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원 칼럼] 발가벗은 검사님

지역내일 2012-06-18

저널리즘학 연구소장/순천향대 신방과 초빙교수

도쿄지검 특수부는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에 해당한다. 서울 중앙지검의 수사발표를 보며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들을 다룬 책 '파워 검찰'을 또 다시 떠올린다.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우리 검찰의 발표를 볼 때마다 비교의 대상이 된다. 저자 우오즈미 아키라(魚住昭)는 도쿄지검을 오랫동안 취재했던 기자 출신이다.

그는 이 저서에서 사건처리를 둘러싼 도쿄지검 검사들의 자세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반면 혹독한 비판을 받는 검사들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그들의 유일한 자존심을 버리는 일은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얘기로 그들의 자존심을 설명한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은 하나뿐이다. 그것은 그들이 돈과 권력 그리고 주색의 유혹에 결코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패에 찌든 일본의 관료기구 중에서 도쿄 특수부는 이권의 손때가 묻지 않은 거의 유일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얘기는 마치 우리 검찰을 겨냥하는 것 같다. 한국 검찰이야말로 때 묻은 권력기관으로 비판 받아왔고 여전히 그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치검찰, 스폰서 검찰, 떡값 검찰, 심지어 룸싸롱 검찰에 이르기까지 그 오명의 끝을 짐작할 수조차 없다. 그 권한이 하늘을 찌를 듯해서인가.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 말고 찾기 힘들다. 기소독점권에다 기소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기소편의주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에 이르기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그 무소불위의 권력 중 백미는 면죄부라고 할 만하다. 서울중앙지검의 면죄부가 청와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중세의 교황에게나 가능했던 면죄부 교부가 검찰에게도 어려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는 지난 정권을 걸고넘어지는 물타기 수법도 동원한다. 그야말로 절묘하고 야비한 방법이다. 정치권력과 수사권력이 함께 이루어내는 정치공학은 미래 권력에 대한 포석까지 계산하는 듯하다.

무소불위의 권력, 청와대에는 면죄부

면죄부를 교부하는 검찰이라면 이미 검찰일 수 없다. 최근 검찰이 수사해온 몇가지 정치적 사건이 이를 웅변한다. 그 출발은 내곡동 이명박대통령 사저부지 의혹사건이다. 이 부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실 경호처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함께 공동구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야권은 지난해 10월 업무상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혐의로 시형씨 등 7명의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 8개월만에 "범죄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사건의 핵심인물인 시형씨의 경우, 서면조사를 한 뒤 "더 이상 추궁할 게 없어 안 불렀다"고 해명했다.

이어 발표된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재수사 결과는 아예 수사의 초점을 흐리는 전형적 수법을 보였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있었던 공직감찰 등을 싸잡아 함께 자료를 배포했다는 것이다. 의혹을 덮으려는 것보다 더욱 악질적이다. 이런 식의 혹세무민이 통하리라고 본 것도 검찰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검찰의 수사발표 전 일부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참여정부도 민간인을 사찰한 게 나올텐데 균형 있게 다뤄달라"고 부탁했다니 청와대와 검찰 간의 짜고 치는 관계가 그려진다.

이 정도면 앞으로 있을 BBK 관련 가짜편지에 대한 수사결과는 이미 들을 필요조차 없게 됐다. 사실 이명박 정권 이후 검찰의 행적으로 보아 놀랄 일도 아니다. 그동안 검찰은 권력의 불법과 비리에는 솜방망이,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쇠방망이질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 검찰을 통제해온 청와대의 인사권이 자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거론돼온 검찰개혁의 초점이기도 하다.

TK 출신이거나 고려대 동문

이번 부실수사 배후에는 권재진 법무장관, 한상대 검찰총장, 최교일 서울 중앙지검장이 있다는 지적이다.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사정라인의 핵심인사들이다.

이들은 TK 출신이거나 고려대 동문, 혹은 TK·고려대 2중인맥이다. 불법사찰은 권 장관의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기에 일어났다. 불법 사찰 재수사의 중심에도 역시 그가 중요한 고리 중의 하나다. 한 총장은 미리 이 대통령에게 낙점될 정도였고, 최 지검장은 정연주 전 KBS사장을 배임혐의로 기소한 후 승승장구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검찰이 자신의 자리를 위해 면죄부를 주는 데 앞장설 수는 없다. 정치권이 검찰개혁을 거론할 때마다 거악(巨惡)과 싸워왔다고 주장해온 검찰의 모습은 어디 있는가. 사건들은 이제 특검으로, 국정조사 등으로 넘겨진다 해도 검찰이 발가벗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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