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북한이용=필패' 공식 정립 … "종북도 지겹지만 종북장사도 지겹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한국 정치에서 영원한 숙제다. '한반도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이 빚어낸 결과다.
북한관련 사건들은 선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 만큼 북한변수는 '유혹'이기도 했다.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건 의도적으로 만들었건 집권세력은 북한변수를 활용하고 싶어 했고, 그것은 선거에서 유권자의 민심을 심각하게 왜곡하는데 일조해왔다.
2012년에도 북한변수가 작용할 것인가.

◆집권세력은 늘 북한변수 유혹에 흔들렸다 = 1990년대까지 북한변수는 보수정당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20% 안팎의 분단표는 보수세력의 든든한 우군이었고, 당시 보수집권세력은 선거 때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7년 11월의 KAL기 폭파사건. 폭파범 김현희를 대선 하루 전인 12월 15일 국내로 압송했고, 그렇지 않아도 양김분열로 패색이 짙었던 야권에 최후의 일격을 먹였다.
1992년 대선 직전 발생한 이른바 거물간첩 이선실 사건도 당시 민자당 김영삼 후보 당선에 기여했다.
1997년 대선에서는 겉으로는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한국의 대선에서의 북한변수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움직임이 있었다.
여당인 이회창 후보 진영에서는 북한측 인사와 접촉해 '판문점에서의 총격을 벌여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감지한 김대중 후보 진영에서는 '총풍'을 막기 위해 북한측을 접촉한 것이다. 이른바 '총풍사건'이 그것이다.
북한변수를 선거에 활용하려고 한 것은 보수세력만 아니다. DJ정부는 2000년 4월 총선 나흘 전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2007년 대선 2개월 전 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북한변수는 집권당의 의도대로 작용하지 않았다. 2000년 총선에서는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 총선 직후의 내일신문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층의 9.7%, 민주당 지지층의 3.2%가 정상회담 발표 때문에 기권하려도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지지층의 응집에 힘입어 133석으로 1당을 차지했다.<주간내일신문 2000년="" 5월="" 3일자="" 참조="">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도 대표적인 역풍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6·10지방선거 개시일인 5월20일 '북한의 도발'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정부여당은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야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선거 직후 내일신문 조사에 따르면 '서울 유권자의 18.8%가 여당 지지에서 야당 지지로, 4.5%가 부동층에서 야당지지로, 5.2%가 기권하려다 야당지지로 의사를 바꿨다'고 밝혔다. 2000년 이후 정립된 '북한이용=여권필패'의 공식이 확인된 것이다.<내일신문 2010년="" 6월21일자="" 참조="">
이러한 역풍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학습효과와 북한에 대한 인식변화 그리고 정부와 집권세력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종북논쟁, 오히려 박근혜 운신폭 좁힐 것" = 약발이 떨어졌지만 북한변수는 여전히 중요한 대선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4·11총선 후 대한민국을 뒤흔든 '종북논란'이 그것이다.
통합진보당 내부의 경선 부정문제는 종북과 주사파 논란으로 번졌다. 여기에 북한까지 한국의 대선에 직접 개입할 것을 시사하는 등 북한변수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종북논란의 주역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버티면서 새누리당은 희색이 감추지 않는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이들과의 차별화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의 종북논란이 12월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더구나 북한발 대선개입 시도가 있을지, 있다면 그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도 지금은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변수나 종북이슈가 이용하려는 세력의 의도대로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지금은 북한이슈(종북문제)와 부정선거가 결합해서 야권에게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이슈만 떼어놓고 보면 여권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종북논란에) 지나치게 몰두하게 되면 중도층의 경계감, 견제심리만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종북 밀어붙이기'의 수위조절을 하지 않을 경우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도 "새누리당이 지금의 안정적 우위구도가 흔들리면 다시 한 번 종북이슈를 꺼내들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보수가 이길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반공보수의 목소리가 커지면 박근혜 운신의 폭이 줄어서 오히려 복지니 경제민주화니 하는 주장들이 헛소리가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종북도 싫지만 종북장사도 역겹다는 게 유권자들이 진짜 속내"라고 입을 모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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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주간내일신문>
북한이라는 존재는 한국 정치에서 영원한 숙제다. '한반도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이 빚어낸 결과다.
북한관련 사건들은 선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 만큼 북한변수는 '유혹'이기도 했다.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건 의도적으로 만들었건 집권세력은 북한변수를 활용하고 싶어 했고, 그것은 선거에서 유권자의 민심을 심각하게 왜곡하는데 일조해왔다.
2012년에도 북한변수가 작용할 것인가.

◆집권세력은 늘 북한변수 유혹에 흔들렸다 = 1990년대까지 북한변수는 보수정당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20% 안팎의 분단표는 보수세력의 든든한 우군이었고, 당시 보수집권세력은 선거 때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7년 11월의 KAL기 폭파사건. 폭파범 김현희를 대선 하루 전인 12월 15일 국내로 압송했고, 그렇지 않아도 양김분열로 패색이 짙었던 야권에 최후의 일격을 먹였다.
1992년 대선 직전 발생한 이른바 거물간첩 이선실 사건도 당시 민자당 김영삼 후보 당선에 기여했다.
1997년 대선에서는 겉으로는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한국의 대선에서의 북한변수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움직임이 있었다.
여당인 이회창 후보 진영에서는 북한측 인사와 접촉해 '판문점에서의 총격을 벌여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감지한 김대중 후보 진영에서는 '총풍'을 막기 위해 북한측을 접촉한 것이다. 이른바 '총풍사건'이 그것이다.
북한변수를 선거에 활용하려고 한 것은 보수세력만 아니다. DJ정부는 2000년 4월 총선 나흘 전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2007년 대선 2개월 전 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북한변수는 집권당의 의도대로 작용하지 않았다. 2000년 총선에서는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 총선 직후의 내일신문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층의 9.7%, 민주당 지지층의 3.2%가 정상회담 발표 때문에 기권하려도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지지층의 응집에 힘입어 133석으로 1당을 차지했다.<주간내일신문 2000년="" 5월="" 3일자="" 참조="">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도 대표적인 역풍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6·10지방선거 개시일인 5월20일 '북한의 도발'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정부여당은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야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선거 직후 내일신문 조사에 따르면 '서울 유권자의 18.8%가 여당 지지에서 야당 지지로, 4.5%가 부동층에서 야당지지로, 5.2%가 기권하려다 야당지지로 의사를 바꿨다'고 밝혔다. 2000년 이후 정립된 '북한이용=여권필패'의 공식이 확인된 것이다.<내일신문 2010년="" 6월21일자="" 참조="">
이러한 역풍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학습효과와 북한에 대한 인식변화 그리고 정부와 집권세력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종북논쟁, 오히려 박근혜 운신폭 좁힐 것" = 약발이 떨어졌지만 북한변수는 여전히 중요한 대선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4·11총선 후 대한민국을 뒤흔든 '종북논란'이 그것이다.
통합진보당 내부의 경선 부정문제는 종북과 주사파 논란으로 번졌다. 여기에 북한까지 한국의 대선에 직접 개입할 것을 시사하는 등 북한변수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종북논란의 주역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버티면서 새누리당은 희색이 감추지 않는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이들과의 차별화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의 종북논란이 12월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더구나 북한발 대선개입 시도가 있을지, 있다면 그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도 지금은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변수나 종북이슈가 이용하려는 세력의 의도대로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지금은 북한이슈(종북문제)와 부정선거가 결합해서 야권에게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이슈만 떼어놓고 보면 여권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종북논란에) 지나치게 몰두하게 되면 중도층의 경계감, 견제심리만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종북 밀어붙이기'의 수위조절을 하지 않을 경우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도 "새누리당이 지금의 안정적 우위구도가 흔들리면 다시 한 번 종북이슈를 꺼내들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보수가 이길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반공보수의 목소리가 커지면 박근혜 운신의 폭이 줄어서 오히려 복지니 경제민주화니 하는 주장들이 헛소리가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종북도 싫지만 종북장사도 역겹다는 게 유권자들이 진짜 속내"라고 입을 모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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