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흡혈귀 금융 거부하는 상호부조운동

지역내일 2012-05-18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 대표

지난달 전주의 한 원룸에서 35살의 젊은 여성이 번개탄을 피워 놓고 자살했다. 이 여성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100만원이었다. 사채업자로부터 100만원을 빌렸지만, 정작 손에 쥔 돈은 수수료 10만원과 선이자 40만원을 뗀 50만이었고, 그리고 그날 이후 악몽이 시작되었다. 10일마다 50만원의 이자를 내야했고 이를 어기면 무시무시한 폭행과 협박이 돌아왔다. 연 3650%의 초고금리 조폭 불법 사채업자 집단의 덫에 걸리고 만 것이다.

이제 이런 이야기는 뉴스거리도 안된다. 등록금을 내기 위해 200만원을 빌렸다가 술집에 팔려가 6000만원의 이자를 낸 여대생의 자살 사건도, 한 순간에 집과 기업까지 몽땅 빼앗기고 가족을 해체당하고 거리 노숙자가 된 사람들의 사연도 이제는 너무나 흔한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들

얼마 전 중국으로 밀항을 하기 직전 체포된 어느 저축은행 대표는 운전기사에게는 입막음으로 7억을, 조폭에게는 밀항 주선의 댓가로 3억을 주었다. 밀항 시도 하루 전 200억원을 빼돌리는 등 빼돌린 돈이 5000억원이 넘는다.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그치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한국 사회가 왜 이런 끔찍한 금융 흡혈귀들이 날이 갈수록 번창하는 뱀파이어 사회로 변해버렸을까.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이 은행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람들은 금감원 임직원부터 검찰, 경찰, 국정원, 청와대, 국회의원 등등 국가의 권력기관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고리대금업자들과 금융 비리를 감독하고 척결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왔던 것이다. 이들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는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들이 범람하고 있었다. 금감원이나 금융위가 서민 금융을 감독하는 게 아니라 흡혈귀들의 대변기관 역할을 해왔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신용협동조합 운동은 이런 흡혈 금융기관들의 채무노예를 거부하는 운동이다.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기관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지역공동체나 직장을 기반으로 상호부조의 공동체를 만드는 운동이다. 자유인들이 스스로 연합해서 상호 신뢰와 연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신용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1960년 시작된 한국의 신용협동조합 운동은 1980년대 초반까지는 당시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고리채를 해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신협의 대출이자율은 5% 이하였고,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그런데 이후 신협들이 효율화를 앞세워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부동산 PF를 시작하면서부 신협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잃고 제2금융권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2011년 12월 말에 통과된 협동조합기본법은 신용공제사업을 배제한 절름발이 기본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액대출의 이자율은 5% 이내, 상호부조는 아예 무이자

그러나 다행히도 협동조합기본법에는 소액대출과 상호부조 사업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이 사업의 기본 취지는 신용을 극단으로 상품화해서 고율의 이자를 착취해 배를 불리는 금융산업의 제도와 논리와는 전혀게 일반 서민들이 스스로 연대와 호혜의 바탕위에서 그야말로 상부상조의 신용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시행령에서 소액대출의 이자율을 5% 이내로 하고 상호부조는 아예 무이자로 정하면 고리대금업자들의 악용 여지는 원천에서부터 배제된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소액대출의 이자는 이자가 아니라 협동조합의 유지관리 비용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되었다. 부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정부가 민간 자율로 이런 새로운 상부상조의 신용공동체를 만들어 이 말도 안되는 뱀파이어 금융 흡혈귀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막지만 말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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