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앤뉴스 편집국장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일(현지시간) 한국 포스코, 중국 바오스틸 그룹, 일본 신일본제철 등 동북아 3대 철강업체의 신용도가 지속적으로 하향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의 한상윤 애널리스트는 그 원인으로 "지속되고 있는 역내 철강수요의 둔화, 특히 중국 철강 소비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경기의 급속한 둔화로 인해 감소한 중국의 철강수요 및 여전한 역내 철강생산능력 증대 계획 등으로 인해 앞으로 최소 12개월 간 공급과잉 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지구촌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부동산경기 급랭이 새로운 위기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번에도 역시 부동산거품이 문제라는 얘기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지금 세계경제를 밑둥채 뒤흔들고 있는 유럽발 재정위기, 그리고 또하나의 복병인 중국경제 경착륙 위기 등 3대 위기의 공통점은 다름아닌 '부동산거품 파열'인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제2차 세계 대공황' 도래까지 우려하면서, 금융당국에 가계대출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는 우리나라도 금명간 부동산거품 파열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금융당국의 위기감 표출에 다름아니다.
이미 부동산 거품은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일산에 살고 있는 한 직장인은 4년여전 9억5000만원일 때 산 아파트가 최근 4억5000만원까지 떨어져 신음하고 있다. 반토막이상 폭락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거래마저 완전히 끊겼다.
다름아닌 '부동산거품 파열'
분당에 살고 있는 다른 직장인도 집값이 정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고 탄식했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은행 빚을 끼고 집을 샀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원리금을 갚느라 매일같이 허덕이고 있다. 집이라도 팔리면 빚을 갚고 작은 집으로라도 옮길 수 있으나 거래가 끊겨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말 그대로 우려했던 '하우스푸어의 악몽'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경제의 최대 시한폭탄이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라는 것은 국제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예로 OECD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가계부채가 재정위기에 처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보다 높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2011년 3분기 154.9%로 미국발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45.8%보다 9.1%p 높아졌다. 이는 재정위기에 처한 PIIGS 5개국 중에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이미 디폴트 상태에 빠진 아일랜드(228.7%)를 제외한 4개국보다 높은 수치다.
OECD는 이처럼 한국의 가계부채가 폭발직전의 위험수위에 도달한 반면,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OECD 국가중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8년 23.2%였던 한국의 가계저축률(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비중)은 2011년 3.1%로 20.1%p나 급감했다.
한마디로 말해 채무상환 능력은 완전 고갈된 상태에다가 가계부채는 유럽재정위기 국가들 못지않게 부풀어오르면서 벼랑끝 상황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최근 조순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가계부채는 너무 많고 저축은 너무 적은 현실을 지적하며 "차기 정부에서는 폭탄을 안고 들어가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 대형시중은행 고위임원도 "지금 은행들이 우량하다고 하나 부동산거품이 터지면 안전지대는 없다"며 "거품이 격렬한 형태로 터지느냐 아니냐가 한국경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위기 해법' 모색하고 제시해야
최근 불황을 모르던 백화점 매출까지 줄어들 정도로 최근 내수 침체는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취약한 내수경제가 부동산거품이 파열되기 시작하면서 꽁꽁 얼어붙는 모양새다.
문제는 덜 쓰면서 빚을 줄이는 것 외에는 똑 부러지는 가계부채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집권을 꿈꾸는 여야 정치권도 보랏빛 청사진만 제시할 일이 아니다. 한국을 향해 몰려드는 쓰나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위기 해법'을 모색하고 제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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