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스페인 금융위기에 떠는 가계부채 1000조원

지역내일 2012-06-05

유로존의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위기 3국의 6~7월 만기도래 국채규모가 1171억유로에 달해 세계경제가 떨고 있다. 특히 유로존 경제규모 4위의 스페인이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위기파고가 세계경제를 덮쳤다. 지난 1분기 스페인의 외국인 이탈자금은 GDP(국내총생산)의 10% 가량에 해당하는 970억유로에 이른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외국인 국채보유비율이 4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스페인 국채는 1557억유로이다.

스페인 금융위기의 도화선은 부동산 투기다. 스페인이 1999년 유로화를 도입한 이후 저금리를 타고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려 2007년 꼭지를 찍었다. 1997~2007년 주택가격이 3.1배나 뛰었고 가계부채가 4.9배나 늘어났다. 그런데 주택가격이 2008~2011년 22.4%나 폭락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담보대출 3230억유로의 54.2%인 1750억유로가 부실화되었다. 부동산 가격폭락에 실업증가 유로존 재정위기가 겹쳐 은행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은행의 부실자산 비율이 지난 3월 8.4%로 급증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한 국면에 진입하면서 한국의 수출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로존에 대한 직접수출도 타격이 크지만 중국 대외교역의 40%가 유로존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을 통한 간접충격 또한 크다. 내수침체에다 수출부진까지 겹치면 경기전망이 더욱 어두워진다. 이 경우 가계부채 1000조원이 폭발위험에 노출된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 가계부채가 폭발위기에 처할 우려가 커진다.

작년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원이다. 2007년의 665조2950억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가 5265만원이다. 이자율을 5%만 쳐도 연간 부담액이 250만원이나 된다.

가계부채 4년간 무려 37% 늘었다

가계부채나 다름없는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작년말 102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가계부채의 폭발성이 상존한 상황에서 소비부진에 따른 내수위축에 경제성장의 덜미가 잡혔다.

금년 1/4분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06조9764억원이다 2006년에 비해 40% 넘게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택가격의 하락세에 따라 담보가치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자부담이 줄지 않고 생계비는 늘어난다. 집을 팔려고 해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팔리지 않는다. 은행 빚을 갚을 길이 없으니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높아진다. 지난 4월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3월보다 0.03% 올라 0.79%를 나타냈다. 이것은 5년6개월만에 최고치이다.

가계부채에서 50대 이상 고연령층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부채구조가 취약해지고 있다. 그 비율이 작년말 46.4%로 2003년의 33.2%보다 13.2%p나 늘어났다. 이것은 같은 기간 50대 이상 인구비율 증가폭 8.0%보다 훨씬 높다.

이들은 대부분 2005~2007년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아파트를 비싸게 사서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4대 시중은행의 6억원 이상 주택의 담보대출자 중에 50대 이상 고연령층 비율이 53.5%나 된다. 심각한 문제는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퇴직시기가 앞당겨져 상환능력이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가 스페인 경제만 삼킨 것이 아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태담보대출)사태'도 부동산 값 폭락으로 일어났다. 1985년 9월 G-5의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강세가 일본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켰다. 그 타개책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저금리를 타고 부동산 투기가 일본열도를 뒤덮었다. 1984~1987년 부동산 값이 3배나 뛰었다. 1989년 들어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기 시작하자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일본이 10년 이상 장기불황에 빠졌다.

정권말기 뇌관 터지지 않도록

IT(정보기술)거품이 터지자 미국은 경기부양을 겨냥해 2001년 10달 동안 기준금리를 6.5%에서 2.5%로 내린 데 이어 2003년 6월까지 1%로 인하했다. 저금리가 주택투기 광풍을 일으켰다. 미국이 다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자 투기바람이 꺼지면서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담보대부업체의 주택대출이 부실화되고 그것이 담보대부업체가 발행한 증권을 매입한 투자은행으로 연쇄파동을 일으켜 월스트리트를 강타했던 것이다.

스페인의 부동산 파국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가계부채 1000조원이 시한폭탄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권말기에 뇌관이 터지지 않도록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