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원대 주택담보대출 만기도 부담 … 올해 만기도래 19조원
금감원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 10% 연장 안되면 부실가구 17%로
유럽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악화→가계소득 및 자산가치 감소→원리금상환 부담 증가→개인파산 증가→금융권 부실→한국 경제 충격 등으로 이어지는 가계부채발 경제대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가계부채가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 3월말 기준 911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10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상의가 최근 201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계산한 결과 81%에 달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3%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8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2011년 3분기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154.9로 스페인 140.5보다도 높았다.
규모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다. 2002년 439.1조원이었던 가계부채는 2011년 912.9조원으로 10년간 두배 이상 불어났다.
당장 40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란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 2005년 이후 아파트 광풍으로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 가계의 부담이 급속히 늘어난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일시상환이나 거치식 등 이자만 내는 대출 비중이 높아 만기도래시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다. 제때 상환하지 못한 가구가 부동산을 내놓기 시작하면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이는 다시 가계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은행이 9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2011년말 기준으로 거치기간이 설정된 분할상환대출 중 거치기간 종료 예정규모는 올해 19.2조원, 내년에는 24.6조원, 2014년에는 37.5조원에 달했다.

◆급격히 나빠지는 가계부채의 '질' = 만기연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계부채 대란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도 있다. 금감원이 2010년 가계금융조사 자료로 분할상환 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이 종료되고 원금분할상환 개시를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한 결과 부실가구가 9.2%에서 11.1%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시상환 부동산대출중 10%만 만기연장이 안 돼도 신규 부실가구가 7.8%p 급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실가구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가구를 의미한다.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원활치 않으면 당장 생존의 위기에 몰리게 되는 가구가 급증할 수 있단 얘기다.
최근 가계부채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8~2011년 은행의 연평균 가계대출 증가율은 5.5%였으나 비은행권 대출은 13.6%로 2배이상 늘었다. 비은행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은 가계대출이 많아 신용리스크에 취약한 구조이며, 높은 금리로 인해 주이용층인 서민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저소득 저신용 계층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실제 금감원이 2012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토대로 통계작업을 한 결과는 저소득층의 부채 부담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금감원이 가계금융조사 대상 1만가구 중 금융부채를 보유한 6280가구를 따로 떼어내 조사한 결과 소득 1분위 가구의 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432.9%에 달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76.1%p나 증가한 수준이다.
소득 1분위의 소득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은 33.2%로 전년보다 10.1%p나 상승했고, 2분위도 25.7%로 6.8%p나 올랐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의 경우 생활비 등을 이유로 빚을 지는 비중이 늘고 있다. 2012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많은 5분위는 부동산 구입을 위해 담보대출을 받는 비중이 87%로 많았지만 소득 1분위에서는 생활비 등의 이유로 대출을 받는 비중이 51%로 부동산 구입보다 더 많았다. 경기가 나빠지고 소득이 줄면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의료비나 생활비 등에 충당하는 저소득 가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빚을 져서 자산가치를 늘리는 데 쓰지 않고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다보면 가계는 더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고령인구의 부채부담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금감원 조사 결과 가구주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대비 금융부채비율과 총자산대비 부동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확대, 일자리창출이 근본 해법 = 금융당국은 그동안 우리나라 부채규모가 크고 증가속도가 빨라 우려는 되지만 건전성면에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금감원의 조사 결과는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은 간단치 않은 수준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 규제와 금융회사 건전성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던 금융당국도 가계부채를 미시분석하고 악성채무자 구조조정 전담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복지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가구의 부채상환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외에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 등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현대경제연구원 백흥기 수석연구위원은 "저소득 저신용 등 취약계층이 빚을 져 생활하는 상황에서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등 저리의 서민금융을 활성화해봐야 근본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가계부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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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 10% 연장 안되면 부실가구 17%로
유럽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악화→가계소득 및 자산가치 감소→원리금상환 부담 증가→개인파산 증가→금융권 부실→한국 경제 충격 등으로 이어지는 가계부채발 경제대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가계부채가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 3월말 기준 911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10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규모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다. 2002년 439.1조원이었던 가계부채는 2011년 912.9조원으로 10년간 두배 이상 불어났다.
당장 40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란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 2005년 이후 아파트 광풍으로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 가계의 부담이 급속히 늘어난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일시상환이나 거치식 등 이자만 내는 대출 비중이 높아 만기도래시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다. 제때 상환하지 못한 가구가 부동산을 내놓기 시작하면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이는 다시 가계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은행이 9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2011년말 기준으로 거치기간이 설정된 분할상환대출 중 거치기간 종료 예정규모는 올해 19.2조원, 내년에는 24.6조원, 2014년에는 37.5조원에 달했다.

◆급격히 나빠지는 가계부채의 '질' = 만기연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계부채 대란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도 있다. 금감원이 2010년 가계금융조사 자료로 분할상환 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이 종료되고 원금분할상환 개시를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한 결과 부실가구가 9.2%에서 11.1%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시상환 부동산대출중 10%만 만기연장이 안 돼도 신규 부실가구가 7.8%p 급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실가구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가구를 의미한다.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원활치 않으면 당장 생존의 위기에 몰리게 되는 가구가 급증할 수 있단 얘기다.
최근 가계부채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8~2011년 은행의 연평균 가계대출 증가율은 5.5%였으나 비은행권 대출은 13.6%로 2배이상 늘었다. 비은행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은 가계대출이 많아 신용리스크에 취약한 구조이며, 높은 금리로 인해 주이용층인 서민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저소득 저신용 계층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실제 금감원이 2012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토대로 통계작업을 한 결과는 저소득층의 부채 부담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금감원이 가계금융조사 대상 1만가구 중 금융부채를 보유한 6280가구를 따로 떼어내 조사한 결과 소득 1분위 가구의 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432.9%에 달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76.1%p나 증가한 수준이다.
소득 1분위의 소득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은 33.2%로 전년보다 10.1%p나 상승했고, 2분위도 25.7%로 6.8%p나 올랐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의 경우 생활비 등을 이유로 빚을 지는 비중이 늘고 있다. 2012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많은 5분위는 부동산 구입을 위해 담보대출을 받는 비중이 87%로 많았지만 소득 1분위에서는 생활비 등의 이유로 대출을 받는 비중이 51%로 부동산 구입보다 더 많았다. 경기가 나빠지고 소득이 줄면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의료비나 생활비 등에 충당하는 저소득 가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빚을 져서 자산가치를 늘리는 데 쓰지 않고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다보면 가계는 더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고령인구의 부채부담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금감원 조사 결과 가구주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대비 금융부채비율과 총자산대비 부동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확대, 일자리창출이 근본 해법 = 금융당국은 그동안 우리나라 부채규모가 크고 증가속도가 빨라 우려는 되지만 건전성면에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금감원의 조사 결과는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은 간단치 않은 수준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 규제와 금융회사 건전성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던 금융당국도 가계부채를 미시분석하고 악성채무자 구조조정 전담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복지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가구의 부채상환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외에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 등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현대경제연구원 백흥기 수석연구위원은 "저소득 저신용 등 취약계층이 빚을 져 생활하는 상황에서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등 저리의 서민금융을 활성화해봐야 근본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가계부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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