3를 수입으로 충당했으나, 지금은 수요 자체도 줄었고 수입 의존도도 1/2로 감소했다. 고유가와 연비효율 상승이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 미국은 석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며 그 이후는 에너지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국의 중동석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면 에너지 슈퍼파워로서 새로운 국제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재정적자 감소, 제조업의 부흥과 일자리창출이 크게 기대된다.

2020년 이후엔 석유 수출국

그러나 환경적 측면에선 우려가 크다. 셰일오일이나 오일샌드도 화석연료이므로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여 지구온난화를 촉진한다. 게다가 신(新) 석유 붐은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지원에 찬물을 끼얹어 결국 기후변화 예방에 방해가 될 것이다.

셰일오일도 오일샌드도 없는 한국이 기대해 볼 작은 희망 두 개.

기업들이 비전통 에너지 해외개발에 참여하는 길과, 미국의 석유수입이 줄면 나머지 세계가 숨통을 트게 되고 에너지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유가하락 가능성을 놓고 전문가들은 중국 등 후발 개도국들이 경제발전으로 석유소비에 불이 붙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반세기 중동석유에 구속됐던 미국의 부자유가 풀렸을 때 세계 석유시장 변화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