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고위경제관료들의 위기론

지역내일 2012-06-14

유철규/성공회대 교수/경제학

6월 들어 현 정부의 고위관료나 관료 출신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현 자본주의의 심각한 위기국면을 강조해서 관심을 끈다.

대표적으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이다. 집권당의 원내대표도 이에 동조를 표했다.

더욱이 단순히 경기침체가 심하고 오래 갈 것이라는 데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강조하거나 "대공황은 단순한 유동성 위기였지만 지금은 구조적인 문제"라고까지 지적했다. 현 경제체제의 근본적 한계와 시스템적 전환까지도 염두에 둔 듯한 뉘앙스에 조금은 놀랍다.

보수적 시각을 견지할 수밖에 없는 전 현직 고위 경제관료들이 포함된 발언들이라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석동 위원장은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한국경제가 받을 층격은 매우 작다고 강조했으며, 강만수 회장은 수년 전 출간한 저서에서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외국금융기관의 자금회수 상황 속에서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음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이 위기상황인데도 별 문제가 없다고 했던 과거의 예를 형식논리로만 뒤집어 보면, 거꾸로 지금 한국경제 내부에는 별다른 위기요인이 없다는 말이 된다.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외부 충격일 뿐이며 이에 대한 대비를 잘 하자는 다짐이기도 하고, 온통 정치판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려는 시도로도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또 1997년 위기 때나 2008년의 위기 때 늘 사전 대처나 경고가 부족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경험에 따른 행동일 수도 있다.

한국경제 내부에 치명적 위기 요인

현재 세계경제 상황은 유럽의 재정위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미국, 중국, 유럽, 그리고 인도를 필두로 한 다른 신흥국 경제까지 모두 경기둔화의 징후가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자신이 사용한 해법을 가지고 열심히 유럽에 훈수를 두고 있지만,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나 늘어나는 속도로 보아 실상은 세계통화를 발행하는 특권 때문에 파산의 위기를 모면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과 유럽의 침체는 당연히 이들에 시장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침체를 가져온다. 반면 침체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나 계기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를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특별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와 다른 이유로 고위 경제관료들이 실제 한국경제에서 위기의 징후를 보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내부에 치명적인 위기요인들을 감지하고 있는 경우다. 서브프라임 사태보다 더 큰 충격이 올 경우 쉽게 위기로 촉발될 그런 요인들이 국내경제정책의 실패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온통 지뢰밭이다. 우선 가계부채문제의 해결방안이 단기적으로는 사실상 없어 보인다. 저축은행 사태가 건설업의 대량 부실과 엮여 있었던 만큼 향후 부동산의 향방과 관련해서 사태의 추가적인 전개를 짐작하기 어렵다. 또한 서민금융기능의 급격한 위축은 순차적으로 풍선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금융지주사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지방은행의 위기도 수순에 들어왔다 앞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해 보이는 경제위기상황에 대해 외부요인을 강조해 두려는 것은 관료로서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재정건전성 문제 급격히 부상

국민이 안심할 만한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밝혀주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분분한 해석 놀이는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더 생각해 볼 일은 유럽위기를 통해 재정건전성의 문제가 다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8일 강연에서 단기간에 스페인의 국가부채가 급증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 주장은 1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개최한 '국가재정운영계획 공개토론회'에서 한국과 같이 낮은 수준의 부채에도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다시 등장했다.

이것이 향후 복지 논란과 관련해서 어떤 연관성을 가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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