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비리의 상징인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복권됐다.
김씨는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활용해 기업인들로부터 이권 청탁의 대가로 66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99년8·15일 석방됐다. 김씨에게 적용된 죄목
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죄.
한보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알선수재와 청구 장수홍 회장으로부터 45억원을 받
아 특가법으로 각각 징역 6년과 5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홍인길씨도 형집행정지로 풀려났
다. 15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혐으로 피 선거권이 박탈된 홍준표 이명박 최욱철 박계동 이
기문 김화남 전의원 등이 형 선고실효 조치로 복권됐다.
시민단체, 사면권 남용비판
김대중 대통령은 8·15 광복절을 맞아 98년 3·13 대사면 이후 3만647명이라는 역대 광복절
경축사면 중 최대규모의 사면조치다. 김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민족의 평화와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8.15 광복절 대사면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응은 밝지만은 않다. 참여연대는‘정략적
고려에 따른 사면’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인권단체들이 주장하는 정도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권력형 비리사건 관련자 및 부패정치인이나 선거사범의 사면을 정
당화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라고 비난했다. 또한 국민이 바라는 화해와 용서라는 취지에 어
긋날 뿐만 아니라 사면권 남용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도 성명을 통해 “감옥에 있거나 수배중인 노동자는 61명으로 이중
석방이 4달 남은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단 1명만이 석방됐다”며 “부정부패범들에게 면죄
부를 주기 위한 들러리 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상임의장 임기란)도 “권력형비리와 부정부패의 대표적 인물인
김현철, 홍인길을 사면한 것은 사법권을 훼손하는 법 적용의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처사”라
며 “사면법을 개정하여 사전에 대법원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남발
노태우 정권은 자신의 임기 중 구속된 5공 인사와 정치인들을 풀어줘 임기중의 부담을 임기
종료와 함께 씻어냈다. 대통령 사면권 남발은 김영삼 정부에 들어서 절정에 달했다. 정권초
기부터 개혁과 사정을 외쳤던 김영삼 정부는 어느 정권 때보다 정 관계 인사들을 대량 구속
했다. 그러나 이들은 김영삼 정권 말기에 대부분 면죄부를 받았다.
김영삼 정부 후반기에 대규모 사면이 단행되자 당시 국민회의 수석 부대변인 설훈 의원은
“엄청난 규모의 권력형 범법자들을 화합이라는 미명으로 사면·복권함으로써 집권초기 개
혁이 한낱 정치쇼였음을 입증했다”고 비난했다.
98년 8·15대사면 후 박상천 전 법무부 장관은 “사면제도가 법치주의와 사법체계를 혼란시
키는 역기능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대규모 사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박 전장관은 당시 사면복권은 50년만의 정권교체와 건국 50주년을 맞아 국민대화합차원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98년 3월 건국이후 최대인 5백50만명을 사면 복권시켰고, 제외됐던 한보비리와 선거사범은
98년 8 15 사면 때 대부분 사면 시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사정 -구속 - 사면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됐다. 여야 인사들을
한 명씩 끼워 넣은 사면에서 밀실 사면도 이루어졌다.
국민들 사이엔 ‘법치 위에 정치’라는 냉소주의를, 고위 공직자 사회에는 몇 억원의 뇌물
을 받아도 2∼3년이면 해결된다는 그릇된 풍조를 만연 시켰다.
대규모 사면 후 선거사범이나 고위층 비리를 엄단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국민들에게 설득력
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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