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시리아의 학살과 ‘외국에서 준비된 전쟁’

지역내일 2012-06-04

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에서 장기 독재정권을 축출하는 데 대성공을 거둔 '아랍의 봄'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걸음을 멈추고 있다. 12년째 시리아를 통치하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그의 독재에 항의하는 시위 군중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학살하면서 '아랍의 봄'의 진로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바샤르는 아버지 하페즈의 30년 독재까지 합치면 42년째 알아사드 가족 독재를 계속하고 있다. 바샤르 일아사드 정권은 지금 국제정치가 당장 풀어야 할 어려운 난제로 등장했다.

작년 3월 '아랍의 봄'에 취한 국민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오자 알아사드는 특수부대를 풀어 시위 군중을 학살하고 시위 가족의 어린 아이들을 살해했다. 여성은 가족이 보는 앞에서 강간했다. 반정부 시위에 대한 비열한 보복이었다. 15개월 동안 정부군의 발포로 사망한 시위자 수만 1만4000명에 이른다.

알아사드의 축출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뜨겁다. 특히 지난 5월 말 108명의 목숨을 빼앗은 훌라 학살은 희생자 중 49명이 11세 미만의 어린이들이어서 국제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시리아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작년 2월 리비아의 카다피가 전투기를 동원해 시위대를 공격한 직후 나타난 국제사회의 분노를 연상시켰다.

유엔 안보리는 당시 국제 여론에 힘입어 리비아에 대한 유엔의 군사개입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군사개입에 반대하던 러시아와 중국도 국제사회의 분노를 보고 거부권을 행사할 엄두를 못냈다.

그러나 시리아 문제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해서 알아사드 제재를 막았다. 그래서 바샤르는 여론의 비난을 비웃으며 학살과 살육을 계속하고 있다.

훌라 학살 직후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비토로 실현될 수 없는 요구다.

정부군이 사살한 시위자 1만4000명

그래서 미 영 불 독 등 강대국들은 자국에 주재하고 있는 시리아 대사들을 추방했다. 시리아를 외교적으로 격리시키는 행동이다. 그러나 리비아의 경우와 달리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시리아는 리비아보다 인구도 더 많고 더 다양한 사회라서 알아사드 퇴출 이후의 대책에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며 "리비아에는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야당이 존재했는데 시리아에는 아직 그런 야당이 없어 알아사드를 제거한 이후의 사태를 불안하게 한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계의 원로인 키신저도 군사개입을 반대한다. 키신저 역시 알아사드 정권 이후의 정부 구성에 관한 컨센서스가 중요하다며 특정 지도자를 배제하는 것으로 끝나면 그 결과로 생기는 진공 상태 때문에 내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지적했다. 러시아와 중국운 처음부터 군사개입 반대다.

이런 상황에서 학살을 막을 묘책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정권의 틀을 건드리지 않고 아사드와 가족에게 '안전통행증'을 주는 조건으로 그를 권좌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예멘 해결방식'을 러시아와 협의하기 위해 국가안전국 관리를 모스크바에 파견했다. 러시아와 미국이 여러 분야에서 충돌하고 있는 시점에 러시아가 미국의 제안을 수락할 것인지 의문이다.

이런 와중에 알아사드기 3일 갑자기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시리아가 '외국에서 준비된 전쟁'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연설을 해 관심을 끌었다. 해외에서 알아사드 정권 전복을 노리는 망명정부 '시리아 국민회의'의 지원을 받는 무장부대 공격에 대비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런 망명정부의 전략을 정권 '파괴계획'이라고 단정하고 전면적인 전쟁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외부의 지원을 받아 정권타도를 노리는 무장세력이라는 것이다.

미국,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반대

만약 그의 관측이 맞다면 알아사드는 그의 정권을 축출하려는 세력과의 전면적인 무장 대결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니파가 국민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시리아의 수니파를 지원하기 위해 돈과 무기를 시리아에 투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는 셈이다.

이미 내전 상태에 있는 시리아 내부의 무장세력 간 군사 대결이 확장되리라는 것을 예고하는 연설로 보인다. 아무튼 어느 쪽이 이기던 승패가 결정될 시점이 가까워 오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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