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50개사 올해 주주총회 공시자료 분석해 보니] 사외이사·감사 134명 중 74명이 낙하산

지역내일 2012-06-19 (수정 2012-06-21 오후 4:14:35)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출신 사외이사 제일 많아 … 청와대 비서관 출신도 늘어나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감사 등에 낙하산인사를 선임한 50개사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34명의 임원 중 74명이 관료출신이었다. 55%이 비중이다.

금융업계에 금융감독원 출신을 비롯하여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 관료출신의 낙하산이 정치바람을 타고 속속 착륙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금융업계 임원자리가 로비창구, 바람막이용, 대정부 역할을 하는 낙하산인사들로 채워지고 있어 금융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출신 사외이사 여전히 많아 = 금융당국이 금감원 출신의 낙하산 인사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고 했지만 금감원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은 여전했다.

내일신문이 주주총회에서 감사, 사외이사 등에 관료출신을 선임한 증권, 자산운용, 은행, 보험, 증권유관기관, 민간협회 등 50곳의 공시자료를 19일 확인한 결과 134명의 임원 중 74명이 관료 출신으로 55%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 중 금융감독원 출신은 25명으로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기획재정부 출신이 19명, 감사원 출신이 7명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장 출신 등 기타 관 출신은 15명이다.

지난 5월 25일 대신증권과 키움증권은 금융감독원 출신인 황인태, 정태철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지난 5일에는 현대증권이 금융감독원 출신인 임승철 감사와 박광철 사이외사를 재선임했고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민경열, 이광섭 감사를 재선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이정재, 전홍열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고 서근우 전 금융감독원 원장 고문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대우증권도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김상우 전 금융감독원 기획총무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감사원·기재부 출신 감사, 사외이사 선임 늘어 = 올해 금융권 주주총회에서는 감사원과 기획재정부 출신들의 낙하산인사가 두드러졌다.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재취업금지 규제가 강화된 금융감독원 출신들의 자리를 대신해 감사원과 기재부 등 경제 관료들이 대신 영입되는 양상을 보였다.

키움증권과 HMC투자증권은 지난 5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용희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OECD 대표부 공사와 장건상 전 기획재정부 출신, 금융투자협회 상근부회장을 사외이사와 감사로 신규 선임했다. 교보증권은 1일 김병열 전 기획재정부 감사담당관을 감사로 선임했고 대우증권은 오는 29일 강정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감사원 출신의 경우 과거에는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로 이직을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금융권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NH농협증권은 지난 5월 25일 김성홍 전 감사원 국방감시단장을 감사로 선임했고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5일 조규호 전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을 감사로 영입했다.

흥국화재는 13일 주주총회에서 김시관 현 감사원 감사교육원 교육운영부 부장을 신규 선임했다. 이밖에도 하나금융지주, 미래에셋생명, 현대해상의 사외이사에 감사원 고위공무원 출신이 선임됐다.

◆대통령 비서실출신도 가세 = 올해 금융권 주총에서는 청와대 비서실 출신 사외이사선임이 눈에 띈다. 이번에 선임된 청와대 비서실출신 사외이사는 6명, 17대인수위원회 정책연구원 출신도 1명 있다. 우리은행의 이귀남 전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과 한국증권금융의 김회구 전 대통령 비서실 정무비서관 등 이다. 또 우리투자증권 사외이사에는 전 한나라당 언론특보였던 정인학 이사도 재선임됐다.

◆증권유관기관, 민간협회에도 관료출신 = 지난 13일 한국증권금융은 낙하산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기주주총회에서 안자옥 전 기획재정부 부이사관 출신을 부사장에, 김회구 청와대 비서관 출신을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증권금융 노조는 주총에서 후보추천위원회의 불투명성과 전문성부족 등을 이유로 상임이사진 선임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회사측은 표결처리를 강행했다. 이날 증권금융은 사외이사로 임향순 전 광주지방국세청장과 배규한 전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간사위원을 선임하기도 했다.

코스콤은 지난 4월 27일 김호영 전 행정자치부 출신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고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과 4월에 재정경제부 출신인 김성배 감사와 이호철 본부장을 선임했다.

◆국감 지적은 하나마나 …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 국정감사의 지적은 하나마나였다. 국감 때마다 증권유관기관들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질타가 있었으나 기관들은 번번이 이를 어기고 있는현실이다.

사외이사에 관료출신과 감독기관출신이 선임되는 것에 대해 경영의 불투명성, 글로벌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금융회사의 감사는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 또한 요구된다. 그러나 실제 감사나 사외이사로 전문성보다 권력, 로비력을 중심으로 선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의 규제를 많이 받고 있어 관고의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힘있는 사외이사나 감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변호사는 "사외이사제도는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제도"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는 로비창구, 대정부·감독기관과의 유대관계의 역할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최근 금감원 출신은 저축은행사태로 금융권으로 내려가는 것을 잠시 피하고 있지만 큰 그림은 바뀐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들의 경쟁력부분에 대해서는 "낙하산 인사들이 모두 전문성이 부족하다고는 말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공직에서 물러나는 사람에 대한 자리마련이라는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경쟁력을 갖추는데 가장 기본적인 구성은 인적구성"이라며 "금융회사들이 글로벌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제도와 함께 인적구성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사외이사 본연의 책무는 경영진 감시, 전체 주주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공직에서 떠난, 변호사 등 특정 업종에서 뽑지 말고 후보 한명 한명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를 판단해 선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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