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하루 앞으로 다가온 여수 엑스포

지역내일 2012-05-11
박현채 전 연합뉴스 논설고문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여수엑스포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가 엑스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19년 전인 구한말,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참가하면서 부터다.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 400주년을 맞이하여 컬럼비아 박람회로 통칭되는 이 엑스포 의 20평 남짓한 공간에 장식용 기와를 올린 한옥 모양의 전시실을 짓고 갓과 도포 등 복식류와 도자기 등 주거용품, 갑옷 등을 전시했다. 개막식 날에는 악사들이 전시실 앞에서 아악을 연주했다.

그런데 이 엑스포 참가가 미국 철도 역사에 족적을 남길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당시 미 북태평양철도회사(Northern Pacific Railway)는 그럴듯한 트레이드마크를 찾고 있었는데 이 회사의 한 간부가 박람회장을 관람하던 중 조선 전시실에 걸려있던 태극기를 보고 그 문양과 음양론에 반해 본사로 돌아가 태극 문양을 제시했고 그의 제안이 채택됐다. 중앙에 홍색과 청색이 좌우로 배치되고 둘레에 회사 이름이 새겨진 이 회사의 태극 문양 엠블렘은 이렇게 해서 탄생, 오늘날까지 미국인들 눈에 익숙한 철도 마크가 되고 있다.

그 후 엑스포에 출품만 하던 한국은 100년만인 지난 1993년 마침내 대전엑스포를 개최, 세계 무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고 다시 19년 만에 여수엑스포를 열게 됐다.

대전엑스포가 전쟁의 잿더미에 장미를 피게 한 한강의 기적을 전 세계에 과시한 엑스포였다면 이번 여수엑스포는 스마트한 최첨단 IT기술을 총동원하여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찾는 지속가능한 신해양 녹색성장 모델을 제시, 국가와 지역 브랜드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이벤트라 하겠다.

수많은 창조물 최초로 전시돼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국제행사로 꼽힌다. 국가인지도 향상이나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집중도는 올림픽과 월드컵이 월등하지만 산업연관 효과는 엑스포가 훨씬 앞선다.

경제, 기술, 문화의 발전 과정과 미래상을 함께 선보이는 엑스포의 기원은 2500년 전 페르시아제국의 '부(富)의 전시'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근대적 의미에서의 엑스포는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박람회가 효시다.

런던 박람회는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최고의 강국으로 부상한 대영제국의 위용과 리더십을 만방에 과시하고 영국민의 애국심과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한 이벤트였지만 국제적 교역과 소통의 장을 새로이 연 기념비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엑스포는 인류의 문명과 문화 발전을 촉진하고 인간의 꿈을 현실화 하는 장이다. 수많은 창조물들이 일반에 최초로 전시된 장소가 바로 엑스포였다.

고무타이어, 아이스크림, 전화, 자동차. 재봉틀, 비행기, TV, 로봇, 우주선, 수세식 화장실 등 오늘날 우리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물건들이 엑스포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엑스포는 또한 당대의 풍습과 예술 사조, 시대 담론을 표현하는 장이기도 하다. 스트립 쇼와 미니스커트 등이 엑스포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로 물밀듯이 파급됐고 파리의 자존심인 에펠탑도 엑스포를 통해 등장했다. 심지어 1878년 파리엑스포에서는 아프리카 흑인 400여명이 실제 거주하는 인간동물원인 검둥이 마을(Village Negro)을 전시관에 설치, 당시 유럽에 인종차별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증언해 주고 있다.

세계적 해양관광지 계기됐으면

19세기의 엑스포가 산업화의 전시장이었다면 20세기 이후의 엑스포는 대중성과 오락성 등 상업주의가 두드러진 박람회다. 또한 경제의 기운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그것이 다시 동아시아로 넘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진화 과정을 겪어온 엑스포는 이제 환경, 해양과 같은 인류의 미래 공통과제를 논의하고 인간의 창의력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계속 변모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주차로부터 입장, 전시관 예약, 길찾기 등을 모바일 앱을 통해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완벽한 IT 시스템을 갖춘 이번 여수엑스포가 몇 시간씩 줄을 서지 않고도 편안하게 관람한 최초의 엑스포로 기록되고, 천혜의 미항인 여수가 한려수도와 함께 세계적인 해양관광지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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