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주도로 '마을만들기' 확산 … 전시행정 경계해야
전국에 '마을만들기' 바람이 불고 있다. 1990년대 시민단체들이 지역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마을만들기'가 민선5기 들어 지자체 주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뉴타운의 대안으로 '마을만들기'가 제시되면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지자체가 마을만들기를 주도할 경우 성과위주의 전시행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일신문은 민선5기 출범 2주년을 맞아 '마을만들기'의 성공사례와 문제점, 대안을 모색해 본다.
민선5기 들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마을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뉴타운사업의 대안으로 마을만들기를 제시한데 이어 마을공동체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면서 '마을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성과지향적인 행정의 한계로 마을만들기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
서울시는 지난달 8일 마을공동체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의 비전과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토론회였다. 서울시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경기도 수원시는 민선5기 핵심정책으로 '마을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마을르네상스'를 마을만들기 정책브랜드로 내걸고 공모방식을 통해 지난해 58곳, 올해 80곳에서 마을만들기를 추진한다.
2006년부터 문화활동 중심의 마을만들기를 추진해온 성남시는 올해부터 복지 일자리 교육 등을 포괄하는 통합형 마을만들기에 나서기로 했다. 안산시도 1999년부터 안산YMCA에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위탁,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도 올해 마을만들기 관련예산을 편성해 시범사업 및 주민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고 도의회는 마을만들기 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앙정부도 부처별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행자부) '살기좋은 도시만들기'(건교부) '살기좋은 농촌만들기'(농림부) 등의 사업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마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마을만들기'인가 = 수도권 지자체들이 이처럼 '마을만들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왜일까. '개발'보다 '복지',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는 단체장들의 철학과 주민들의 성숙한 자치의식, 주거지정비 패러다임의 변화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마을공동체 시민토론회에서 "현재의 많은 문제들이 공동체가 무너져 생긴 것"이라며 "마을공동체 회복은 시대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마을르네상스의 목표는 사람중심의 마을공동체 회복, 참여와 협력의 거버넌스 실천, 미래의 창조도시 조성에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타무라 아키라는 그의 저서에서 "마을에 산다는 것은 처음부터 공동체 시설·서비스에 의존해 생활하는 것"이라며 "공동체로서 마을이 잘 운영될 때 비로소 사람들은 자유롭고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게 가능해진다"고 했다.
뉴타운 정책실패 등에 따른 주거지정비 패러다임의 변화도 마을만들기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1월 거주자 중심, 공동체·마을만들기로 주거지정비의 중심축을 전환한다는 내용의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했다.
권상동 전국마을만들기네트워크 협동사무국장은 "민선5기 들어 중앙정부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대체로 후퇴하고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마을만들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마을만들기가 주민 스스로 지역을 바꾸는 주민자치에 천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형적 결과보다 과정 중시해야 =
그러나 마을만들기를 지자체가 주도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남원석 연구위원은 최근 '마을만들기, 성공의 조건'이란 자료를 통해 "행정의 성과지향적 관행, 마을특성과 무관한 기존 사례 답습, 사회경제적 프로그램 부족, 예산 및 지원체계의 미비 등은 마을만들기의 제약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을만들기가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역주민 공통의 관심사에 기반하고 단기적·외형적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성남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도 "이벤트성 행사로 인식될까 우려된다"며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주민들이 경쟁의식과 이기심보다 공동체의식과 나눔을 실천하는 인식의 전환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을만들기에서 행정의 역할은 주민들이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공무원이 열심히 도와주는 것보다 마을만들기 주체인 주민 스스로 잘 할 수 있고, 행복할 때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사무국장은 "단체장 임기 내에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마을만들기가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일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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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마을만들기' 바람이 불고 있다. 1990년대 시민단체들이 지역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마을만들기'가 민선5기 들어 지자체 주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뉴타운의 대안으로 '마을만들기'가 제시되면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지자체가 마을만들기를 주도할 경우 성과위주의 전시행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일신문은 민선5기 출범 2주년을 맞아 '마을만들기'의 성공사례와 문제점, 대안을 모색해 본다.
민선5기 들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마을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뉴타운사업의 대안으로 마을만들기를 제시한데 이어 마을공동체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면서 '마을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성과지향적인 행정의 한계로 마을만들기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
서울시는 지난달 8일 마을공동체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의 비전과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토론회였다. 서울시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경기도 수원시는 민선5기 핵심정책으로 '마을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마을르네상스'를 마을만들기 정책브랜드로 내걸고 공모방식을 통해 지난해 58곳, 올해 80곳에서 마을만들기를 추진한다.
2006년부터 문화활동 중심의 마을만들기를 추진해온 성남시는 올해부터 복지 일자리 교육 등을 포괄하는 통합형 마을만들기에 나서기로 했다. 안산시도 1999년부터 안산YMCA에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위탁,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도 올해 마을만들기 관련예산을 편성해 시범사업 및 주민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고 도의회는 마을만들기 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앙정부도 부처별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행자부) '살기좋은 도시만들기'(건교부) '살기좋은 농촌만들기'(농림부) 등의 사업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마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마을만들기'인가 = 수도권 지자체들이 이처럼 '마을만들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왜일까. '개발'보다 '복지',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는 단체장들의 철학과 주민들의 성숙한 자치의식, 주거지정비 패러다임의 변화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마을공동체 시민토론회에서 "현재의 많은 문제들이 공동체가 무너져 생긴 것"이라며 "마을공동체 회복은 시대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마을르네상스의 목표는 사람중심의 마을공동체 회복, 참여와 협력의 거버넌스 실천, 미래의 창조도시 조성에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타무라 아키라는 그의 저서에서 "마을에 산다는 것은 처음부터 공동체 시설·서비스에 의존해 생활하는 것"이라며 "공동체로서 마을이 잘 운영될 때 비로소 사람들은 자유롭고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게 가능해진다"고 했다.
뉴타운 정책실패 등에 따른 주거지정비 패러다임의 변화도 마을만들기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1월 거주자 중심, 공동체·마을만들기로 주거지정비의 중심축을 전환한다는 내용의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했다.
권상동 전국마을만들기네트워크 협동사무국장은 "민선5기 들어 중앙정부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대체로 후퇴하고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마을만들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마을만들기가 주민 스스로 지역을 바꾸는 주민자치에 천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형적 결과보다 과정 중시해야 =
그러나 마을만들기를 지자체가 주도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남원석 연구위원은 최근 '마을만들기, 성공의 조건'이란 자료를 통해 "행정의 성과지향적 관행, 마을특성과 무관한 기존 사례 답습, 사회경제적 프로그램 부족, 예산 및 지원체계의 미비 등은 마을만들기의 제약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을만들기가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역주민 공통의 관심사에 기반하고 단기적·외형적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성남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도 "이벤트성 행사로 인식될까 우려된다"며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주민들이 경쟁의식과 이기심보다 공동체의식과 나눔을 실천하는 인식의 전환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을만들기에서 행정의 역할은 주민들이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공무원이 열심히 도와주는 것보다 마을만들기 주체인 주민 스스로 잘 할 수 있고, 행복할 때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사무국장은 "단체장 임기 내에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마을만들기가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일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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